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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Mar 04. 2022

봄날의 제주를 좋아하나요


무작정 떠난 여행, 혼자가 아니었던 여행에서 난 봄을 마셨다.


사실 친구 둘과 장어 먹다가 떠난 여행이었고, 더 엄밀하게는 그냥 술 먹다가 급하게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밤 비행기로 떠난 여행이었고, 가서도 다 큰 성인 남자 셋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였다. 그냥 술을 마시는 일이었다. 처음처럼 대신 한라산을 마셨고, 다음날도 한라산을 마셨고, 그다음 날도 한라산을 마셨다.


유채꽃이 활짝 핀 곳을 굳이 찾지 않아도, 급하게 구한 숙소 앞은 유채꽃 핫플이었고, 난 친구 녀석들이 잠든 사이에 혼자서 동네를 산책했을 뿐이다.


그렇게 제주에서 내내 한라산을 마셨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이미 세상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어버렸고, 난 봄내음을 마셨는지도 모르겠다. 


봄 공기를, 봄꽃을 그리고 봄의 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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