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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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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Aug 05. 2022

솔직한 풍경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구름이

밤을 새워가며

태평양 바닷물을 쏟아붓습니다     


육지에서 바다로 나간 강물이

기나긴 표류 끝에 생환하는 중입니다   

  

먼 산 위로 떨어지는 낙뢰 소리에

오래된 나무 등걸이 갈라지면서

비틀거리는 칠흑 속에는

격정적인 내면의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불면에 시달린 그는

비상구가 잠긴

지하 계단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등 돌린 어깨는 축축이 젖어있고

함께 울어줄 눈물이 마른 손을

거두고 맙니다     


무쇠를 녹이는 불볕을 내어놓다가

후두둑 소나기를 뿌리고

쏟아지는 직선의 감정 가누지 못해

강물이 범람하는 여름  

   

그 눅눅한 진심을

가담도, 동조도 하지 않습니다

시무룩한 여름을 잠시 비워두겠습니다     


벌겋게 충혈된 해바라기들이

비탄으로 습작한 흑백 소묘를

그을립니다     








Pixabay



천둥 번개가 요란한 밤을 만났습니다

폭우를 동반한 밤이 이어졌어요

무슨 격정의 사연 있어

맹수의 포효같이 울부짖는 것일까,

여름은 솔직한 심정을 지녔다고 생각됩니다

눈치라든가, 타인의 시선을 거부한 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합니다


청춘이라고들 하지요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기기 위하여

저 지치다 말

제풀에 스러지고 말

열정이 소모되고 있구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나지 않게 감추는

테크닉을 구사하는 이들과 달리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솔직함!


솔직하다는 말이

깔깔하게 맺힙니다

아이들은 솔직하지요

너무 솔직해서 혼날 걸 알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소나기 같은 눈물을 떨구면서

발설합니다

"나도 솔직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여름과도 같은 격정을 건너가는 다리가 놓여있습니다

어떤 이는 건너왔고

어떤 이는 건너가는 중이고

어떤 이는 그 다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건넜음에도

맹렬한 여름이 지나가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덜컥 내 마음의 창이 무겁게 열리고 닫힙니다

거센 바람이 뒤흔들기도 합니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길, 혼돈을 잠재웁니다


한차례 열정 번민 고뇌 수많은 불면의 밤들이

지나고 난

해바라기들이 수척해질 즈음

하늘은 말끔히 개어

더 높이 높아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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