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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아 Jul 22. 2023

피드백과 커뮤니티

내가 직장으로 다시 돌아온 두 가지 이유

피드백과 커뮤니티는 내가 다시 회사라는 근무 환경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가장 큰 두 가지 이유이다.


피드백 - 성장의 자양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정확하고 올바른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일단 동료가 없고, 인사 평가가 없었다. 어느 누구도 나를 관리감독하지 않으니 내 업무 방식에 대한 조언을 받을 일도 없었다.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피드백은 '일감'과 '번역료'의 형태로 왔다. 일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프리랜서에겐 긍정적 피드백이다. 나의 서비스가 돈 주고 살 만하다는 것이니까.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일을 맡길 때 '샘플 번역'을 확인하거나, 번역 테스트를 치른다. 번역 테스트는 무료 또는 유료로 치르고, 테스트를 통과한 경우에 나에게 일을 준다. 일을 한 번 받으면 돈을 지급 받는다. 나의 번역이 클라이언트 마음에 들 경우 나에게 또 번역 일을 맡긴다.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일을 줄 경우, 나를 5년 10년 동안 찾는다는 것은 엄청나게 긍정적인 피드백이다. 만약 번역 테스트 이후에 연락이 오지 않거나, 나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오지 않거나, 프로젝트를 한 번 진행한 이후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이건 부정적 피드백이다. 나와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거나, 나의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번역 프리랜서로서 받는 이러한 정확하고 냉정한 피드백 외에 나는 한 명의 '일하는 사람'으로서 받는 피드백을 원했다. 내가 일을 잘 하고 있는 건지, 나의 일하는 방식이 어떠한지 객관적인 평가가 궁금했다. 때때로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리뷰'를 남기기는 했지만 (ex 마감 시간을 잘 지킨다, 번역이 꼼꼼하고 정확하다 등) 그뿐이었다. 직장 생활을 했을 때 선배들이 해주던 피드백, 상사가 나에게 해준 주옥같은 말들과 같은 피드백은 없었다.


때때로 어떤 조언은 상처를 주고, 어떤 피드백은 매우 왜곡되어 있으며, 인사 평가의 객관성을 의심하자면 끝도 없다. 다 사람이 하는 거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동료 사회인들에게 받는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고 경청할 만하다고 믿는다. (물론, 그중에는 영양가 없는 피드백도 많지만) '일 처리 속도가 빠르다', '디테일에 강하다', '추진력이 더 필요하다' '실행력은 좋은데 마무리를 잘 지었으면 좋겠다' 등의 다양한 피드백은 나의 업무 방식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지 알게 해준다.


직장이라는 커뮤니티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면서 한 글로벌 기업의 의뢰를 받아 그 기업의 직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번역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된 적이 있다. 몇 달 동안 글로벌 대기업 미국 본사에 재직하는 직원들이 회사, 정체성, 성장 등에 대해 한 이야기들을 번역했다. 번역하기 위해 아주 꼼꼼하게 읽다 보니 인터뷰 내용을 거의 머릿속으로 흡수하게 되었는데, 정말로 재미있었다. 각자 그 회사에 입사한 이유, 그 회사에 다니면서 좋은 점과 어려운 점, 가장 좋았던 업무와, 일을

수행하며 느꼈던 점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중에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나왔다. 직장이 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삶의 반경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뷰 내용을 들으며 그 회사 사람들이 직장 내 동아리에 들고, 같은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고, 함께 스터디를 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다들 그 직장이 자신들에게 그러한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것에 상당히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 또한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가 나의 커뮤니티가 되는 경험을 했다. 자연스레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동료들과 가까이 살게 되고, 그러면서 운동을 같이 다니는 사이가 된 경험. 아침, 점심, 저녁을 함께 먹고, 야식까지 먹으면서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된 경험. 몇 달 동안 함께 일하며 어느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 경험. 그래서 가족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팀원에게 털어놓던 경험들.


프리랜싱을 하면서 그런 커뮤니티가 상당히 그리웠다. 물론 직장은 단순히 일하고 돈 받는 곳이고, 직장 커뮤니티가 아니어도 직장 밖 친구들이 있다. 직장 밖 친구들은 직장 얘기를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오래된, 좋은 지인들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각자의 삶이 바빠지면서 아무래도 20대만큼 직장 밖 친구들을 편하게 만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게다가 다들 가정이라도 생기게 되면 더 교류하기 어렵다.


그래서 커뮤니티로서의 직장의 역할이나 비중이 조금 더 커지는 것 같다. 우리가 하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식사를 함께 가장 많이 나누는 사람들이니까.




그래서 지금의 난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피드백과 커뮤니티라는 두 가지 가장 큰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프리랜서 환경 보다는 직장 환경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나의 삶을 매일 매일 내가 관리감독하는 삶이 정말 어렵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프리랜싱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보석같은 자유와 장점들을 발견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은 것 같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삶이 있다.


프리랜싱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30대에 재취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길, 또는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잘 찾았으면 좋겠다. 나의 글을 통해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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