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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보라 May 03. 2022

감사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면

의식하는 대로 펼쳐지는 삶


빵 먹고 싶은 날은 빵집만 보이듯, 없는 것에만 집중하면 순식간에 삶은 불만족스러운 여정이 되죠.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여과하는 우리 뇌 덕분에, 감사한 것에 집중하는 순간, 흙빛 삶은 아름다운 색을 되찾을 수 있어요. 어쩌면 우리에겐 엄청난 자유가 있는지도 몰라요. 내가 의식하는 대로 펼쳐지는 세상이라면요.


내가 원하는 대로 의식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쩌면 삶은 이미 가진 것들로 넘쳐나고, 길고 짧은 추억을 나눈 인연들은 너무나 소중하며, 나의 가족들도 울퉁불퉁 사랑하게 될지 몰라요.


끝없는 하늘에 닿고 싶어 동동 구르던 발을 멈추고, 이미 내가 선 땅을 바라보면 어때요. 어쩌면 우리는 너그러워질지 몰라요. 삶에 요구하던 것들, 스스로에게 요구하던 것들, 주변인에게 요구하던 것들에 말이에요.


…라며 쉽게 감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끔 감사는커녕, 모든 것이 못마땅해 공중에 욕지거리를 외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억울하다고, 내 인생이 가장 가엾다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냐고. 그럴 때마다 용감히 시도합니다. 감사요? 아뇨! 있는 그대로 억울하기를요. 하지만 억울함과 나와 분리하기를요. 마음챙김이지요.


자신에게서 한 발 물러나 관찰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자신과 느낌, 자신과 생각을 분리해낼 수 있다.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이 곧 내가 아니라 나에게 일어나는 한 가지 현상임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감정과 생각에 스스로 압도되어버리는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내 속에 정착한 부정적인 습관이나 믿음이 만들어내는 생각과 느낌, 감정을 확인할 수도 있다.

김권수,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책들의정원 (2017), p.121


과학자처럼 내 감정적 반응을 관찰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아요. 하지만 반응과 나 사이에 아주 조금의 틈만 있으면 됩니다. 단 한 번의 호흡이면 틈이 벌어지죠. "화나 죽겠어!"가 아니라 "어, 내 마음이 화가 났네?"가 되어요.


더 나아가서는 뮤지컬 캐릭터를 분석하듯, 나를 분석까지 해봅니다. "아이고, 어렸을 때 경험이 떠올랐구나." "그냥 인정받고 싶었구나." "사실 버림받을까 봐 불안했구나."


공중에 욕하던 사람에서, 감정을 관찰하는 과학자가 되고, 자가 분석 리포트까지 쓰고 나면, 역설적이게도 나를 가두던 감정 덕분에 자기 이해도가 높아지며, 한층 자유로워집니다. 그래서 결국, 그 감정에 감사하게 되지요. 더 나아가, 어쩌면 못마땅한 그 사건에, 못마땅한 나에게, 못마땅한 인생에 감사하다 말할 수 있을지도요.


오늘 나는 내 감정을 얼마나 관찰하고 있나요? 억울함 때문에 곧장 감사하기가 어렵다면, 억울함을 관찰해 자유를 찾고 감사까지 도달하는, 친절한 감정 과학자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Instagram: @waterflakedra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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