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쟤가 나보고 바보라고 놀렸어요.” “쟤가 나한테 뚱뚱하다고 돼지래요.” “나한테 메롱하고 도망갔어요.” “내 그림 못 그렸다고 친구들한테 말해요.”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수없이 듣는 이야기다. 피해자는 화내거나 운다. 심하면 주먹이 날아가 싸움이 되고, 어린이보다 더 속상한 학부모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가벼운 놀림이 결국 학교폭력으로 커져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경우는 어느 학교에서나 흔한 일이다.
중재자가 되어야 하는 교사는 이런 경우 참 곤란하다. 놀림 사건도 파고 들어가 보면 피해자도 놀림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가 있다. 이렇게까지 화낼 만큼 심한 놀림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마음의 상처는 정확한 자로 잴 수 없기에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싶다. 교사로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죄책감도 들고 학부모의 강한 항의에는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쁜 꽃을 보고 누군가가 ‘꽃 참 못생겼네’라고 말한다면 그 꽃이 문제예요? 못생겼다고 말한 사람이 문제예요? 나는 이 꽃이 참 예쁜데 저 사람은 꽃이 못생겼다 말한다고 화낼 필요가 있어요? 없어요? ”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내 마음이 끌려 들어가 괴로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타인의 말에 많이 상처 받을 뿐만 아니라 상처가 될만한 말을 생각 없이 내뱉는다. ‘내가 만들었지만 꽤 괜찮네’하며 자신 있게 입은 옷을 보고 누군가 ‘그 옷 만들었죠? 딱 티가 나요.’라는 반응에 말도 못 하게 심한 상처를 받았다. 우리 반 아이가 러닝 같은 티를 입고 등교한 걸 보고는 ‘옷을 다 입고 와야지. 급해서 그냥 온 거야?’라고 물으니 ‘엄마가 사준 새 옷이에요.’라며 아이는 울상을 짓고 하루 종일 풀이 죽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웃음이 났다. 사실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볍고 눈에 보이지 않게 둥둥 떠다니는 먼지 같은 것인지. 모든 말이 무겁고 신중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특히 가까울수록 먼지 같은 말을 푹푹 날리기 쉽고, 우리는 그 먼지로 목이 턱턱 막히고 자주 콜록거린다. 먼지는 없는 청정지역에서 살 수 없다면 스스로 먼지를 피할 수밖에.
“**이는 스스로 바보라고 생각해요? “ “아니오.” “아니죠. 선생님 생각에도 **이는 절대 바보가 아니에요. ##이가 너를 바보라고 말하면 **이가 바보가 되나요?” “아니오.” “그럴 리가 없죠. 바보도 아니고, 바보가 되는 것도 아닌데 화를 낼 필요가 없겠죠. 화가 난다는 것은 스스로 바보라고 인정하는 뜻이에요. 그럼 놀리는 아이는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 때 신이 날까요? **이가 화를 내고 울어야 재미있을까요, 반응 없이 무시하면 신이 날까요?” “내가 화내고 울면 좋아하겠죠.” “당연하죠. 그럼 친구가 놀릴 때 **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시해야죠.” “맞아요. 생각 없이 놀리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안 하면 좋겠지만 말이 워낙 쉽게 나오다 보니 실수도 많아요. 생각 없이 놀리는 말에 상처 받는 건 어리석어요. ’ 쟤가 오늘 나한테 실수하는구나.’ 라거나 ‘너는 오늘 눈이 좀 이상하네, 바보가 아닌데 바보로 보이다니.’라고 안쓰럽게 생각해 주세요.” “...... 네.” ”선생님하고 실제로 연습해볼까? ##이가 지나가는데 **이를 보고 ‘바보야!’라고 놀렸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못 들은 척 지나가요.” “좋아요. 또 머릿속으로 생각은 어떻게 한다고요?” “너 오늘 나한테 말실수하네. 바보가 아닌데 바보로 보는 네가 좀 안됐네.” “좋아요. 아주 잘했어.” “그런데요, 선생님. 그래도 기분이 나쁘면 어떡해요?” “......”
이해는 되지만 실천은 참 어렵다. 이럴 때 법륜스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뜨거운 것을 손에 쥐면 '앗 뜨거워!' 하고 그냥 놔야지, 손에서 놓는 방법이 뭔지 나한테 가르쳐 달라하면 내가 뭐라고 말하겠어요? 그냥 빨리 놔요. 그 방법밖에 없어요."
먼지 같은 말에 기분 나쁠 필요도, 상처 받을 필요도 그 때문에 괴로울 이유도 없다. 그냥 먼지 같이 떠돌다 사라지는 말일뿐이다. 먼지를 피하려면 성능 좋은 마스크를 끼고 물을 자주 마시는 수밖에. ‘그 말은 먼지다’라는 생각으로 한 번 거르고, ‘그런 말 자꾸 하면 그 먼지 네 입에 다 들어간다’라고 또 거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