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잃었다

by 홍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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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척 유머러스한 인간이다.

남들과 대화를 주저하지 않고, 늘 대화가 재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그욕심도 넘쳐흐른다.


올해부터 내가 다니던 곳에서 난 웃음을 잃었다.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나보다 열 살이 많은 입사동기 아줌마와 57년생 센터장.

이곳에서 난 그 어떤 개그도 선보이지 않았고, 사무실에서 늘 침묵으로 일관했다.


굳이 내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는 일은 없다는 것에 어느 순간 확신을 가졌으니까...


그렇다고 직장 외에 그러니까 퇴근 이후에 시간에 웃음을 충전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칼퇴근해도 집. 야근해도 집. 이런 단조로운 생활의 반복이었다.


돈을 버는 것이 즐겁진 않지만, 무언가 즐거움(웃음이 일어날 만한 일)은 필요했으나 전혀 없었다.

직장에서 만난 인간들은 철저하게 비즈니스였다. 그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그런 모습에 오히려 내가 이게 당연하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가면을 쓰고 다들 잘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게 맞는데, 내가 엄청난 인간적인 사회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뭔가 아무렇지 않게 사무실에 들어가는 순간 난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그냥 조용히 있다가,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 재미없는 상대방들의 대화에 거짓 억지웃음을 지으며 연기를 하며 살아가야만 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말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출근 특히 월요일의 출근은 두려움, 호흡곤란으로 이어졌다.

막상 특별한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출근이 너무 하기 싫었다.

가족들은 당연히 내가 또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어차피 그만두면 패배자 낙오자로 거듭나는 것이니까...


나도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즐겁지도 않은 일에, 꾸역꾸역 일을 하면서, 몇 푼 받지도 않는 일이라도 하는 것이 맞겠지라며 말이다.

최소 일 년 하루는 다녀야 퇴직금도 나올 테니 버티는 게 맞겠지라며 말이다.


고민은 깊어졌지만, 늘 나는 퇴사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 없는 퇴사는 그냥 낭떠러지 그 자체라는 것을 이미 14년 전에 한 번 느꼈기에 지금 다니는 곳도 신중을 기해야 했다. 나는 더 이상 mz도 청춘도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어떻게든 돈 때문에 다녀보려 했지만 내 몸이 망가지는 것을 더 간과할 수는 없었다.

가족도 남들도 나를 챙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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