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목욕탕

by 윤슬목욕탕

아이를 초등학생 정도로 키워내면 그래도 시간이 나서 이제는 명절에

짬을 내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각자 십여 년간 아이 하나 혹은 둘씩 낳고 뇌도 낳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만났다.


십 대 시절 이야기, 구 남자 친구 이야기들로 하하 호호하면서

오랜만에 배꼽이 빠져라 웃는데


어느 순간 난 불편했다.


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10대, 20대 시절이 다시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물론, 지금도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있다면 그래 좋은 추억이겠지만,

현재도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예전의 상처까지 생각하니

마음의 체력이 없었다.


내 친구들은 다 부모님이 부자셨다.

한부모가정이었던 우리 집은 형편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 엄마는 환경적인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학군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아마 나쁜 친구들을 조금이나마 걸러주게 해주고 싶으셨던 거 같다.


대학생이 되던 20살에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 돈으로 유럽여행을 떠나고 미국 유학을 가고

난 수능을 끝내자마자 아르바이트를 2-3개씩을 하며 학비, 생활비에 보탰다.

근데... 그런 친구들은 결혼도 스무스하게 잘하고 잘 풀리더라..

그때 생각했다.


인생은 불공평한 거구나.


내가 꼬였나. 내가 나쁜 사람인 거가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자책했다.

이래서 난 안 풀리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인생은 불공평한 거..

인정해버려야 하는 것들!



오늘은 목욕탕에 가서 잠수를 하고 싶네.

물속에 들어가 단 5초라도 뽀글뽀글 거리며 잠수를 하고 싶어 지는 날이다.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맛있는 거 먹으면 괜찮아지겠지?


혹시 여러분들도 만나면 마음이 힘든 친구들이 있나요?

그런 관계를 확 끊어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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