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이상형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싶은가요?

by 작은물방울


27살. 연애하기도 꽃다운 시기이자, 결혼에 대한 생각을 다지는 나이였다.




평소 주변에 참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친구 한 명쯤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자기 관리가 철저해, 예쁘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학업에 대해서도 진지했다. 시기마다의 목표가 뚜렷했다. 학과 성적이 잘 나오는 건 물론이며, 토익도 900이 넘었고, 보험계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뒤 신이 숨겨둔 직장인 공사에 취직했다. 내가 관찰했을 때는 어느 대기업 며느리로 결혼을 하게 되어도 정말 어울릴 것 같았다.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그런 친구가 한 명 있었다.





12월이 여름인 나라 호주로의 여행을 그 친구와 함께 계획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돼 그녀의 결혼관이 있었다. 27살. 난 나이에 비해 조금은 어리고, 연애에는 서툴렀고, 결혼은 꿈도 꾸지 않았을 때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이미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한창 소개팅을 하는 등 결혼에 대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친구였다. 나는 문뜩 친구에게 궁금한 점이 있었고, 정말 여러 호기심에 하는 질문처럼 운명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00아, 넌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부캐_꽃.jpg 27살은 꽃다운 나이이다. 출처: 픽사 베이


나는 당연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스펙도 좋고, 몸매도 좋고, 얼굴도 괜찮은 사람과 결혼을 꿈꾸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정말 구체적이었고, 현실적이었다.





"나는 일단 나보다 못하는 게 하나 이상 있는 사람이 좋아.
집안도 너무 잘난 집안보다는 우리 집이랑 비슷한 수준의 집안이 좋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TV 보는 걸 즐기는 사람이 좋아.
너무 책만 보고 이런 사람은 별로더라."





내면이 지진처럼 흔들렸다. 나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구체적으로 결혼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이처럼 자세히 현실적인 바람이 담긴 이상형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난 키는 180이 넘고, 얼굴은 현빈처럼 준수하고, 직장은 대기업이어야 하고, 학교는 연고 대정도는 되어야 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면 좋겠다. 이런 정말 막연한 이상형만 생각했다. 이뤄질 것 같은 현실적인 이상형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 이후로 조금 진지하게 나의 신랑감에 대해 꿈꾸기 시작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뭘까?’





많은 고민과 생각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또렷이 떠오르는 나만의 이상형이 있었다. 나중에 이상형이 이렇다고 말하니, 어떤 사람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하네라고 표현했을 정도이다. 신랑감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완벽히 적합한 사람은 이거였다.





‘(비록 내가 꾸미고 있지 않더라도)
싸워서, 화가 나 있더라도, 내가 살짝 애교 피우거나 예쁘게 말하면,
화가 스르르 풀리는 사람’





진심이다. 사실 나를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냥 바라만 봐도 짜증이 나거나 싫을 수 있다. 특히나 집에서 편안하게 있을 때는 외모적으로 풀메이크업을 하지도 않고, 옷도 잠옷 같은 편안한 걸 입는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화가 나있을 때, 살짝의 애교나 말로 상대의 감정을 녹게 만들 수 있는 건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꾸미지 않고 있고, 화가 나있는 상태에서 건드리면 정말 더 화가 화산처럼 분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배려하지 않는 사이라면, 화는 더 큰 화를 부르고 싸움은 진흙탕처럼 번질 수도 있다. 살짝의 애교가 비꼼으로 들릴 수도 있고, 한 번 싫어진 사람은 가까이하기 싫은 법이니까.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다행이다. 지금의 신랑은 어느 정도 이 조건에 만족하는 것 같다. 사실 이 요소보다 더 나은 부분은 화를 잘 내지 않는다. ‘다르다’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조금 더 너그럽다. 그리고, 귀찮거나 피곤해도 나를 위해 희생해주는 부분이 많다. 매일 밤 약을 먹어야 하는 나를 위해, 신랑이 해주는 일이 있다. 대부분은 스스로 잘 챙겨서 복용하지만, 때로 너무 피곤할 때 물을 가지러 가기도, 약을 가지러 가기도 귀찮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신랑도 많이 힘들지만, 나를 위해 물과 약을 가져다줄 때가 많다. 가끔 (신랑에게는 아니고 체력이 달려서) 짜증이 날 때, 먹은 약 껍질을 침대 위에 올려놓기도 하는데, 아무 말 없이 치워준다. 그러고는 미안해서 신랑에게 살짝 다가가 볼에 뽀뽀해주면, 신랑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실 짜증이 났을 텐테, 약간의 스킨십으로도 기분이 풀린다는 건 진심 나에게 주어진 복이라고 생각한다.




연인.jpg 당신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_ 사진출처:픽사 베이




결혼 적령기에 있다면, 아직 결혼을 하기 전이라면,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꿈을 구체적으로 꾸는 건 중요하다. 이 꿈이 나의 20대처럼 너무 허황되고 외모에 치중된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내가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적어 내려 가 보자. 혹시 아는가 자석처럼 내가 꿈꾸는 이상형과 한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게 될지. 내가 꿈꾸는 이상형이 평생 내 옆의 사람이 될지. 아니 나는 확신한다. 스스로 그린 구체적인 이상형이, 그 사람을 내 옆으로 끌어당기게 될 거라고 말이다.






‘자, 당신과 함께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당신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가?’





메모_결혼.jpg 예전에 내가 직접 쓴 메모_나의 결혼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