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읽는 여자 Jun 08. 2022

개인 카페 vs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는 맛있고, 공간은 다정한 카페

 

개인 카페


개인 카페는 말 그대로 ‘개인’에 집중한 카페라고 생각한다. 사장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커피’도 뚜렷하다. 물론 개인도 없고, 커피도 없는 몰개성적인 개인 카페가 훨씬 많다.   


개인 카페는 복불복이다. 그래서 우린 ‘소문’이라는 것에 의지한다. SNS 맛집 말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의 개인 카페라면 그런 소문 따위에 의존하지 않고 일단 가서 간을 본다. 간을 봐야 맛을 안다. 맛을 봐야 단골을 삼을지 말지가 결정된다.

 

내가 카페를 오픈했을 때, 주로 카페 사장님들과 카페 직원들이 그 간을 보러 왔다. 그들 중에는 단골 카페 사장님 부부도 있었는데 그분들이 버선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호의가 아니라 염탐이었다. 나의 오랜 단골 카페를 잃는 순간이었다.

 

밤늦은 시간에 역시나 염탐하러 왔던 카페 직원은 내가 커피 내리는 걸 유심히 보며, 커피 맛에 대해 이런저런 (악) 평을 늘어놓았다. 하루의 마감을 앞둔 시간, 몸도 마음도 지친 시간에 그런 악평을 늘어놓는 건 분명 나에게 한방 먹여주겠다는 의미다.

 

 “제가 사장이라 다행이네요. 이런 말을 들어도 잘릴 염려가 없어서. 다음엔 조금 더 잘 내려 볼게요. 다음번엔 그냥 놀러 와요.”


염탐 직원은 몇 년째 매출 탑을 찍고 있는 그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카페의 수석 바리스타였다. 그 카페는 동네 카페 중 가장 멋진 카페였다. 이름도 멋지고, 인테리어는 자그마치 옛 한옥 건물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예스러움과 멋스러움으로 버무렸고, 커피도 직접 볶았다. 카페 앞마당은 또 얼마나 예쁘게 꾸며놨는지…… 내가 카페 사장이 되기 전에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카페가 있다며 데려가곤 했고, 100%의 승률로 그들을 만족시켰던 바로 그 단골 카페였다. 사족이고 불필요한 자랑이지만, 나의 카페는 옛 단골 카페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며칠 후, 그 직원이 다시 왔다.

 

 “놀러 오라 그래서 왔어요.”


그날 이후, 직원은 카페 퇴근 후, 우리 카페에 놀러 왔다. 그리고 사장님 부부가 제주도에 갔다가 생긴 환장 에피소드를 전해줬다.

 

 “숙소 사장한테 커피를 선물로 줬는데 숙소 사장이 이 카페 얘길 하셔서 기분 잡쳤대요.”

 

아, 이런 일이. 하필 염탐을 보낸 카페의 사장 부부는 제주도 여행을 가면서 나의 제주도 애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잡은 것이다. 제주도에 많고 많은 숙소 중에서 말이다. 제주 애인은 그날 일을

상세하게 말하며 통쾌하게 한 방 먹여줬노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도 서로 경쟁하지만, 개인 카페들 간의 경쟁은 이런 식이다. 또한, 세미나 룸을 만들어 모임 예약을 받아 인기를 좀(사실은 주변 가게들의 배가 아플 정도로) 끌었더니, 인근 카페들 너나없이 세미나룸을 따라 만들었다. 이벤트를 열면, 이벤트를 따라 했고, 파티를 열면 비슷한 거라도 열곤 했다. 개인 카페 사장들과 친할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쉽다. 다들 너무 (먹고 살기) 바빴다.   


개인 카페는 거의 사장이 오픈부터 마감까지 하루 종일 일한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렇게 안 하면 유지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 카페 사장들이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겉에서 보면 낭만적이지만 그 안에선 피가 터진다고. 카페는 겉만 보면 얼마나 낭만적인가 말이다.




QSC라는 요식업의 룰이 있다. Quality, Service, Clean의 약자다. 질, 서비스, 위생의 기본 룰이다. 이것은 프랜차이즈든, 개인 카페든 기본적인 매뉴얼이다. 개인 카페의 강점은 여기서 ‘서비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아니다. 고객들은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단지 서비스 때문에 개인 카페를 더 선호하지는 않는다. 개인 카페의 강점은 앞서 잠깐 소개했듯이 ‘개인’이다.    


매력적인 사장의 신념이 뚜렷한 카페, 그 신념이 커피에 우러나, 고객을 설득, 감동시키는 개인 카페를 고객은 몹시 아끼고 사랑한다. 그런 개인 카페의 사장님이 서비스로 새로 입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시음 삼아 한 잔 건넸을 때, 그런 서비스야 말로 개인 카페의 매력이 될 수 있다.


스타벅스 전 CEO 하워드 슐츠가 은퇴 후, 스타벅스의 주가가 폭락하자 구원투수로 나섰을 때 미국 전역의 스타벅스가 한 날 한 시간에 멈춘 적이 있었다. 스타벅스를 살려내기 위해 하워드 슐츠가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한 팀이 낸 결론이 ‘커피의 맛’ 이였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멈춘 시간, 스타벅스 직원들은 '에스프레소 엑셀런스 트레이닝'이라는 커피 교육을 받았다.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다시 이로 인한 경제적인 이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객들이 다시 돌아왔고, 고객들은 다시 돌아온 스타벅스를 ‘소비’로 확실하게 반겨주었다.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든, 개인 카페든 말이다. 새로 이사 온 동네에 아무리 찾아도 맛있는 커피 집이 없었다. 프랜차이즈도, 개인 카페도. 그런데 젊은 형제 둘이 카페를 오픈했는데 드디어 맛있는 커피집을 찾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카페를 네이버에 주소 등록도 해주고, SNS에도 애정, 사심 모든 걸 담아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목이 좋은 곳이 아니라 오픈하고 몇 달은 고전하더니 지금은 갈 때마다 손님이 가득하다. 안정적인 매출이 눈에 보인다. 역시 ‘커피 맛’이다.



프랜차이즈 카페


나는 개인 카페를 창업해본 장본인이고, 프랜차이즈 카페의 관리자로 일해봤고, 현재 나는 이 두 가지 형태 카페의 단골손님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처음 6주간 인턴으로 일할 때 버디에게 놀랍도록 많이 들을 말이 ‘개인 카페 하실 때처럼 하시면 안 돼요.’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손님들이 원하는 건 ‘개인 카페 같은 응대’였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한 마디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매뉴얼화되어 있다. 손 씻기 매뉴얼도 있다. 코로나 19로 손 씻기에 대한 매뉴얼이 생활화되긴 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스태프가 입사하면 매뉴얼 1단계로 손 씻기를 가르친다. SC(Store Consultant)라는 직영 매장, 가맹 매장을 관리하는 지역 관리자 SC는 주기적, 혹은 불시에 매장을 돌며 위생점검을 한다. 이때 점검 사항 중 하나도 역시 기본 중에 기본인 손 씻기다. 사내 커피 자격시험에도 손 씻기는 첫 번째 매뉴얼이다. 복장, 인사법, 메뉴, 포스, 디저트, 컨디바, 픽업, 화장실, 커피 머신 및 음료 기계 고장 시 대처법, 청소 방법… 매뉴얼이 있다는 건 시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도이고, 획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프랜차이즈 카페에 갔다가 가끔 내가 뭔가 요청을 하면 "그건 불가능한데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스타벅스에 갔다가 샷을 조금 짧게 뽑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기계가 고정이라 불가능한데요.”라는 말을 들었다.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머신은 세계적인 커피머신 회사에서 스타벅스만을 위해 만든 스타벅스 전용 머신이다. 보통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반자동 머신을 쓰는데, 스타벅스는 자동 머신을 쓰기 때문에, 샷을 짧게 뽑아달라는 나의 요청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머신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전설의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다. 전 세계 어디서 누가 뽑아도 동일한 에스프레소 맛을 내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음악이 거슬려 혹시 교체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본사에서 트는 거라 불가능해요.”


실제 투썸플레이스에서는 주크 박스를 통해 본사에서 매장 음악을 컨트롤한다.


나는 프랜차이즈의 이 매뉴얼 때문에 그때의 내 선택에 두고두고 후회하는 고객이 가끔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강남역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12시 러시 타임을 앞두고 재료 준비가 한창인 시간이었다.  


휠체어를 탄 손님이 들어오시고, 마침 플로어 디저트를 점검 중이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손님은 케이크를 고르려는 듯했다.


 “이거 먹고 싶어요.”라고 손님은 거의 울듯한 모습으로 내게 말했다.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들었다.

 “제가 사드릴게요.” 순간, 손님의 얼굴이 환해졌다.

 “먹여 줄 수 있어요?”

 

아, 이건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다. 러시를 앞둔 시간이긴 했지만 얼른 점장에게 물었더니, 점장은 러시를 앞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매뉴얼 상 고객에게 음식물을 먹여주면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나는 그 손님에게 너무 미안해서,  


 “죄송한데, 괜찮으시면 케이크 포장해드릴까요?”


손님은 다시 울듯한 얼굴이 되었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정말이지 쩔쩔맸다. 손님은 세상 다시없는 슬픈 얼굴로 매장을 나갔다. 점장은 그런 손님들 많다며, 온갖 블랙리스트 손님들의 사례를 읊어댔는데 나는 오로지 그 손님의 슬픈 얼굴만 떠올랐다. 그 손님에게 그날 그 순간의 케이크가 어떤 의미였을지 나는 감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손님이 내가 직접 운영했던 개인 카페에 왔더라면, 나는 그 손님의 슬픈 눈에 홀려서 러시고 뭐고 케이크를 먹여 줬을 것이다.


 



개인이 하든,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든 커피는 맛있고, 공간은 다정한 카페의 오래된 단골손님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은 '카페' 강국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