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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귄 Apr 10. 2021

몰리가 우리에게 왔다.

남편과 나에겐 반려견 몰리가 있다. 잘 구워진 식빵 껍질 색깔의 북슬북슬한 털을 가진 골든리트리버 종인 몰리는 올해 8살이 되어 대형견 나이로는 50~60세 정도라 이젠 나보다 어른인데도, 몰리는 나를 여전히 엄마라고 생각한다. 안쓰러워서 그래서 요즘은 더 귀엽다. 


몰리는 나에겐 첫 번째 반려견과 같다. 초등학생 한번, 중학생 때 한 번 시골에서 데려온 강아지를 집에 잠시 데리고 있었던 적은 있었는데, 강아지의 철없는 사고를 감당할 수 없었던 엄마는 몇 달이 되지 않아 강아지들을 다른 사람에게 팔거나 넘겨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참 미안하다)


사람들은 개를 선호한다, 고양이를 선호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솔직히 개도 고양이도 아니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고양이가 낫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가장 큰 이유는 개의 의존성이었다. 주인만 바라보는 성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강아지 몰리가 집에 오고 나서도 몰리가 뿜어대는 애정과 관심을 갈구함에 적응이 안 될 때가 많았다. 간식을 손에 들고 있을 때 달라지는 눈빛과 집중력, 컨트롤되지 않아 폭발하는 침샘 등 가끔은 몰리가 무서웠다. 개는 인간과 달리 자기 절제를 모르는 존재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게 매력 포인트라는 것도.


인간과 개의 세계는 참 다르다. 같이 산책을 나가도 나는 걷는 데 집중을 하지만 몰리는 냄새와 발끝 촉감에 신경을 쓸 거로 생각한다. 몰리는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풀밭에서 마구마구 등을 비빈다. 내가 조금 기다리면 다 비비고 벌떡 일어나 완전 좋았어! 고마워!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다시 앞서 총총 걷는다.


몰리로 인해서 얻은 값진 추억과 행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몰리가 없었다면 남편과 나의 생활이 조금은 더 여유롭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은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지출이 컸고, 이웃과의 분쟁에 휘말리게도 했으며, 무엇보다 반려견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지금은 어떻게 호주에서 살고 있지만 몰리는 나처럼 한국에서 태어났다. 몰리를 남편과 내가 처음 만난 곳은 대구의 어느 펫샵이었다. 2014년, 당시 남편 직장 근처엔 펫샾이 많이 몰려 있었다. 퇴근 후 남편은 어느 펫샵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가 거의 한 달 째 팔리지 않고 있다고 종종 이야기했다. 그리고 만약에 팔리지 않으면 대형견 강아지들은 어디로 끌려가 죽는다며? 라고도 덧붙였다. 사실 듣고 보니 나는 펫샵에 있는 강아지들이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슈퍼마켓의 재고품은 다시 창고로 들어가든지 떨이로 판매를 하든지 해결을 할 수 있을 텐데 이 작은 생명은 어디로 가게 되는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펫샵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강아지 중 암컷은 공장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져 교배만 하다가 일생을 마무리하거나, 수컷은 그냥 도살당한다고 했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더라도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기운이 올라오던 날, 봄과 함께 피어오른 새 희망과 잘 될거야 라는 긍정적인 확신이 나의 정신을 압도했는지 남편에게 강아지를 보러 가자고 했다. 남편은 기쁘게 펫샵으로 가는 길을 인도했고, 과연 남편의 말대로 쇼윈도의 벽 쪽에는 다른 강아지들의 족히 두 배로 보이는 노란색 강아지가 엎드려 앉아 무심하게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나와 몰리와의 첫 만남이었다.     

 

몰리는 우리 집에 온 일주일 뒤 금방 몸집이 두 배가 되더니 계속 폭발하듯 자라났다. 골든 리트리버치고 몰리는 꽤 얌전한 편이었지만, 어쨌든 젊은 에너지는 남편과 내가 산책으로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우리는 교대로 근처에 있던 김광석 거리를 지나 대구 신천까지 밤이나 낮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김광석 거리엔 그의 노래가 항상 틀어져 있었는데 처음에 남편은 노래에 익숙해지며 흥얼거리다가, 시간이 얼마 더 지나자 저 노래를 당장 꺼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명곡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엔 나도 동의한다고 응수했다. 남편과 나의 피나는 산책 덕분이었는지 몰리는 입질을 하지도 않았고 잘 짖지도 않았고 딱히 분리 불안이 생기지도 않았다. 다행히 몰리는 순하고 행복한 개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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