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꽃

by 남연우


_남연우



빤히 바라보이는 마음은 서릿발

한 자루 타오르는 촛불의 시간을

회상하는 유리창 밖

성에가 핀다


따듯함과 차가움 사이 물안개가 핀다


닿을 수 없는 공허한 숨결이

입김으로 써 내려간 글씨,


망각의 강물이 얼어붙은

빙벽에 갇혀


보이지만 들리지 않는

들리지만 보이지 않는

향기로 스쳐 가는

경계는, 언제나 실금을 긋는다


굳게 닫힌 창문 위로

빙질의 날 선 외침들이 응결하여

스스로 빛을 내는 순간


사그라지는 그림자를

매캐한 유황 그을음으로 지우는

성냥불이 눈물이 되어 녹는다


일기예보를 전하는 일 말고는

겉보기에 평온한 유리창이

쨍그렁 깨질 듯


아픈 성에꽃이 피었다







어떤 마음이 얼어붙어 이렇게 아름다운 문양을 그려내었을까요?

투명한 유리창은 하나의 경계,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데

그 온기를 느낄 수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서릿발 같은 아픔이 꽃이 되기도 하나 봅니다


이 겨울이 지나가면 성에는 녹고

봄을 그려내는 유리창은 너무나 깨끗하여

성에꽃은 잊히겠죠..

하나 분명한 사실,

성에꽃이 피었던 그 흔적은 남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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