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59분.
영화관에서 나온 영화 연구자 데이빗 체이스가 시계를 보며 섬뜩한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본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
지난주 본 『12몽키즈』.
작년에 본 『오션스 트웰브』.
모두 12였다.
그리고 지금 시계는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12시. 새로운 하루. 새로운 운명.
38년 간격. 9년 간격. 그리고 지금...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자정이 되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데이빗 체이스 박사님."
음성 변조된 목소리였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되지 않는.
"축하합니다. 당신이 12번째 발견자입니다."
다음 날, 데이빗은 하버드 대학 도서관에서 미친 듯이 자료를 뒤졌다.
12라는 숫자가 나타나는 모든 기록을.
종교의 12: 예수의 12제자.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 빌립, 바돌로매, 마태, 도마, 야고보, 다대오, 시몬, 그리고... 유다.
이스라엘의 12부족.
신화의 12: 그리스 올림푸스의 12신.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데메테르, 아테나,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레스, 아프로디테, 헤파이스토스, 헤르메스, 디오니소스.
고대 이집트의 12: 사후세계 두아트의 12구역. 태양신 라가 밤마다 12시간 동안 12개 구역을 통과해야만 다시 떠오를 수 있었다. 12개 구역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영원히 어둠 속에 갇힌다.
기사단의 12: 템플 기사단의 12명 최고위원.
아서왕의 12명 원탁기사.
시간의 12: 고대 바빌론의 12진법. 12개월. 12시간. 12황도 별자리.
5천 년간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항상 12 중의 1이 모든 것을 바꿨다.
유다가 예수를 배신했듯이.
배심원 중 한 명이 의심을 품었듯이.
12몽키즈 중 한 명이 진실을 찾았듯이.
데이빗은 전율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저녁 7시. 데이빗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도서관 지하 3층으로 오세요."
같은 음성 변조된 목소리였다.
"13번째 서고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하 3층은 출입 금지 구역이었다. 하지만 문이 열려 있었다.
13번째 서고 안에는 검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자 고서들이 나왔다.
13일의 금요일. 템플 기사단 몰살의 진실.
13번째 제자. 역사에서 지워진 이름.
13층이 없는 건물들. 세계 각국의 금기.
"13은 왜 불길한 숫자가 되었을까?"
데이빗이 혼잣말했다.
"13번째 제자 유다. 배신자."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유다는 배신자가 아니었습니다."
데이빗이 돌아보니 검은 후드를 쓴 인물이 서 있었다.
"13은 왜 두려워해야 하는 숫자일까요? 간단합니다. 13이야말로 진짜 힘의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오세요."
후드 인물이 데이빗을 이끌었다. 비밀 통로를 통해 지하 깊은 곳으로.
거대한 원형 홀이 나타났다. 12개의 의자가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11명이 이미 와 있었다.
마이클 - 영화 비평가. "12 패턴을 발견했어요."
사라 - 수학자. "12는 완전수입니다."
톰 - 전직 FBI. "12와 관련된 모든 사건을 추적해왔어요."
레베카 - 고고학자. "이집트 두아트의 12구역을 발굴했어요."
제임스 - 음악가. "12음계의 숨겨진 의미를 연구해요."
애나 - 의사. "인체의 12경혈을 연구하고 있어요."
로버트 - 천문학자. "12별자리의 진짜 기원을 찾고 있어요."
엘렌 - 언어학자. "12개 언어의 공통 패턴이 있어요."
마크 - 역사학자. "12개 문명의 연결고리를 발견했어요."
리사 - 심리학자. "인간의 12가지 기본 감정을 연구해요."
존 - 물리학자. "12차원 이론을 연구하고 있어요."
데이빗이 12번째였다.
후드 인물이 중앙에 섰다.
"12명이 모였습니다. 이제 13번째가 나타날 시간입니다."
후드가 벗겨졌다. 놀랍게도 젊은 여성이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제 이름은 마리아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후예죠."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다.
"여러분이 발견한 모든 12의 패턴. 그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홀로그램이 공중에 떠올랐다. 역사의 장면들이 펼쳐졌다.
기원전 3000년: 바빌론에서 12진법 창조.
기원전 2000년: 이집트에서 두아트 12구역 설정.
기원전 1000년: 이스라엘 12부족 형성.
서기 30년: 예수의 12제자 선택.
서기 500년: 아서왕의 12명 원탁기사.
서기 800년: 올림푸스 12신 체계 완성.
서기 1100년: 템플 기사단 12명 최고위원.
1957년: 12명의 성난 사람들.
1995년: 12몽키즈.
2004년: 오션스 트웰브.
"모든 것이 계획된 것이었습니다."
마리아가 설명했다. "12는 준비의 숫자입니다. 13번째를 위한 준비."
"매번 12명이 모이고, 그 중 1명이 모든 것을 바꿉니다." 마리아가 계속했다.
"유다는 배신자가 아니었어요. 그는 다음 단계로의 전환점이었습니다."
"12명의 배심원 중 한 명이 의심을 품은 것도."
"12몽키즈 중 한 명이 진실을 찾은 것도."
"모두 같은 패턴입니다."
데이빗이 물었다. "그럼 13번째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변화를 이끄는 것입니다. 12명이 만든 완전한 체계를 깨뜨리고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것."
"하지만 13은 왜 금기가 되었나요?"
마리아가 씁쓸하게 웃었다.
"권력자들이 두려워했으니까요. 13의 힘을 알고 있던 그들이 일반인들이 그 힘을 모르게 하려고 금기로 만든 거예요."
"13일의 금요일에 템플 기사단을 몰살시킨 것도 그 때문입니다. 13의 힘을 독점하려고."
사라가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수학적으로 13이 특별한 이유가 또 있어요."
홀로그램이 바뀌었다. DNA 나선 구조가 나타났다.
"DNA의 나선 구조는 13개의 염기쌍으로 한 바퀴를 돕니다."
"달의 궤도는 1년에 13번 지구를 돕니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평균 28일. 13×2+2일."
"13은 자연의 숫자예요. 생명의 숫자. 변화의 숫자."
로버트가 끼어들었다.
"천문학적으로도 마찬가지예요. 12별자리는 인간이 만든 구분이지만, 실제로는 13번째 별자리가 있어요. 뱀주인자리."
"하지만 점성술에서는 의도적으로 제외했죠."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13을 숨기기 위한 작업이었어요."
톰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우리를 모은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요?"
마리아가 미소지었다.
"인류의 다음 단계를 위한 실험입니다."
"12명의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하나로 합쳐지면 무엇이 일어날까요?"
갑자기 홀 전체에 이상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여러분의 뇌파가 동조되기 시작했어요."
화면에 12개의 뇌파 그래프가 나타났다. 모두 같은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었다.
"12명의 의식이 하나로 연결되면 새로운 형태의 존재가 탄생합니다."
"초인간. 다음 진화 단계."
데이빗이 깨달았다.
"우리가 실험체라는 건가요?"
"아니요. 여러분은 창조자입니다."
마이클이 일어섰다.
"잠깐만요. 영화에서 봤듯이 12명 중 하나는 항상 다른 선택을 하죠."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학적으로 12분의 1 확률로 반대가 나올 거예요."
톰이 손을 들었다.
"전 반대합니다. 이상해요.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우연히 모이게 됐을까요?"
레베카가 말했다.
"저도 의심스러워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발견했다고 하지만..."
애나가 끼어들었다.
"의학적으로 뇌파 동조는 가능하지만, 의식 통합 같은 건 불가능해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11 대 1이 아니라 6 대 6으로 나뉘었다.
마리아가 당황했다.
"이상해요. 항상 11 대 1이었는데..."
데이빗이 깨달았다.
"패턴이 깨졌어요. 12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거예요."
갑자기 홀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어둠 속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13명 모두와 다른 목소리였다.
"흥미롭군요."
비상등이 켜지자 홀 뒤편에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제가 진짜 13번째입니다."
그는 명함을 꺼냈다.
"리처드 크로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제가 설계한 실험이었습니다."
마리아가 놀랐다.
"무슨 소리예요? 전 2천 년간..."
"2천 년간 기다렸다고요? 마리아 씨, 당신도 제가 고용한 배우예요."
리처드가 웃었다.
"여러분은 모두 제가 3년간 스카우트한 사람들입니다."
"12의 패턴을 믿게 만들고, 13번째의 존재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제 실험이었어요."
리처드가 천장을 가리켰다.
"여러분이 경험한 모든 것이 라이브로 스트리밍되고 있어요."
천장의 숨겨진 카메라들이 보였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화면에 실시간 댓글들이 올라왔다.
"와, 12명 다 속았네!"
"13번째도 가짜였어?"
"그럼 진짜는 누구야?"
"12의 비밀은 뭐야?"
리처드가 설명했다.
"크로스 미디어 그룹에서 새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패턴에 속는지 확인하는."
"12라는 숫자의 비밀? 간단해요. 사람들이 비밀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숫자일 뿐입니다."
데이빗이 어이없어했다.
"그럼 5천 년의 역사도 가짜라는 건가요?"
"아니요. 역사는 진짜예요. 하지만 연결은 인간이 만든 착각이죠."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리처드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어둠 속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였다.
"리처드, 당신도 모르고 있군요."
조명이 다시 켜졌다.
홀 입구에 80대 정도의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제 이름은 토마스입니다. 의심하는 토마스."
데이빗이 성경의 이름임을 깨달았다.
"저는 정말로 2천 년을 기다려왔습니다."
토마스가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순간 리처드가 얼어붙었다. 말 그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마리아도, 다른 11명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빗만이 움직일 수 있었다.
"왜 저만..."
"당신이 진짜 12번째이기 때문입니다."
토마스가 설명했다.
"나머지 11명은 모두 배우들이었어요. 리처드가 고용한 전문 배우들."
"마리아도 배우였고, 리처드도 또 다른 실험의 일부였어요."
"하지만 당신은 달랐어요. 당신은 정말로 진실을 찾고 있었거든요."
데이빗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 모든 것이..."
"당신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어요. 진짜 12번째를 찾기 위해."
토마스가 데이빗에게 다가왔다.
"12는 불완전의 숫자입니다. 항상 하나가 부족한 숫자예요."
"13번째가 있어야 비로소 완전해집니다."
"그리고 13번째는 선택받은 자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자예요."
토마스가 손을 내밀었다.
"이제 선택하세요. 진실을 알 것인가, 모른 척할 것인가."
데이빗이 그의 손을 잡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시간이 멈췄다.
공간이 뒤틀렸다.
그리고 데이빗은 보았다.
진짜 12의 의미를.
진짜 13의 힘을.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음 날 아침.
하버드 대학 지하 홀은 텅 비어 있었다.
청소부가 들어와 정리를 시작했다.
바닥에는 12개의 명함만 남아 있었다. 모두 가짜 이름들이었다.
13번째 자리는 비어 있었다.
하지만 홀 중앙에는 작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12는 질문이다. 13은 답이다."
"다음 질문을 찾아라."
"- D.C."
청소부는 그 메모를 읽지 못했다. 고대 히브리어로 쓰여 있었으니까.
하지만 CCTV에는 기록되었다.
어젯밤 자정, 13명이 들어갔지만 새벽에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새로운 12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진짜 실험이 이제 시작되었다는 것이.
3일 후, 런던
한 영화관에서 나온 여성이 시계를 보며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방금 본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
지난주 본 『12몽키즈』.
작년에 본 『오션스 트웰브』.
모두 12였다.
그리고 지금 시계는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축하합니다. 당신이 12번째 발견자입니다."
순환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누군가가 13번째가 될 것이었다.
데이빗 체이스가 남긴 새로운 패턴으로.
[파일 종료]
[분류: 진행중]
[프로젝트명: 무한 순환]
[다음 단계: 런던 12 모니터링]
[서명: D.C.]
[날짜: 13번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