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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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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May 27. 2023


살아가는 것은 탑을 쌓는 일이다

하나의 염원을 세우고

기도를 외며

둥글게 둥글게 두 손 모아 탑돌이 하면

투명한 명주실이 손끝에서 나온다     


열 번 돌면

열 번 감기고

일백 번 돌면

일백 번 감겨서

점점 두터워지는 명주실이

탑을 높이 높이 세운다     


한눈팔거나

두 손이 뿔뿔이 흩어지면

더 이상 실이 나오지 않는다

쌓다 만 탑은 무너진다   

  

너무 둥근 돌은 홀로 완벽한 돌

상처 입어 부서진 파편과 파편이 맞물려

태풍에 끄떡없는 돌탑이 된다     


지금껏 쌓아 올린 나날의 퇴적층에도

허물어지고 기우뚱한 저녁의 

고임돌이 들어있다

탑의 모서리에는 

눈물이 말라붙은 이끼가 서려 있다     


언제나 미완성 탑의 꼭대기에는

머물다 가는 눈비

바람의 깊은 한숨

갈 길을 고르는 새들 발자국  

   

석공의 손에 들린 끌과 망치는

시간을 조각하는 연장이었다

깨지고 검붉은 손이었다                         




ⓒ 2023. (남연우) all rights reserved.     



텃밭 상추도 탑돌이를 합니다

몇 주에 걸쳐 따먹었더니 한 층 한 층 올라가서 기둥이 섭니다

한 층 딸 때마다 냉장고에 쌓여만 가는 상추 봉지들

동생에게

이웃에게

부모님께

이번주에는 친구를 불러 전해주었죠

건강에 이로운 상추가 나로 하여금 좋은 일을 시킵니다

공은 상추가 쌓고

내 공이 되기도 합니다

나는 무슨 염원으로 탑을 쌓고 있을까?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탑을 쌓아가고 있는 걸까?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며

염원을 세워서

둥근 탑돌이를 하면

뜻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요..

부처님 오신 날에

탑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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