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의 진심

춘천 하면 순댓국

by 홍작자

놀러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날씨 좋은 요즘에 경춘선 라인을 가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가평에서 일을 마치고, 가평에서 좀 더 머물까를 고민하다가, 잽싸게 춘천행 경춘선 열차에 다시 올랐다. 25여분을 달리고, 춘천에서 무엇으로 점심을 만끽할까를 고민해보지만, 답은 쉽게 나왔다.


춘천 하면 중국음식이지!

춘천 하면 닭갈비와 막국수라는 그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싶었다.


고민이 아닌 빠른 결정에 나름 엄선한 중국집을 향했지만 역시나 휴무였다. 많고 많은 중국집이 그 이후로 내 시선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오늘은 순댓국이 당겼다. 하지만 날씨가 이미 초여름으로 향하는 오늘 땀과 육수로 하루를 얼룩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차선으로 중국집을 택한 것인데,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다.


이미 남중 고도가 최정상을 향해 가는 12시 16분에 조금은 걸어서 순대국밥집을 향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의문을 품으면서 춘천 순대국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매운맛 콘셉트의 순댓국집이다. 딱히 매움을 선호하지는 않는데, 테이블 저마다 고춧가루, 청양고추, 심지어 고추기름까지 놓여있다. 뭔가 이 집만의 시그니처처럼 말이다.


맛집에 걸맞게, 점심시간에 알맞게 빈자리는 없다.

겨우 방금 식사를 마친 테이블에 잽싸게 앉아서 안 매운 1, 덜 매운 1 국밥을 주문한다.


얼마 안 있어 밑반찬으로 김치, 부추무침 그리고 깍두기가 나온다. 맛집은 밑반찬 특히 국밥집은 깍두기 먹어보면 답은 나온다. 일단 한 입 베어 무니 만족스럽다.


역시나 얼마 안 있어 국밥이 나온다. 비주얼은 그냥 내가 자주 간 순댓국집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보통 순댓국집은 두 부류다. 아예 양념이 다 돼서 나오던가, 각자 취향에 맞춰 간을 맞추던 가다.


이곳은 전자였다. 그리고 이곳은 약간 추어탕에 가까울 정도로 걸쭉하게 먹는 스타일이었다.


순댓국에 밥을 마는 정석인 3분의 1을 넣어서, 드디어 혀로 느껴보는데 나쁘지 않다. 일단 내용물이 푸짐하다. 부추무침도 적당히 더 얹어서도 먹고, 깍두기도 더 넣어서 먹고, 그렇게 몇 번의 숟가락질을 해도 양이 줄지를 않는다.


점심시간이지만 여름 날씨인데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줄을 서며 밥을 먹는 곳이라면 내가 굳이 추천까지 안 해도 이미 장사는 잘되는 집이다.


사실 더워서 최대한 순댓국은 피하려고 했으나, 굳이 이열치열이라는 너무 조상들의 옛 사자성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춘천 하면 순대국밥이라는 나만의 메뉴가 맘에 들었다.


사실 배가 든든하려면 결국 국밥이다.

가성비로는 이만한 것은 잘 없다.


배부르려고만 먹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배고플 때는 국밥이다. 국밥충이다. 그냥 내가.


이렇게 한 끼 든든히 해결하고 저녁을 안 먹을 정도로 난 에너지를 잘 보충한 오늘이었다.


많고 많은 음식, 널리고 널린 것이 순댓국이고 중국집이지만, 굳이 지방에 가서도 가끔 그 지방의 정해진 시그니처가 아닌 본인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그냥 맛있었다. 내가 굳이 인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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