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tring Quartet Op. 64, ‘The Lark'
오늘은 내가 입학하는 날이에요. 처음에는 입학이 뭔지 몰랐어요. ‘입학’이라는 말과‘학교’라는 말이 늘 같이 나오는 걸 보니 아마도 내가 학교에 다닌다는 뜻인가 봐요.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이팍’으로 들었거든요.이를 열심히 닦으라는 말인지,초록 이파리를 말하는 건지 아리송했지요. 그런데 나한테 입학이라고 하는 사람들 표정이 재밌더라고요.
“너 입학해?” “드디어 입학하는구나.”
라고 할 때는 내가 엄청 커버린 것처럼 놀라거나 신기해 했어요.유치원 선생님은 입학이라는 말을 하실 때마다 나 혼자 맛있는 것을 다 먹어 서운한 것 같은 표정이었어요.우리 형은‘학교가면 너 이제 큰일 났다!’고 낄낄대며 고소해 하는 것 같았고요.학교를 아직 안 가봐서 입학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뭔가 엄청난 변화가 오나 봐요.내 마음은 어떠냐고요?음...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바뀔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요?그다지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입학,입학 떠들어대니 도대체 입학이 뭔지 궁금하기는 해요.
역시 나 혼자더라고요.나만 아빠 손을 잡고 교실에 들어갔어요.다들 엄마 손인데 나는 아빠 손이었죠.혹시 나랑 비슷한 애가 있는지 둘러봤는데 없었어요.나는 조금 기가 죽었죠.그렇다고 내가 엄마가 없는 건 아니에요.우리엄마는 필리핀 사람이에요.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와도 되는데 아빠는 오늘을 위해 하루 일을 안 나가셨죠.엄마는 자기 일을 다 하지 못해 부끄러웠는지 일어나보니 없더라고요.엄마들 속 우리아빠보다 엄마들 속 필리핀 엄마가 더 나은것같은데 사실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아빠를 이해해요.학교선생님이 알려주시는 걸 잘 들어야 하는데 그건 엄마보다 아빠가 나으니까요.하긴 우리 아빠라고 많은 엄마들 속에 있고 싶었겠어요.
앗!선생님이 나를 보고 웃었어요
우리 엄마도 웃으면 참 예쁜데 요즘은 많이 안 웃거든. 며칠전 아빠랑 싸울 때는 울었거든요.유치원 선생님도 웃으면 예쁠 것 같은데 우리반 아이들이 좀 떠들었어야죠.우리반 아이들은 시시때때로 울었거든요.그러니 선생님이 웃고 싶었겠어요.나도 웃을 수 없었죠.내가 웃고 싶다고 맘껏 웃을 수도 없잖아요.그런데 학교 선생님은 저를 보자마자 웃어 주셨어요.형이 놀릴 때 나를 보고 웃는 얼굴은 절대 아니에요.웃긴 장면을 볼 때 웃는 얼굴도 아니고요.편안하고 따뜻한 웃음이에요.학교 선생님은 원래 많이 웃는가요?나를 보고 저렇게 웃는 사람이 오랜만이라 나는 좋았어요.선생님이 나를 보고 웃었다니까요.유치원선생님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데 웃어서 그런지 얼굴은 더 예뻐요.선생님이 내이름을 부르자 아빠는 내 손을 놓으셨죠.나는 엄청 부끄러웠지만 선생님한테 가까이 가고 싶었어요.나에게“안녕,준영아!”라고 하시며 이름표를 달아주실 때는 달콤한 사탕 냄새가 나더라고요.얼굴이 빨개지며 심장이 두근거렸지만,침을 한번 삼키고는 씩씩하게 인사했어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입학식을 하러 강당에 모두가 올라 간데요.역시 입학이 대단한 일인가 봐요.선생님이 줄을 서보라고 하셔서 저는 맨 먼저 나갔어요.달리기가 빠르기도 했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가까이 선생님 곁에 있고 싶었거든요.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선생님이 맨 앞에 선 여자 친구와 내 손을 잡아주시네요.역시 빨리 오길 잘했어요.선생님 손은 아빠 손보다 작았어요.당연히 더 부드러웠고요.그런데 선생님 손은 너무 차가웠어요.내 손이 따뜻해서 다행이었죠.입학식을 하는 동안도 선생님은 나랑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어 주셨죠.아무래도 선생님은 나를 좋아하나봐요.내가 마음에 드나봐요.야호!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엄마인거 알죠?”
선생님이 엄마래요.말이 되요?나를 보고 웃어주는 선생님인데 거기다 엄마라니...엄청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이래서 입학을 축하한다고 다들 말했나 봐요.엄마선생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새 옷,새 신발,새 가방,새 실내화,새 필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엄마선생님을 만날 줄이야.거기다 나를 좋아해 주는 웃어주는 선생님이라고요.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아빠 손잡고 가는 게 아니라 혼자 걸어갈 거예요.내일도 선생님은 나를 보고 웃어주시겠죠?그랬으면 좋겠어요.웃어주는 엄마선생님을 얼른 보고 싶어요.이런 내 마음이 점점 커지면 내가 친구들보다 제일 먼저 말할 생각이에요.제일 먼저 줄서서 선생님 손을 잡았던 기회처럼 말이죠.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선생님이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