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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물킴 Feb 01. 2021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를 해보았다

프리랜서를 만만하게 봐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 세워뒀던 계획이 무산되고 나에게 약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 시간을 일이든, 취미든, 인간관계든 오롯이 내가 원하는 대로 꾸려나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반년이 훌쩍 흘렀다. 돈을 벌면 좋고, 잃게 되면 수업비라고 생각할 참이었다. 


N잡, 또는 프리랜서가 목표였다기 보단, 하고 싶은 일을 벌이다 보니 그것이 그렇게 불리는 형태의 일과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명확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N잡, 프리랜서 등으로 자칭하는 것이 주저스럽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과연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싶은 순간을 마주할 때도 꽤 잦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퇴사했다고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서로의 길이 다를 뿐.


프리랜서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방법이야 찬차만별이겠지만, 몇 가지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룰이지 않을까 싶은 것들을 적어본다. 



1. 나의 실용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일로서도, 인간관계로서도 적용되는 이야기였다. 대부분 회사생활을 하며 생겨난 인간관계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대체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일이 대답할 필요를 못 느껴 웃고 말 때도 많았지만, 더 정확한 이유는 나도 내가 벌이는 일들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정의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간판과 명함이 사라진 이상,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어떤 성과를 이뤄냈는지 등을 스스로 효과적으로 증명하고 보여내야 하는 상황들이 생겼다. 이것을 '관종력'이라고 부를 것인가 고민해본다면,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 '관종력'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졌다. 나 스스로도 쉽게 지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는 사람 역시 그 '관종 짓'을 지켜보는 것에 지쳐갔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에게 필요한 건 실속이었다. 


금전적이든, 심적이든. 실속 있는 거래가 성립된다고 상호 확인이 되는 순간 그것이 관계로도, 일로도 발전될 수 있었다.



2. 인맥은 친한 친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친한 친구 중에서 인맥이 되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절친 정도의 친분이 없더라도 상대의 실용성과 신뢰에 대한 검증이 끝나면 인맥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인맥은 일의 물꼬를 터주거나, 영업을 하지 않아도 수익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친분도 생기겠지만, 결국 그 인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실용성과 상대방의 실용성이었다. 


실용성은 친분을 뛰어넘는 위력을 가졌다.



3. 효과적인 시간관리는 필수다.

회사 간판을 떼고 내게 남은 건, 결국 '문제 해결 능력'이었다. 어떤 것을 과제로 정의하고, 어떻게 솔루션을 찾고, 진전시켜낼 것인가. 10여 년의 경력이 없는 채로 '프리랜서'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시작했다면 상당히 허둥댔을 것 같다. 일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부딪히며 배웠던 경험이, 결국 내가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시간은 정말 돈과 같았다. 모든 일처리를 A to Z 내가 해야 할 뿐 아니라, 돈을 버는 행위 외에도 온갖 경상 처리, 의식주 해결 등이 모두 내 손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저글링을 해내는 것처럼 이 것들을 돌려내는 루틴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꼭 문제가 생겼다. 


일에 매몰되어 의식주가 망가지거나,
의식주를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일이 뭉개지거나.


평소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고, 스스로를 푸시하는 일련의 행위를 꽤 즐겨왔던 나는 이 라이프 스타일에 크게 재미를 느끼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회사원'의 라이프스타일이 최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원이라는 직업은 상대적인 안정 제공, 미래에 대한 계획 허용, 가치 창출 외 분업을 통한 시스템 구축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1인 기업 등의 소규모 형태보다 기동력과 의사결정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협업을 내려다 상쇄되고 마는 능력과 시간의 로스도 상당히 많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하고,
그것을 해내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과
프로세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의 경우에는 3-4가지의 전혀 다른 카테고리에서 각각 가치를 창출하고 싶었고, 서로 그 사이클이 전혀 달라 프리랜서라는 형태의 업무 프로세스가 매우 적합했고, 또 그게 다행히 나에게 잘 맞았다.



4. 수익보다 중요한 건 비용 컨트롤이었다.

프리랜서는 불안정하다. 수익을 규칙적으로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익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이는 회사생활이 충분히 도움되었다. 


하지만 수익 창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용, 소비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원 때는 회사의 비용이라는 것에 상대적으로 무디기도 했지만, 그것을 담당하는 재경팀 등의 역할이 별도로 꾸려져 있었기에 협업 정도의 에너지를 투입하면 될 일이었다. 


프리랜서에게 비용 컨트롤은 
수익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안정과 시간을 벌어주는 일이었다. 


효과적으로 줄여낸 비용으로, 불안정을 뚫고 하고 싶었던 일을 조금 더 오래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에 대한 관념도 완전히 바꿔내야 했다. 미래를 예측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가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 많은 소비를 허락해줬었지만, 이젠 달랐다. 무조건 아낀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다. 수익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파악하고, 어떤 소비를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 할 것이냐를 온전히 스스로 결정해내야 했다.



5. 다양한 수입원 마련이 필요하다.

단 한 가지 종류의 일만 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얻어내는 프리랜서도 많이 있긴 할 것이다. 다만,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온전히 혼자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수입원의 다양화는 꼭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시장과 돈의 흐름에 대해 예민한 촉을 세울 수밖에 없고, 여러 개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굴려내는 것이 회사를 다닐 때처럼 일상적인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6. 주체성을 확보하는 순간, 일의 재미는 절대적이다.

이런 다양한 변화와 어려움들 속에서도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보니 상당히 재밌고 즐거웠다. 물론 이 즐거움도 모든 프리랜서들에게 허용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이 주체적이고, 다이내믹하고, 즐거운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생각이 꼬리를 물었고 그것이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 비용을 줄여낼 것인가, 시간을 관리해낼 것인가, 스스로 발전할 것인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것인가, 그것을 또 나에게 적용시켜 비즈니스화 할 것인가. 회사원 때도 운 좋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던 편이었지만


내 아이디어로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안정화까지 시켜낸 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한 일이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내며 사는 사람들과 세상이 있었다. 굳이 회사라는 조직에만 의존해, 그 안에서만 내 꿈을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새로운 꿈과 동력이 나에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관점과 태도의 변화는, 지금껏 내가 살면서 경험한 그 어떤 변화보다 강력한 영향을 지금 나에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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