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다. 고등학교 중 한 학년을 다시금 다녀야 했다. 누구의 꿈도 그렇든 꿈속의 상황은 논리적이지 않았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당장 내일이 시험이고, 난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마음은 급하고,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조급하게 시험공부를 한다. 이런 꿈을 일주일에 한두 번 꾼다.
아침에 일어난다. 한참을 멍한 채로 있다. 현실에서는 나에게 참 소중한 존재가 곁에 있고, 난 더 이상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원인 모를 불안에 시달리고, 학창 시절의 압박감이 참으로 어두웠던 것 같다. 어쩌면 나의 기본적 감정에는 불안과 초조라는 부정적 감정이 깔려있는 듯하다. 언제쯤이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
현실은 해결해야 할 일 투성이다. 나는 사실 부모님의 건물 임대관리를 맡고 있다. 코로나가 불러일으킨 냉각 효과에 경제가 얼어붙었다. 사람들이 외식을 잘하지 않으니,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분들의 매출이 급감했다. 부모님은 임차인 분들의 힘듬을 함께 나누고자 임대료 감면을 결정하셨다. 임차료를 인하하면 그에 따르는 서류 절차들이 있다. 그 무거운 일들을 처리하고자 원주에 외근을 갔다.
갈빗집은 매출이 반이상 빠지고, 돌 뷔페집은 기존에 예약했던 손님들의 대다수가 예약 취소를 하고, 학원은 휴원을 권고받은 상황. 그분들의 삶의 무거움이 마음으로 전해진다. 몇 달간 임대료 인하를 하는 것에 대한 서류를 받아오는 게 이번 외근의 일이었다. 내가 마음의 병으로 아픈 뒤로는 신랑도 나와 함께 일을 한다. 외근도 신랑과 함께한다.
장소는 원주 시청 앞 인도이다. 갑자기 바람이 분다. 눈앞에 벚꽃이 휘날린다. 순간 벚꽃엔딩이 귀에 울린다. 신랑이 갑자기 뛰며 꽃잎을 잡으려 한다. 시선은 나뭇가지에서 갓 떨어지는 벚꽃잎에 있다. 몸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간다. 대각선 뒤로 뛰어가더니, 실패했다고, 발을 동동 구른다. 나는 재미있어서, 하하 웃는다. 그러고는 나도 꽃잎 잡기에 동참한다. 바람이 꽃잎을 흔들고, 그 울림에 못 이겨 벚꽃잎이 후드득 떨어진다. 폴짝폴짝 뛰다가,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을 때쯤 꽃잎이 내 손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마음도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아직까지 벚꽃잎을 한 장도 손에 잡지 못한 신랑은 더 안간힘을 내본다. 그렇게 앞뒤를 오가다가 다시 앞으로 가더니, 두 손으로 '딱' 박수를 치며 꽃잎 한 장을 붙잡았다. 그러며 내게 선물이라며 떨어지다 잡은 벚꽃잎 한 장을 준다. 마음이 꽉 찬 느낌이다.
이런 게 행복이지 않을까?
누구나 자신의 삶에 짊어진 무게가 있을 것이다. 먹고살아야 하니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쳇바퀴를 도는 듯 살아간다. 나에게도 일은 참 무겁다. 그럴 때 유머러스하게 현실에 집중할 수 있게 신랑은 장난을 걸어온다. 글쎄... 길거리에서 다 큰 어른 두 명이 벚꽃잎을 잡으려고, 가로수 밑을 왔다 갔다 하며 깔깔거리는 게 다른 사람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집중하는 순간에 난 삶의 무게를 잊는다.
사실 꿈의 세계에 아직 신랑이 도달하지 못했다. 나는 꿈만 꾸었다 하면, 내일이 시험이다. 중압감과 압박감을 홀로 온전히 느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 빛나는 출구가 나타난 것이다. 고민과 걱정에 휩싸여 있을 때, 유머와 장난을 걸어오는 나의 단짝. 가끔은 정말 유치하고, 유머러스한 일들을 해보는 건 어떨까?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는 것같이 쓸모없고, 쓸데없이 보이는 행동들이 때로는 삶의 행복을 불러일으키니까.
마침 밖은 벚꽃이 떨어지는 때이다. 행복을 발견하기 참 좋은 날이다.
번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어포를 산다면, 꼭 껌과 함께!
같은 날 외근이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 들른다. 급하게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서, 신랑을 보니 손에 간식이 들려져 있다. 어포. 어포는 말린 생선을 튀긴 먹거리다. 그렇게 잠시 후에 펼쳐진 일은 모른 채, 순진하게 어포를 들고 차로 향했다. 시동을 걸고 출발. 신랑이 어포를 맛나게 먹는다. 나도 몇 조각 뺏어 먹어본다.
어포는 바삭바삭하다. 그리고 치명적인 목 막힘을 불러일으킨다. 물을 사지 않았던 우리, 차 안에 실린 건 액체류는 진짜 조금 남은 커피정도였다. 운전하면서 기침을 미친 듯이 한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차 안에서 물을 찾으려 해도 아까 진짜 조금 남은 커피가 전부였다. 급히 빨대를 빨아보지만, 목이 축여지지 않았다. 다시 목말라서 생기는 기침이 차 안에 울려 퍼진다. 콜록콜록... 액체류가 필요했다. 어포는 입안의 습기를 모두 빼앗아갔고, 기침은 심해졌다.
그때 발견된 건 운전석 옆의 껌. 그래 껌이다. 이 껌이 마른기침으로부터 구해 줄지도 모르다. 딱딱하고 건조한 껌을 씹기 시작한다. 1초 2초 3초 그리고 4초 정도 미친 듯이 씹자. 껌이 물컹물컹해진다. 드디어 침이 마른 목에 축여진다. 그제야 기침이 잦아들었다. 고속도로에서 샘솟는 샘은 껌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20분쯤 달리더니(껌을 씹더니) 한마디 한다. "아 이제 좀 살겠다." 옆에서 몇 조각 어포먹고 목이 간질거렸던 나. 살포시 껌으로 손을 뻗는다. 그렇게 쓸데없는 추억 하나 더 추가해본다.
공감과 댓글은 글을 쓰는 저에게 참으로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