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럭 파티(Potluck party)

by 물지우개

수요일은 공방 가는 날이다. 보통 문화센터 수업은 한 두 시간이지만 여기는 온종일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여기 모이는 사람들 덕분이다. 공방에서는 재봉 기술을 익히고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만남 그 자체다. 우리는 핸드메이드를 만들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사람들은 공방에 오면 차를 마시며 근황을 묻고 오늘은 어떤 작품을 만들지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섬에 살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고 그분들도 나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다.


핸드메이드 작품은 생각보다 제작과정이 길고 복잡하다. 단순하게 보이는 작품이라도 패턴을 만들어야 하고 원단을 고른 후 재단을 해야 한다. 재단 후에는 순서에 맞게 재봉을 한다. 재봉하다가 오버록으로 옮기기도 한다. 중간중간 적절하게 부자재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하루 안에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은 완성하는데,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바느질이 잘못되면 다시 뜯어야 한다. 뜯으면 완성까지 훨씬 더뎌진다. 이 과정은 인내를 넘어 인고에 가깝다. 이 과정을 문화센터에 한다면 한 달에 하나의 작품도 완성하기도 힘들 것이다. 사실 가성비를 따진다면 기성품을 사는 게 훨씬 낫다.


나는 공방에 가기 전부터 어떤 것을 만들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공방에 도착하면 재빨리 패턴을 그리고 재단을 했다. 사람들은 내 속도에 놀라워했다. 나와 다르게 그분들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구상했다. 원단에 고를 때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천천히 신중했다. 패턴을 뜨고, 재단할 때도 서로 조언하고 도와주었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도와주는 역할은 선생님만 해도 될 텐데 저분들은 정말 친한 건지, 친한 척을 하는 것인지 모두 함께했다. 친한 척을 하는 것이라면 무엇 때문인지 의아했다. 평소 친목이라는 가면에 가려진 진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친목 모임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공방 사람들은 달랐다. 섬이라 인구가 적고 자연의 여백이 많아 사람들이 이렇게 여유로운 것인지 진짜 가족 같았다. 하다가 막히면 너나없이 도와주고 거리낌 없이 핀잔을 주기도 하는 영락없는 오랜 친구들이었다. 이분들은 핸드메이드를 만들러 오기도 하지만 서로가 정말 보고 싶어 모이는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작품만을 향해 혼자 급하게 달려가려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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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방 점심때가 된다. 식사는 각자 집에서 반찬을 조금씩 가져와서 나눠 먹었다. 말하자면 ‘포틀럭 파티’인 셈이다. 김치를 가져오시는 분, 찌개를 끓여 오시는 분, 농사지은 채소를 가져오시는 분도 있었다. 간식을 챙겨 오시기도 하고 커피를 내려오시기도 했다. 닭을 키우시는 분은 유정란으로 빵을 만들어 오시기도 했고 쌀농사를 지으시는 분은 쌀가마니를 통째로 가져오셨다. 그분들은 주는 것이 행복인 것처럼 계산 없이 본인의 것을 나누고 부끄러워하는 나에게도 선뜻 수저를 쥐여 주셨다. 처음에는 같이 밥을 먹어도 되는지 어색했지만, 허물없이 대해 주시니 나도 마음을 열고 체면을 내려놓았다. 혼자 대충 점심을 먹다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으니 엄마가 차려주시는 집밥 같았고, 유명한 토속식당 음식처럼 맛있었다. 부족하지만 나도 음식을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점심을 다 먹으면 차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학교 이야기, 섬에 일어나는 일상 이야기를 했다. 만드는 작품에 대해 어려운 점을 토로하면 A와 B 방법 중에 어느 것이 나을지 토의했다. 각자 만들다가 누군가 완성하면 일어나서 만져보며 잘 만들었다, 수고했다 격려해 주었다. 서로 입어 보겠다고 거울 앞에서 옥신각신하기도 했고, 부족한 곳이 있으면 놀리며 한바탕 웃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그분들과 섞였다.


공방에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루가 갔다. 굳이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실컷 떠들며 웃기만 하는 것 같아도 하나씩 배워서 갔고 작품은 만들어졌다. 설령 하루 만에 작품이 완성되지 않아도 다음 날 하면 되니 괜찮았다. 집에서 혼자 만들다가 막히면 전화로 물어보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다음 주에 만나서 다시 배우면 된다. 작품도 좋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이 나누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같이 나누는 밥이 맛있었다. 나는 공방 가는 수요일을 기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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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럭 파티: 참석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요리나 와인 등을 가지고 오는 미국·캐나다식 파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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