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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 언니 Feb 17. 2019

나도 그런 거 싫어해

같은 것을 싫어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동질감이 생긴다.

sns에 올라오는 글 들 중 간혹 '참말'이다 싶은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문장이었다.



좋아하는 것에서 공감대를 찾을 수 있지만, 싫어하는 것에서도 공감대를 찾을 수 있다. 내가 쌓아 온 관계 중 싫어하는 것이 같아 친해진 동료가 있다. 처음에 그 동료를 봤을 때 참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나와 참 많이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 동료를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점점 거리를 두다 이 말 한마디로 관계의 반전이 일어났다.


"사실, 저도 그래요."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라는 말을 체감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엄석대 같은 그가 불편했지만, 적당히 그를 이용하는 것으로 불편함을 해소했다. 관리자는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되레 직원들 눈치를 보고 있었다. 관리자도 결국 기존 직원들과 같은 방식을 선택했다. 관리자는 회사에서 발이 넓은 그를 이용해 사내 정치에 뛰어들었다. (기대와 달리 야심찬 사내 정치는 얼마 가지 못했지만...)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다들 그와 적당히 잘 지내고 있는 척을 했기에 이런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기가 애매했다. 나만 이상하게 느끼는 건가 싶었다. 그때 나와 참 많이 다르다 생각했던 그 동료가 은연중에 조직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 나만 느낀 게 아니구나 싶어 동료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렇게 느낀다고.


그 날 저녁, 우리는 꿔바로우를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의외로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같았다. 이유는 달랐지만 결론은 '그래서 좋고, 그래서 싫다'였다. 참 신기했다. 싫어하는 게 같다는 건, 그녀와 내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화의 시작은 업무였지만 끝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싫어하는 게 뭘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생각만큼 '싫어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게 된다. 어떤 때는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찾는 게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더 솔직하게, 즉각적으로 반응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나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사람과의 관계가 모호해질 때 이 질문을 던진다. '내가 싫어하는 게 뭐지?' 내 불편함이 또렷해질 때, 사람들과의 관계가 명확해진다. 불필요하게 애쓰는 관계가 줄어들고, 내가 마음껏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늘도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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