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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Oct 07. 2018

대학, 공부, 박사... 그리고 미래

회사를 다니면서 기회를 얻어 파트타임 박사과정을 할 수 있었다.

바쁘게 2년 반 동안 30여 학점의 수업을 들었다.

국내에서 박사학위 과정에 들어가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학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수업을 일반 학생들과 같이 듣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공용외출이나 플렉시블 출근제 등을 이용하여 1시간 반 정도를 자차로 이동하여 수업을 듣고

다시 회사로 오는 날들이 나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코스웍이 끝난 후 시간이 언 5년이 지났다.

회사에서의 직급도 올라가고, 일도 바뀌었다.

연구소에서 개발실로 옮기면서 더욱 바빠졌고 그러면서 박사 졸업은 우선순위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님은 바쁜 일정에 나의 졸업을 챙겨주기 무리가 있으셨던지

논문 지도 교수님을 따로 배정해주셨다.

그분은 회사에서 50세 이상 부장들에게 주어진 연구교수, 산학교수의 코스로 대학교로 오셨다.

요즘은 기술 유출 또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라고 2년 동안 회사에서 월급을 주고

학교나 협력업체로 보내서 스스로 자립하는 기회를 주는 제도가 있어 이렇게 오신 교수님들이 많아졌다.

나에게는 매우 큰 행운이었다.


회사에서 틈틈이 학회 발표를 했고, 그 내용으로 논문을 썼다.

그리고 SCI 저널에 세편이 게재되기 전에

지도 교수님은 '졸업을 준비하라'라는 꿈만 같은 문자를 주셨다.

지금 두 편이 게재되었고, 한편은 심사 중이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내가 무엇을 위해 '박사' 과정에 들어와서 이 고생을 했을까?

그리고 한국에서 '박사'란 무엇이고, 대학원은 왜 있으며, 교수와 대학원생이라는 관계는 언제까지 존재할까?




박사 논문 심사를 위해서는 타대학 교수님 두 분을 심사관으로 모셔야 했기에

회사에서 퇴사 후 교수님으로 계시는 분을 찾아가서 저녁식사에 술 한잔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십여 년 전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이었지만

지금은 인자한 교수님의 모습으로 학생들과 토론하기 좋아하시는 그 분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대학 교육,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바뀌어야 함'을 알고 있으셨고, '기초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계셨다.

그러나 어떻게?라는 부분에 막혀있으셨다.

화학 공학이라는 과의 테두리에 기존 교육 시스템을 반복하기보다는

랩뷰 같은 코딩도 필요하고, R 프로그램과 같은 통계 처리도 중요하고

산업 현장의 생생한 긴장감도 전달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과연 바쁜 행정 업무 속에서 과제도 따야 하고, 논문 지도도 해야 하며, 수업 준비도 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특히 정년 교수가 되기 전에는 더욱 압박이 있는 '논문 편수'는

과연 기존 대학 시스템에서 가능할까라고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주말 조용한 커피숍에서 거창하게 대학, 교육, 박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런 저럼 잡념에 묻혀 있다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알아보았다.


'미네르바 스쿨'

일전에 떠들썩했던 미네르바가 떠올랐지만

실제 대학 교육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며 수년 전 미국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미네르바 스쿨이 하버드 대학 경쟁률보다 높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기존 대학 말고 방송통신 대학, 사이버 대학 등으로 변신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한발 더 앞서 2030년이면 대학의 반이 문을 닫는다는 위기감에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7개의 도시를 돌면서 인문학부터 컴퓨터 사이언스까지, 인턴 생활을 하며 인터넷 토론 형식으로 수업을 받는

미네르바 대학이 구글 등 유수한 기업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그리고... 다시 초등학교 다니면서 학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스마트폰 게임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꾸중 듣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내신 영어를 위해 30여 년 전 공부했던 맨투맨 영어 책의 문법을 공부하는 아이들...

2020년이 되면 대학 정원 대비 수험생이 줄어든다.


그리고 한국의 출생률은 세계적으로도 급감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 하나다.

매월 갱신하고 있는 월 출생아수는 이제는 통계청 단골 뉴스가 되었다.

1년에 30만 명 이하로 출생아수가 내려간 것이 몇 년 전이니, 자연스럽게 대학 정원 수는 급감할 것이고

못 버티는 대학은 퇴출될 것이다.




사회는 IT 기술, 인공 지능 등의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압력에 쓰나미처럼 기존 체제가 무너지고 대체될 것이다. 그 과도기에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왜 박사 학위를 따려고 했나 자문해본다.


그리고 100세 시대에 십여 년 전에 보았던 연예인들이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지... 수명이 길어졌으니 생각의 길이도 더 늘여보고, 호흡도 더 느리게 살아야지


얼마 전 재밌게 보았던 미스터 선샤인에서 유진 초이와 함안댁이  49세로 동갑내기였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여러 잡념을 묻으며 웃음을 선사하는 답이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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