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길섶 풀잎에 홀로 젖어 걷다가
첫눈에 띈 풀꽃 한 송이
심해에서 갓 꺾은 푸른 장미 한 다발
선뜻 내어주지 못해 미안해요
손거울 속에 먼저 비친 내가
당신의 구두끈을 잘 몰라서
지나가는 사람의 콧날에 얹은 철학을
훔쳐봐서, 미안해요
창가에는 저녁 굴뚝새가 벗어놓은
붉은 외투 깃
금빛 단추가 반짝거려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주머니 속에 넣어둔
당신이,
빈 들판을 따라와요
무릎 관절 달그락거리는 두 그림자
으깨져 닳을 때까지
달빛도 내내 따라와요
상현달 반쪽짜리 기다림으로
둥글둥글, 달무리 꽃이 피었어요
어느 밤, 엷은 구름을 이끌고
상현달이 둥근 달무리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달은 분명 반쪽인데...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랑은
서로의 반쪽짜리 기다림이
메우고 채워감을 알았죠
부족한 사랑이지만..
한 사람의 완벽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언제나 여기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서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구두끈은 어떻게 매는지
모를 때가 많죠..
두 사람은
싸우기도 합니다
알콩달콩 시간은 흘러 흘러
관절이 달그락달그락 녹슨 소리를 냅니다
노년에 이릅니다
그림자도 어찌 알고 작아져버렸어요
그림자를 따르는 달빛도 내내 따라옵니다
작고 작아져 사라져 갈 동안
두 사람은 깨닫습니다
둥글게 차오른 사랑의 빛을
어쩌면
둥글게 둥글게 채우기 위해
지금까지 모자란 사랑 채우며 살아온 지도..
꽃은 여자에게만 허용된 선물이 아닌 것 같아요
오랜 세월 한자리를 꿋꿋이 버텨낸 아버지께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식구들 먹여 살리는 가장에게도
향기로운 푸른 장미 한 다발 내밀고 싶은
그런 저녁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