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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May 14. 2022

장어의 진심

엄마의 진심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일요일.

엄마랑 누나랑 강변 살자 아니고 장어를 먹으러 분주하게 아침부터 서둘렀다. 결과는 엄마 때문에 갔지만, 누나랑 나만 배 터지게 먹은 현실.


2월 말에 친구들과 우연히 들른 제주여행의 발단이 된 이곳에 다시 두 달이 조금 지나서 가족과 들르게 됐다. 아무래도 연휴의 끝자락이었고, 분명 야외에서 먹는 것이 가능하기에 서둘러야 할 것 같은 왠지 모를 느낌적인 느낌이 지배하고 있었다.


11시 오픈이지만, 좀 가서 기다리더라도 일찍 가는 게 낫다 싶어 장어 오픈런을 위해서 10시 7분쯤 도착을 해서 알맞게 주차를 하고는 자리를 사수하고 서오릉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서오릉은 초등학교 때 서삼릉 동구릉과 함께 소풍지였지만 누구의 묘인지는 이번에 겨우 알았다.


그렇게 10시 반쯤 되니 벌써 주문을 받는다. 2kg을 주문하고는 바로 숯이 들어오고, 장어를 구워본다.

숯이 좋다. 강력한 화력에 장어는 숯향에 배어서 은은한 향까지 내면서 말이다.

반찬으로 나온 생강과 깻잎절임을 곁들여서 한 입 먹어보니 정말 여기 소주 한 병만 주세요를 외칠 수밖에 없다.


추가로 주문한 계란찜과도 궁합이 좋다.

11시에 오픈인데, 이미 11시 10분에 주차장은 만차고, 가족단위로 모두 와서 인산인해다. 여기저기 숯으로 인한 연기가 난리도 아니다.


정신없이 장어를 흡입하고, 처음처럼도 한 병 마시고, 한 점도 남김없이 먹고 나니 어느새 한 시다.

하지만 엄마 때문에 엄마 위해서 간 장어집이었지만, 정작 당신은 드시질 않는다.


이번에도 음식점 초이스는 실패다.


해마다 어버이날, 엄마 생신에는 그래도 외식을 하고, 엄마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보며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늘 만족은 없다.

심지어 올해는 엄마가 장어를 드시고 탈까지 났으니 말이다.


누나와 나는 장어가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엄마는 민물장어는 또 아니란다.


엄마 잘못도, 우리의 잘못도 아니다. 장어에게 진심을 묻고 싶다.
그냥 네 핑계를 대고 싶다. 네가 엄마에겐 별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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