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옷을 만든다. 그동안 소품을 만들며 옷을 만들 수 있는 기본기를 배웠다. 지퍼 달기, 바이어스 싸기, 시접 처리하기, 상침하기, 주머니 달기, 끈 만들기 등 공방에서 배운 것을 집에 와서 혼자 익혔다. 여러 가지 재봉기술은 알면 알수록 재미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수강생들은 실력이 올라감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옷 만들기에 관심을 가졌다. 공방 선생님도 수강생들의 요구를 알아차리시고는 옷 샘플을 제작해 오셨다. 선생님의 샘플을 보니 나의 도전은 더 불이 붙었다.
처음은 파자마였다. 친구가 된 비진도 언니와 같이 시작했다. 내가 다룰 원단은 인견이다. 인견은 피부에 달라붙지 않고 쾌적한 느낌을 주어 여름 원단으로 인기가 있다. 미끈거리는 특성이 있어 재봉이 쉽지 않지만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
부직포에 패턴을 그리고 자르면 원단을 재단한다. 맨 먼저 재봉은 앞과 뒤를 연결해서 하나의 바지통을 만드는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 바지통이 만들어지면 두 개를 포개어 밑위를 재봉한다. 그러면 벌써 어느 정도 바지의 형태가 나온다. 다음은 허릿단이다. 허릿단은 긴 띠 모양의 원단을 원통형으로 만든 다음 아까 만든 바지에 연결한다. 고무줄을 넣고 창구멍을 막는다. 마지막으로 바짓단을 접어 올려 재봉하면 완성된다.
언니와 함께 만들고 옆에서 선생님이 도와주셔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허릿단과 바지를 연결할 때에는 재단이 정확하지 않아 여러 번 뜯었다. 고무줄을 넣을 때도 고무줄이 중간에 자꾸 빠지는 바람에 몇 번이나 다시 해야 했다. 이런 인고의 과정을 겪고 나서 완성된 바지를 보는 순간 그 과정은 보람으로 승화된다. 우리는 패션쇼 하듯 파자마를 입고 온 공방을 돌아다녔다.
“엄마가 바지를 만들었다고?”
집에 가져가니 가족들이 놀란다. 서연이는 자기가 입을 거라고 선포를 한다. 겨우 파자마지만 소품에서 한 단계 뛰어넘어 옷의 세계에 입문하니 뿌듯했다.
선생님은 브이라인 튜닉 원피스와 프릴 원피스를 샘플로 제작해 오셨다. 재봉틀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머릿속에 떠오르는 환상이 원피스다. 드디어 원피스를 만든다는 사실에 흥분되었다. 원피스는 원단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식서방향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선생님과 함께 천천히 재단했다. 패턴은 집에서 복습해야 하니 소중하게 봉투에 넣었다. 재단이 끝나도 재봉 이전에 준비해야 할 과정이 많았다. 안단을 만들어야 하고 안단에 접착심지까지 붙여야 한다. 파자마보다는 확실히 복잡했다. 앞과 뒤 어깨 부분을 먼저 붙이고 양쪽 소매를 몸판에 연결한다. 팔목부터 겨드랑이를 지나 몸판의 옆선까지 한 번에 재봉한다. 목둘레선의 안단도 앞과 뒤를 연결하여 몸판과 붙인 후 밑단 처리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졌다.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외워지지도 않았다. 재단에 오차가 있거나 재봉이 잘못 돼서 펑커로 뜯을 때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른 분들도 힘이 드신 지 여기저기 한숨이 들려오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수다를 떨고 달콤한 커피를 마셨다. 잠시 쉬다가 보면 해결점이 보였고 그러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안도했다. 서로 격려해 가며 첫 원피스를 만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우리끼리 패션쇼장이었다. 서로 만든 옷을 바꿔 입어 보기도 하고 부족한 점에 관해 토론했다. 소매를 달 때 어려웠던 점에 대해 어떤 방법이 더 편한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의 수업은 강사님의 지도에 의한 개인별 작품제작이 아니었다. 같이 배우고, 토의하고 토론하며 함께 성장하는 수업이었다. 덕분에 늦게 시작했지만 나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튜닉 원피스와 프릴 원피스는 집에 와서도 서너 번 만들어 보았다. 적어도 나 혼자서 두 번은 만들어봐야 그 과정이 머릿속에 들어갔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졌다. 원단을 달리하면 같은 디자인이라도 느낌이 달랐다. 허리선이나 기장을 달리해도 다른 옷처럼 느껴졌다. 특히 원피스의 치마 부분을 생략하면 블라우스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 원피스와 블라우스를 다른 기장, 다른 원단으로 서너 번만 복습하니 여러 벌이 만들어졌다.
내가 만든 옷을 입고 있으면 자신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 몸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성의를 표시하는 것 같았다. 백화점에서 산 비싼 옷을 입었을 때보다 더 예뻐 보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옷이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가 이런 나를 본다면 어디서 저렇게 어설픈 원피스를 사서 입고 있느냐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 단 하나일 뿐만 아니라 이 옷을 만드는 과정과 추억이 깃든 핸드메이드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제 내가 만든 옷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물론 선물할 만큼의 실력은 멀었다. 기성복에 비하면 재봉선이 허약하고 재단도 정확하지 않지만 핸드메이드의 느낌을 함께 하고 싶었다. 소중한 분들께 선물할 생각을 하니 설레어 더 열심히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