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연우
이 더위에 어찌 지내는지 안부 전화했더니
첫마디가 “왜?”라고 묻는다
운을 떼기 전 입막음 당하는 기분이다
그러게, 날도 푹푹 찌는데 왜 전화했지?
그냥…
그래도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준다면
찬물에 미숫가루 타서
얼음 동동 띄워 마시면서 지낸다오
휴가는 어디로 갈 건지 물어준다면
발칸반도 남단에 있는 그리스 섬 해안절벽
내 영혼이 거하는 손바닥만 한 돌집 테라스에
지중해를 들여놓고서
짙푸른 바다와 잘 어울리는 흰색 회벽에는
석양보다 더 붉은 부겐빌레아를 키우겠소
바람이 수시로 두드리는
통나무 출입문을 한 걸음 나가면
돌 틈바구니 지천으로 자라는 야생 허브를 뜯어다가
느리게 부푸는 빵이나 구우면서
선반에 놓인 색색의 고운 향신료들이
밤낮을 달리하여 빚은 햇빛 달빛 별빛을 음미하며
바짝 말린 레몬그라스 한 꼬집 우려낸 차 한 잔에
초저녁별 하나 풍덩 빠뜨려서
그대 한 잔, 나 한 잔
개똥철학에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걸치면서
밤 이슥하도록 별똥별 떨어지는
덧문을 닫고 잠들고 싶소
이런 말들이 하고 싶었는데
“왜?”
듣는 순간 꿀꺽 삼켰다
다짜고짜 왜, 라는 말 참 무미건조하다
오늘 하루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세상과 단절된 절해고도
층층이 얹은 돌더미 집에 작은 쪽창을 내고
바라보이는 건 드넓은 수평선과 바다,
돌 틈에선 향기로운 야생 허브들이 자라나고
한 걸음 헛발 내디디면 저 아래 절벽으로 추락하고야 마는..
이런 오두막집에
내 영혼이 거함을 기꺼이 허락하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