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폐쇄병동에서...(2011년)

by 작은물방울

밖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식사 후 딱 1시간.

오후1시와 2시사이.


"산책나갈 시간입니다."

라고 간호사들이 말을 한다.


그러면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은 철문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잠겼던 철문은 1시가 되면 딱 문이 열리고,

인솔자들과 함께 병원 앞마당에만 나갈 수 있는 권리같이 않은 권리가 주어진다.


병실은 2층.

한계단 내려온다.

다닐 수 있는 곳은 병원 앞마당 조금과 병원 1층과 매점.


어떤 사람은 매점에

어떤 사람은 병원 콘크리트 앞마당을 걷는다.


그래도 병실과 복도가 아닌 땅을 밟는 자유에

약간의 미소가 띄워진다.


"이처럼 인간에게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제는 병실의 한 사람이 탈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폐쇄병동에서는 상의는 상관없지만 꼭 하의는 환자복을 입어야 한다.

그게 환자를 구분하는 결정적 다름.

그 환자는 환자복을 입은채

산 안에 있는 병원에서 도로까지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택시를 탔다고 한다.

쇼생크 탈출처럼 치밀하진 않지만, 마음만은 절절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유에 대한 갈망.


범죄자도 아니지만, 끝내 그 사람은 잡혀들어온다.

아프기 때문에 격리하는 거야 라는 사탕발림같은 말을

병원에 갇힌 모두는 믿지 않는다.

그냥 하얀색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에 갇혀버린 결과만 남을 뿐...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도 일상이더라.


샤워는 저녁 먹고 자기전 7시에서 8시쯤이라는 패턴이 생기고,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 또는 흰색옷을 입은 간호사들과의 대화나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것등이 바퀴가 돌아가듯 그곳에서도 삶이 돌아간다.


어제는 눈이 왔나보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

주말은 병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없어 한가하지만,

면회자가 오지 않는다면, 특별히 산책은 없다.


눈이 왔는데,

그냥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첫눈이구나


빼앗겨버린 몸의 자유.

하지만 난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본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 상상하는 것들을 그들이 지배할 수 없게

한번 눈을 감아본다.

2011년에 입원했던 폐쇄병동을 떠올리며 쓴 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잠으로 현실 도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