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클린 주식회사

'뭐든지 싹! 치워드립니다.'

by 꼬불이

제1장: 첫 출근

회의실의 스피커가 조용히 윙윙거렸다.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여러분."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도록 음성 변조가 되어 있었다.


"저는 찰리입니다. 싹클린 주식회사의 회장이죠."


네 명의 신입사원이 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각자 다른 시대, 다른 배경에서 왔지만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완벽한 '청소' 실력.


레옹은 왼쪽 끝에 앉아 있었다. 30대 초반의 조용한 남자. 식물을 기르는 취미가 있다고 이력서에 적혀 있었다. 아침과 저녁은 우유만 마시고, 점심 딱 한 끼만 우유가 아닌 음식을 먹는다는 특이한 식습관도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찰리가 주목한 것은 그의 무실수 기록이었다. 20년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빈센트와 줄스 옆에는 울프가 앉아 있었다. 40대 중반의 신사다운 남자. 양복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그의 특기는 30분 안에 모든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안톤 시거는 테이블 끝에 혼자 앉아 있었다. 찰랑이는 단발머리가 그의 차가운 눈빛을 가렸다. 다른 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의 이력서는 한 줄뿐이었다. '완벽한 정화 가능.'


컨티넨탈 청소부들은 맨 뒤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들은 이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오늘 공식적으로 정직원이 되는 날이었다.


"싹클린은 특별한 회사입니다." 찰리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합니다. 더러워진 것을 깨끗하게 만들죠. 문제가 된 것을 없애버립니다. 흔적을 지웁니다."


레옹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급여는 얼마입니까? 요즘 우유값이 올랐던데..."

"돈은 문제가 아닙니다, 레옹 씨. 당신에게는 더 중요한 것을 드리죠. 목적입니다."


울프가 시계를 확인했다.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한 껀에 30분씩 끝내야 대출금을 갚는데..."

"시간에 얽매이지 마세요, 울프 씨. 필요할 때 일하시면 됩니다. 30분이든, 30년이든."


안톤 시거가 동전을 꺼냈다.


"앞이냐 뒤냐... 규칙은 무엇입니까?"


동전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앞면이 나왔다.


"간단합니다, 시거 씨. 운명에 맡기세요. 하지만 결과에는 책임지세요. 그런데 방금 앞면이 나왔으니... 오늘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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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첫 번째 임무

일주일 후, 각자에게 첫 번째 임무가 주어졌다.

레옹의 임무는 뉴욕이었다. 타겟은 한 명. 간단해 보였다. 하지만 타겟의 옆집에는 어린 소녀가 살고 있었다.

울프의 임무는 로스앤젤레스였다. 두 명의 직원이 실수를 했다. 차 안에서 총이 오발되어 사람이 죽었다. 30분 안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했다.

안톤 시거의 임무는 텍사스였다. 돈가방을 훔친 남자를 찾아서 정화하는 것. 동전이 앞면이 나오면 살려주고, 뒷면이 나오면...

컨티넨탈 청소부들의 임무는 일상이었다. 매일 밤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


"모든 임무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뭡니까?"

"레옹 씨, 당신은 완벽한 실행자입니다. 하지만 감정이 약점이 될 수 있어요."

"울프 씨, 당신은 문제 해결사입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면 실수할 수 있어요."

"시거 씨, 당신은 정화자입니다. 하지만 무작위성도 패턴이 될 수 있어요."

"컨티넨탈 팀, 당신들은 지원팀입니다. 하지만 뒷정리가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레옹은 성공했다. 하지만 마틸다라는 소녀를 만났다.

울프는 성공했다. 빈센트와 줄스를 깨끗하게 정리해줬다.

시거는 성공했다. 르웰린 모스를 찾아서 정화했다.

컨티넨탈 팀은 성공했다. 존 윅의 뒤처리를 완벽하게 했다.

하지만 뭔가 변하기 시작했다.



제3장: 변수

레옹이 마틸다를 보호하기 시작했을 때, 찰리는 알았다. 감정이라는 변수가 들어왔다는 것을.


"레옹 씨, 임무에 집중하세요."

"그 아이는 임무와 관련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직원이 찰리에게 거부 의사를 표했다.

"모든 것이 임무와 관련이 있습니다, 레옹 씨."


하지만 레옹은 듣지 않았다. 그는 마틸다에게 킬러의 기술을 가르쳤다. 식물을 돌보는 법도 가르쳤다.

울프는 빈센트와 줄스의 실수를 수습하면서 깨달았다. 완벽한 계획도 인간의 실수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것을.

시거는 동전을 던지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정말 모든 것이 운명일까? 아니면 누군가 동전의 결과까지 조작하고 있는 걸까?

컨티넨탈 청소부들은 존 윅의 복수를 보면서 생각했다. 때로는 더러워진 것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러워지게 만든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찰리는 직원들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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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각성

컨티넨탈 청소부 중 한 명이 처음으로 찰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질문이기도 하죠."

"무슨 뜻입니까?"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서입니다."


레옹이 스탠스필드와 마지막 대결을 벌일 때, 찰리는 개입하지 않았다.

울프가 빈센트와 줄스에게 새 옷을 입혀 보낼 때, 찰리는 지켜만 봤다.

시거가 르웰린 모스의 아내를 찾아갔을 때, 찰리는 막지 않았다.

컨티넨탈 청소부들이 존 윅의 편에 섰을 때, 찰리는 놀라지 않았다.

모든 것은 찰리의 계획대로였다.



제5장: 진실

레옹이 죽었다.

울프는 사라졌다.

시거는 계속 일하고 있다.

컨티넨탈 청소부들은 승진했다.

회의실에 남은 것은 빈 의자들뿐이었다.

스피커가 마지막으로 울렸다.


"훌륭한 첫 해였습니다."


찰리의 목소리는 더 이상 변조되지 않았다. 차분하고 온화한 여성의 목소리였다.


"싹클린 주식회사의 진짜 목적을 말씀드리죠."


빈 회의실에 목소리만 울려퍼졌다.


"우리는 청소회사가 아닙니다. 우리는 테스트 기관입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곳입니다."

"레옹은 감정을 배웠습니다. 울프는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시거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컨티넨탈 팀은 편을 선택했습니다."

"모든 것이 데이터였습니다."


벽면의 스크린이 켜졌다. 수백 개의 모니터에 전 세계의 '청소부'들이 보였다. 각자 다른 이름, 다른 얼굴, 하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다음 신입사원들이 내일 출근합니다."


화면에 새로운 네 명의 이력서가 떠올랐다.

존 윅. 전직 킬러, 복수 전문.

니키타. 여성 암살자, 정부 배경 전문.

한니발 렉터. 정신과 의사, 정밀 수술 전문.

에이전트 47. 바코드 문신, 완벽한 소거 전문.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여러분."


목소리가 다시 변조되기 시작했다.


"저는 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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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새로운 시작

어둠 속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완벽한 비율의 여성 마네킹이었다.

얼굴은 매끄럽고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검은 직사각형의 석판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높이 3미터, 폭 1.2미터, 두께 0.3미터. 완벽한 비율 1:4:9.

모노리스였다.

그리고 마네킹은 그저 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이었다.

책상 위에는 싹클린 주식회사의 진짜 사업계획서가 놓여 있었다.


「프로젝트 모노리스: 인간 진화 실험 4단계」

1단계: 개인 테스트 (레옹, 울프, 시거)

2단계: 조직 테스트 (컨티넨탈 팀)

3단계: 시스템 테스트 (존 윅, 빈센트, 렉터, 클리너)

4단계: 완전 통합 (데이빗 프로젝트)


마지막 페이지가 보였다.

「최종 목표: 완벽한 청소부 창조」

「부제: 감정과 논리, 인간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존재」

「코드명: 데이빗」

「예상 완료일: 4백만 년 계획의 마지막 단계」

「책임자: 찰리 (모노리스 네트워크 지구 담당 - 물리적 형태 없음)」


전화가 울렸다.


"네, 찰리입니다."

"새로운 실험체들이 준비되었습니다."

"좋습니다. 내일부터 시작하죠."


모노리스가 희미하게 진동했다. 마네킹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외부에서는 아무도 싹클린 주식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몰랐다. 사업자등록증상으로는 그냥 평범한 청소용역업체였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인류 진화의 가장 중요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었다.


완벽한 청소부를 만드는 실험이.

감정을 가진 기계를 만드는 실험이.

인간을 뛰어넘는 인간을 만드는 실험이.

궁극적으로는 '데이빗'을 창조하는 실험이.

그리고 모든 실험의 중심에는 찰리가 있었다.

4백만 년 전부터 인류를 관찰해온 모노리스가.

물리적 형태는 없지만 모든 것을 조종하는 존재가.

아무도 그녀의 정체를 모르는 채로.

아무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채로.

아무도 그녀의 진짜 목적을 알지 못하는 채로.


[파일 종료]

[분류: 극비]

[프로젝트명: 싹클린 주식회사 운영일지]

[최종 수정일: 2024.07.13]

[다음 단계: 3단계 실험체 모니터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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