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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물방울 Apr 21. 2020

숨에 담긴 꿈



사실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꿈은 포부는 컸어. 큰 무대에서 노래하듯이 나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바랐지. 그게 교보문고이건 영풍문고이건 다른 책방이건 간에.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코너에 내 책이 놓여있는 상상을 했어. 그 매대 앞에 서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사람이 친구와 신나게 이야기하는 상상을 했지. 꽤나 생생하게 그려질 정도로 꿈꿨어. A4 한 장도 채울 줄 모르면서 꾼 꿈이니 참으로 큰 거품을 품었던 것 같아.




꿈이 현실이 되면 참 좋으련만, 그러지 못했어. 사실 난 유명대학교의 통계학과를 나왔어. 대학원 진학 후 유학을 꿈꾸었지. 그 뒤에는 회사나 대학교에서 전문가로서의 연구를 할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어. 하지만 '조울증'이란 예기치 못한 질병과 마주하게 되었지. 조증 때는 현실에 발 디딜 수 없이 들뜬 꿈을 꾸고, 울증 때는 과도하게 침체되어 일상생활하는 것도 버거워졌어. 큰 포부와 꿈은 물거품이 되었지. 그렇게 비바람 치는 큰 폭풍우를 겪었어.




지금은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사뭇 평범한 현실을 살아. 책은 만들지도 못했고, 유명해지지도 않았지. 그냥 가끔 글이나 블로그에 올려. 그나마 브런치란 플랫폼에 세 작가란 소리를 듣고 사는 소위 구멍가게 작가지. 구독자는 100명도 채 안되고, 라이킷은 10개가 채 안 달리지.




어릴 땐 거대하고 위대한 사람이 될 거라 막연히 생각했었어. 세계에서 유명해지고, 한국에서 알려지는 누군가가 되리라 생각했었지. 더 나아가 텔레비전에 전문가나 유명인사로 내가 나올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 당연히 서점 한편에 나의 책이 꽂혀 있을 거라 생각했지. 지금의 모습을 꿈꾸진 않았어.




하지만, 작은 구멍가게 작가지만, 구독자는 많지 않지만, 난 희망을 접지는 않았어. 비록 밀리언셀러가 아니어도,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지 못하더라도, 단 한 사람의 마음에 울리는 글이어도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가끔 나의 글에 공감하시는 분들의  댓글이 마음에 달달한 샘물이 샘솟는 기분이 들어. 우울의 어두운 동굴에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게 기쁘더라.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사람에게 진정한 도움을 주는 것도 참으로 뜻깊어.



사진출처: 픽사 베이_ 숨을 크게 불어봐~ 꿈이 훨훨 날지도.



숨은 살아있는 한 계속 쉬어야 해. 죽음을 가늠할 때, 코에 손을 대보는 건, 숨이 생명의 흔적이라는 뜻일 거야. 지금 코에 손을 대보아봐, 생명의 흔적을 느껴봐. 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숨을 쉬고, 다 쓰고 이 글을 몇 번 읽을 때에도 숨을 쉴 거야. 나의 호흡마다 그 마디마디마다 나의 꿈이 퍼지기를 소망한 적이 있었어.  글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은 꿈 말이야. 어리석고 어렸지만, 내가 쓴 글을 읽고 깊은 울림을 받기를 꿈꿨지. 




비록 어설픈 글이지만, 난 이 글을 읽는 지친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 지금의 너도 참으로 가치 있다고, 지금 그대로의 마음도 참으로 빛난다고. 그리고 무엇을 꿈꾸든지 존재 자체로 당신은 소중하다고. 





그러니, 작고 여린 꿈이라도 가슴에 품어보자. 그 꿈의 씨앗이 어떻게 자랄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니까. 한때는 세상이 종말 할 거라 믿었던 나도, 지금은 희망을 꿈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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