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생각해보면 두 가지 경우다. 자기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너무 마음에 들던지, 아니면 너무 마음에 안 들던지. 전자보다는 후자가 많겠다. 이 질문 이면에 숨겨진 속마음은 또 이런 것이 아닐까? ‘담임을 중간에 바꿀 수 있을까요? 좋은 선생님으로 다시 바꿔 달라고요.’
네네, 그럼요. 저도 학부모인데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요즘 뉴스에 보면 학부모님들이 힘 합쳐 이뤄낸 케이스가 더러 있더라고요.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 우리 반 학부모는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1학년 *반 어머님, 혹시 지금 모의 중인가요?
다시 돌아가서, 담임을 정하는 장면으로 가보자. 부산의 평균적인 초등학교는 25~30 학급 정도이니 담임 배틀에 입장하는 선수도 그 정도 인원이다. 말은 이렇게 해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담임을 정하는 장면은 거의 드물다. (내 교사생활 중 딱 한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옳지 않았다) 본격적인 배틀에 앞서 ‘담임 희망서’라는 종이를 써서 교감선생님께 내는데 과거 담임과 업무경력을 쓰고 앞으로 맡고 싶은 담임과 업무를 1~3 지망까지 쓴다.
학교 이동처럼 담임을 배정할 때도 점수를 매기는데 이 점수는 매년 초 교사와 관리자가 모인 ‘인사위원회’라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정한다. 기피 학년을 맡았으면 고득점을 받고 반대는 점수가 낮다. 일반적으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6학년-전담교사, 5학년-1학년-4학년-3학년-2학년이다. 내가 초임 때는 6-5-4-3-1-2 였는데 내 예감에는 1학년 점수가 앞으로도 상승할 듯하다. 당연히 1년간의 점수로만 정하지 않는다. 그 학교의 4년 차 교사라면 1~3년간 점수를 합산한다. 1년 차는 당연히 0점이다.
여기서 변수가 있다. 바로 부장교사다. 학년마다 1명의 부장을 배치해야 하는데 일반교사를 배치하기 전에 부장교사를 먼저 정한다. 부장을 서로 하겠다거나, 서로 안 하겠다고 하면 과정이 더뎌지는데 내가 근무한 학교, 최근의 모습은 후자가 많았다. 나는 아직 부장을 억지로 맡아야 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생각이다. 우여곡절 끝에 학년부장이 정해지고 나면 드디어 담임을 정하는데 실질적으로는 관리자인 교감선생님이 이 업무를 한다. 혼자 모든 배정을 비밀리에 정하는 경우도 있고 부장교사를 모아 공개적으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15년 전에는 전자가 절대적이었는데 점점 후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나는 교감도 아니고 부장도 아니니 이 과정을 직접 겪어본 적은 없다.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전해 들은 내용이다. 우선 1 지망에 따라 학년별로 교사 이름을 놓는다. 이때 포스트잇에 이름을 적어 붙였다 뗐다 한다고 한다. 한 곳에 이름이 몰리면 점수 낮은 교사 이름을 뗀다. 문제는 이 과정만으로는 순조롭게 나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지망’이니 굳이 처음부터 알아서 빠질 필요가 없지 않은가. 1년 차를 제외하고는 점수도 큰 변별력이 없다.
또 다른 결정적 변수가 바로 업무인데 다들 알겠지만 교사는 절대 아이만 가르치지 않는다. 업무를 해야 한다. 초임 때 나는 이 업무가 더 무서웠다. 대학에서는 배워본 적도 없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데 그 종류는 또 어찌나 많은지. 학년은 6개인데 업무는 30가지가 넘는다. 한 사람 앞에 한 가지씩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 경중의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폭탄 학년이네요’라는 말은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폭탄 업무네요’라는 좀처럼 표정관리가 힘들다.
점수가 비슷해도 지망 학년에서 이름이 떨어지면 업무에서 다소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반대로 점수가 낮지만 폭탄 업무를 맡겠다고 자청하면 학년 배정에서 낮은 점수를 커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간혹 우리끼리 ‘세트’라는 말도 쓰는데 부장을 포함해서 마음에 맞는 사람이 같은 학년을 맡겠다고 ‘세트’를 만들기도 한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세트가 마치 ‘*학년 패키지’처럼 배정이 수월하지만 세트에 끼지 못하는 소수가 있으니 이도 쉽지 않다. (‘세트’에 끼지 못해 몇 번 상처 받은 산 증인이 바로 나다) 아, 이런 경우도 있다. 사이가 극도로 나쁜 선생님들이 절대로 같은 학년에 배정하지 마라고 떼를 쓰는 경우다. 어쩔 수 없이 두 분을 동학년에 배정해야 하기도 있는데 민망하지만 큰 싸움이 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없지만 과거에는 관리자 두 분이 마음대로 정한 경우도 있었다. ‘마음대로’라는 말은 철저히 비밀리에, 점수나 지망과 무관하게 부장과 담임을 정했다는 뜻이다. 이럴 때 우리는 ‘교장 공화국’이란 말을 썼다.
결국, 어떤 관리자는 담임 배정에 머리가 너무 아파하다가 백기를 들고 이렇게 말한다. ‘부장이 알아서 정하세요!’
이처럼 학년 배정은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과정을 엿들을 수도 있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 의논을 하기도 하니 학교 이동만큼 ‘판도라’는 아니다. 올해 나는 5학년에 배정됐다가 발표 하루 전에 어느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1학년 담임이 되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하루 전에 내 의견을 묻는 전화를 받았으니 이 또한 내가 한 결정이다.
무조건 좋은 교사는 없다. 내 눈에도 좋은 선생님과 안 좋은 선생님이 보인다. 물론 나도 좋은 선생님이 내 아이의 담임이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어느 면에서는 좋지만 어느 면에서는 분명 안 좋다. 담임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이유는 교사도 불완전한 인간인 데다가 표준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완전한 인간도 없고, 로봇이 아닌 한 교사를 표준화할 수도 없다.
“역시 정확히 답을 내리기 힘드네요.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것처럼 담임 배정도 그렇게 해요. 그래도 우리 애 담임선생님이 불만이면 어떡하느냐고요? 세상에는 이처럼 다양한 인간이 있다 생각해보세요. 그래도 좋은 점이 분명히 있을 테니 그 점만 보면 어떨까요?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고요? 1년간 인격 수양한다 생각하고 참아보는 건 어떨지... 어쩌면 그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견디고 있을지도 몰라요. 내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고요? 그럼, 뭐. 여러 케이스가 있으니 단체의 힘을 믿어보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