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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첨물 Apr 22. 2021

백의종군...그리고 명량을 꿈꾸며

“이날 새벽에 배설 (1551년)(裵楔)이 도망갔다 [난중일기 1597년

나는 杖毒(장독)으로 쑤시는 허리를 시골 아전들의 행랑방 구들에 지져가며 남쪽으로 내려와 한 달 만에 순천에 당도했다. 내 백의종군의 시작이었다.”[칼의 노래 14쪽]


이순신이 떠올랐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갑자기 다른 곳으로 전배를 가게 되었다.

문책성인지 스카우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큰 전쟁에서 승리 후 남은 잔불들이 걱정이었다.


수많은 말들이 있었고

위로부터 들은 것보다 아래로부터 들리는 말에 더 마음이 아팠다.


전배는 갑작스러웠으며,

인사 명령 공문 없이 소속이 바뀌어있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새로운 곳으로 짐을 옮겼다.

남은 이들이 걱정이 되었지만

떠나는 길이 바빴다.


프로젝트 단톡 방을 모두 나가고 나니

핸드폰이 조용해졌다.

문서 권한도 제한되었고

새로운 곳에서의 일들을 담은 메일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떠나기 전 전장의 지휘관과 악수를 했다.

비록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매일 아침 1시간씩 이어지는 고성과

어떻게든 불량률을 낮추겠다는 의지가 기억에 많이 남어서일까

"수고했다"는 말은

거기서 처음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짐을 정리했고

"왜?"라는 의문의 얼굴들을 뒤로 한채

파우치 버스를 탔다.


새로운 곳에서는 외인부대처럼

나처럼 갑작스럽게 모인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짐을 풀고 낯선 이들을 보니

여기서의 삶이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새로운 수장은 목표는 무모하게 높게 잡으라는 말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와인 1병을 서른 남짓 모인 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와인 한잔을 마시며

'조용함'을 즐기려고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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