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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Mar 21. 2021

프로젝트의 중반을 넘어서다...

명량 해전을 떠올리다.


매일매일 전쟁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벌써 프로젝트는 중반을 넘어서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회의와 저녁 회의, 그리고 토요 발표까지 목과 어깨가 쑤신다. 오늘은 목욕탕에 가서 따뜻한 물에 온 몸을 담그니 천근만근 같은 몸이 조금은 회복되는 듯 했다. 




 문득 임진왜란 중에 이순신을 한양으로 압송한 후 왜 부산을 공격하지 않았느냐고 갖은 고문을 한 후 원균의 대패 소식에 다시 전쟁으로 내려 보낸 선조가 생각났다. 전쟁 중 장수를 잡은 왕. 그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그리고 그 왕을 뒤로한 채 다시 터덜터덜 걸어 내려가는 이순신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당시 조정의 많은 관리들은 왜 이순신을 잡아 올리라고 한 것일까? 그리고 선조는 명나라에 도움을 청한다. 명나라가 참전하게 되고, 명의 장수 진린은 왜적의 수급을 챙기느라 바빴고 그 앞에서 이순신은 분을 참는다. 적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는 전쟁.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셨을 때, "칼의 노래"를 읽으셨다. 그때 후배의 전화 한 통을 받고 회사 일 끝나자마자 여의도로 간 기억이 난다. 왜 내가 뽑은 대통령이 탄핵당하신 것이지? 그리고 나도 김훈의 "칼의 노래"를 사서 보았다. 소설의 시작은 한양에서 고초를 당하고 힘들게 내려오는 이순신에서부터 시작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된 인간의 DNA는 그 이후 변화가 없었다. 인간 역사 수천 년이라고 하지만 역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근본이 새겨진 DNA가 변하지 않았기에 비슷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과 배경이 달라졌을 뿐 그 장면을 보는 관객은 마치 데자뷔를 보는 듯 비슷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다.

 


 

 전장에서는 매일매일 작은 전투가 있다. 금방 제압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어떤 곳에서는 아주 길고 오래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곳도 있다. 그곳에서는 왜 빨리 제압하지 않느냐는 상관의 다그침이 매일매일 전달이 되고, 지휘관은 보급품부터 지도 제작, 적의 동태, 부하들의 사기를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매일매일 우군인지 적군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상관들을 상대하느라 지쳐간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총성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승패가 갈린다. 그리고 총사령관은 진격을 명한다. 가능성이 있는 전쟁이니 총공격을 하라고... 




 나는 종종 꿈속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새벽에 깨어난다. 그리고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이 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시간들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20년 근속 휴가를 맘 편하게 쉬고 싶다. 조만간 그때가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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