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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우 Jul 05. 2023

뒷모습으로 산다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뒷모습으로 산다

환히 드러낸 얼굴 애써 숙이고 지우면서

어두운 덩어리들이 움직이는 거리     


시선을 집중하는 이목은 사라지고

비에 젖어 축축하게

이리저리 휩쓸리는 그림자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 색깔 우산을 쓴다     


선반과도 같은 무채색 양어깨 위로

무거운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두고서

찾아가지 않은 유실물들이

어깨를 어긋나게, 수평선을 기울이게 한다     


해 질 녘에는 누구나 뒷모습이 된다

바코드 찍힌 등허리에

석양의 여운을 끌고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귀로에 오른다     


용서가 안 되는 일도

뒷모습을 떠올리면

용서된다     

뒤에서 보면 다 측은하다


한 걸음 다가서는 그 사람 뒷모습

따라가다 보면

성난 세월이 끝나간다               




ⓒ 2023. (남연우) all rights reserved.     



2020년 한강변 겨울 해 질 녘

오늘 아침 비바람은 습기를 물러나게 하려는지

가볍습니다

해가 반짝 뜨는 날은 앞모습

흐리고 어두운 날은 뒷모습


날씨가 어둑하면

옷차림도 무채색

웅크리고 싶고

뒷모습으로 조용히 지내게 됩니다


앞모습은 분별

뒷모습은 느낌

특히 어깨 기울임이 잘 보입니다

어깨 각도가 어긋나면서

가라앉는 날이 있지요

생활에 치여서

번잡한 생각에 매달려서 그러합니다


해 질 녘에는

'바코드 찍힌 등허리'라고 표현했는데요

개체를 식별하는 표식이라고 해두죠

그조차 무색해지는 귀로에 오르면

묻지도 따지지도 맙시다


다 측은하게 닳아가는 뒷모습

아껴주며

가끔 백허그 해보아요..

애교 많은 큰딸이 가끔 백허그하며

하는 말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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