재봉틀과 요리는 비슷하다. 재료 준비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오로지 내가 집도하지만, 최종 결과물에 대해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 80% 정도다. 20%는 만들어봐야 할 수 있다.
서진의 생일이었다. 서연이는 생일파티 즉, 그날의 이벤트 자체를 기대한다. 서진이는 이벤트보다 선물이 중요하다. 그래서 케이크를 준비하지 않았다. 서진이가 고른 선물은 이미 택배 상자에 담겨 오고 있다. 그래도 촛불 끄는 시간은 필요해 보였다. 싱크대 서랍에 사용했던 생일 초가 보이기에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원룸에는 오븐이 없다. 오븐은커녕 전자레인지도 전기밥솥도 없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전기쿡탑과 프라이팬뿐이다. 이곳 하나로 마트에는 핫케이크 가루나 박력분이 없었다. 주어진 재료는 중력 밀가루, 설탕, 소금, 달걀이다. 핸드폰으로 정보를 찾아 엇비슷하게 가루들을 섞고 달걀과 물을 넣어 핫케이크 비슷한 빵을 구웠다. 문제는 예상처럼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다행히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납작한 핫케이크에 초를 꽂을 수는 없었다. 5장을 쌓아 초를 꽂았다.
“어때? 엄마가 케이크를 만들었어.”
“이게 뭐야? 케이크 아니잖아.”
“먹어봐. 맛도 비슷해.”
“맛없어.”
내 기분을 살피던 남편과 서연이는 맛있게 먹어주었다. 예측 불가 20% 영역은 재밌기도 하지만 실망시키기도 한다. 부풀어 오르지 않았고, 주인공인 서진이가 먹지 않았다. 그래도 그 핫케이크가 기억에 오래 남는 걸 보면 핸드메이드였기 때문이리라.
원룸에 커튼이 필요했다. 베란다 쪽창에는 바람을 막아줄 커튼, 주방에는 빛을 막아줄 커튼, 현관 앞에는 가리개 커튼이 필요했다. 크기가 애매해서 사기도 쉽지 않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연습장을 펼쳐놓고 그림을 그렸다. 크기를 재서 기록하며 어떤 색깔이 좋을지 디자인을 했다. 인터넷쇼핑몰에서 상품설명을 자세히 읽고 모자라지 않도록 원단을 샀다. 천이 도착하자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배운 기술은 거의 없지만 단순한 사각형 커튼은 도전 용기가 났다. 재봉은 겉과 겉을 맞대고 안쪽에서 한다. 뒤집어 다리고 겉에서 단단히 상침 한다. 단색은 밋밋한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꽃무늬 천으로 배색을 했다. 세 군데 커튼을 다른 천으로 배색했다. 주방 커튼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주머니도 2개 달았다. 커튼 봉을 설치할 수 없는 곳이라 찍찍이(벨크로)를 붙이기로 했다. 완성하자 남편과 커튼을 설치했다. 현관 커튼은 생각보다 예쁘고 어울렸지만, 나머지 두 개는 크기가 안 맞아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 바람도 빛도 샐 것 같았다. 분명 크기를 재고 천을 잘랐는데 아무래도 재봉을 하다가 잘못되었나 보다. 가족들은 괜찮다고 위로해 주었다. 20% 예측 불가 영역에 실망했다.
블로그를 보고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상세한 설명과 과정 샷으로 하나씩 따라갔다. 안감과 겉감, 가방끈도 따로 만들었다. 지퍼를 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엇비슷하게 해냈다. 안감과 겉감 사이에 끈을 끼워 재봉한 후 창구멍으로 살살 뒤집었다. 겉에서 상침 하니 완성되었다. 블로거가 만든 것과 거의 유사했다. 20% 예측 불가 영역은 나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었다.
시댁에서 가져온 베개에 덮개가 필요했다. 베개 속은 괜찮은데 덮개가 많이 낡았다. 커튼을 만들고 남은 천과 지난번 펜션 사장님이 안겨주신 천도 있어 바로 재단을 하고 재봉에 들어갔다. 베개 덮개는 약간의 두께 감이 필요하다. 너무 얇으면 덮개로서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퍼를 다는 실력도, 지퍼도 없어 고정용 끈을 달기로 했다.
베개를 완벽히 감싸주는 끈은 좋았다. 문제는 머리가 닿는 부분이었다. 천과 천을 이을 때 매끈해야 하는데 원통형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매끈하면서도 단단하게 재봉이 되는지 알지 못했다. 예측 불가 20%는 무지에서 비롯된 실망이었다.
핸드메이드는 예측 불가의 20%가 흥미로울 뿐 아니라 80%를 확인해 가는 과정이 뿌듯하다. 완성되면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해진다.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20%에 실망하든 만족하든 핸드메이드는 사랑스럽다. 좀 엉성하고 부족해도 만드는 시간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미운 오리 새끼 같아도 밉지 않고 존재가 빛난다. 만드는 사람의 역사를 지닌 핸드메이드는 쉽게 버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