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연우 Jun 24. 2022

BGM



비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도

때로는 음악이 된다     


온몸을 다해 흐느끼는 울음 속에

‘G 선상의 아리아’를 긋는 바이올린 선율

놋쇠 귓전 응어리들 떨어져라 두드리는 드럼 비트

피아노 건반 위로 스치듯 부딪는

눈물방울의 노래    

 

울자,

울자,

목청껏 소리 내어 울자     


슬픔을 억누른 둑이 무너지기 전에

범람하는 황톳빛 강물이

급류를 타고 굽이굽이 흘러가도록

목놓아 부르자     


집중호우 강타하는 대숲으로 들어가서

내 눈물을 흘려보내자     


오래오래 참았던 서러움 꺼내 들고

헤비메탈 쇳소리 잦아들도록

아무도 모르게 협연하자   

  

그저 비바람과 한통속

원 없이 울자     







엊저녁 비가 많이 왔지요

Eric Carmen "All By Myself"를 듣고 있었습니다

동쪽 창을 열어두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연두색 어린 솔방울을 매단 솔잎들이 격렬하게 흔들리면서

파도가 우짖는 소리를 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그때,

소나무는 온몸을 처절하게 흔들면서

BGM(Background music)을 완벽하게 부르는 겁니다

그 화음이 얼마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혼자 듣기 아까웠죠


아, 나무가 노랠 부르는구나

나 역시 

혼자라고

온종일 혼자라고

외로워서 노래를 부르는구나

숨죽였던 솔잎에 바람의 현을 켜면서

바이올린 드럼 피아노 소릴 내는구나


울고 싶은 날에는

울음을 아껴, 아껴 참아두었다가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날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리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비바람 소리에 파묻혀

아무도 눈치챌 수 없게 말이죠

황톳빛 원시적인 울음을 꺼내어 원 없이 울고 나면

모든 앙금들이 탈탈 털리겠죠


우린 극도로 감정을 절제하고 살아갑니다

안 그런 분들도 계시겠지만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이웃에 피해를 끼치니까요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자기 절제와 균형이 무너지는 현장을

남들에게 들키는 

약한 모습이니까요


비바람과 한통속이 된 울음의 협연

언제 한 번 날 잡고

해볼까요..

이젠 아이 때 엉엉 소리 높여 울던

그 화음을 잊어버렸어요

어떻게 우는지 잊어버렸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숲속은 그대 향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