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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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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Apr 15. 2022

달무리 꽃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길섶 풀잎에 홀로 젖어 걷다가

첫눈에 띈 풀꽃 한 송이    

 

심해에서 갓 꺾은 푸른 장미 한 다발

선뜻 내어주지 못해 미안해요     


손거울 속에 먼저 비친 내가

당신의 구두끈을 잘 몰라서    

 

지나가는 사람의 콧날에 얹은 철학을

훔쳐봐서, 미안해요     


창가에는 저녁 굴뚝새가 벗어놓은

붉은 외투 깃

금빛 단추가 반짝거려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주머니 속에 넣어둔

당신이, 

빈 들판을 따라와요     


무릎 관절 달그락거리는 두 그림자

으깨져 닳을 때까지

달빛도 내내 따라와요  

   

상현달 반쪽짜리 기다림으로

둥글둥글, 달무리 꽃이 피었어요     






상현달 주위로 둥글게 에워싼 달무리, 회화적이죠..





어느 밤, 엷은 구름을 이끌고

상현달이 둥근 달무리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달은 분명 반쪽인데...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랑은

서로의 반쪽짜리 기다림이

메우고 채워감을 알았죠

부족한 사랑이지만..

한 사람의 완벽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언제나 여기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서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구두끈은 어떻게 매는지

모를 때가 많죠..


두 사람은

싸우기도 합니다

알콩달콩 시간은 흘러 흘러

관절이 달그락달그락 녹슨 소리를 냅니다

노년에 이릅니다


그림자도 어찌 알고 작아져버렸어요

그림자를 따르는 달빛도 내내 따라옵니다

작고 작아져 사라져 갈 동안


두 사람은 깨닫습니다

둥글게 차오른 사랑의 빛을

어쩌면

둥글게 둥글게 채우기 위해

지금까지 모자란 사랑 채우며 살아온 지도..


꽃은 여자에게만 허용된 선물이 아닌 것 같아요

오랜 세월 한자리를 꿋꿋이 버텨낸 아버지께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식구들 먹여 살리는 가장에게도

향기로운 푸른 장미 한 다발 내밀고 싶은

그런 저녁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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