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중, 차를 운전해줬던 기사 로렌조는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각자의 이유를 대며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여행을 했기에 로렌조는 호텔 조식이 시작되는 시각인 6시부터 당도해 있었는데, 그 시간에 아침을 먹었을 리 없을 텐데도 식사에는 전연 손을 대지 않았다.
다만,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셨다.
점심은 티라미수와 에스프레소가 다였다. 저녁은, 집에서 아내가 파스타를 만들고 기다린다며 그제야 식욕을 마음껏 드러냈다. 로렌조의 식사는 밤 9시부터 시작되고, 11시나 12시쯤에야 마무리 된다고 했다.
로렌조의 배는 아침이면 볼록하고, 저녁이면 홀쭉해졌다. 로렌조가 아침에 우리 일행처럼 접시 가득 호텔 조식을 담지 않는 이유를 너무도 명확히 알 수 있는 실루엣이었다. 로렌조는 아침에, 에스프레소로 모닝커피를 마셔야만 했다. 로렌조의 위는 비어있지 않으므로. 로렌조의 위는 밤새 쉬지 않았으므로.
모닝커피의 부작용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유는 2가지로 요약된다.
1. 소화기관 자극, 위산분비 촉진
2. 과도한 각성 작용으로 두통, 가슴 두근거림, 속 쓰림 유발
2가지 이유는 커피의 카페인 작용 때문이다. 위가 밤새 공복 상태였다는 것을 전제로 모닝커피를 마셨을 경우의 부작용이다.
그런데, 앞서 예로 든 이탈리아인 로렌조의 모닝커피도 한국인과 같이 부작용을 일으킬까? 혹은 일으켰을까? 나는 역으로, 모닝커피의 부작용이 로렌조에겐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로렌조의 위는 밤새 비어있지 않았다. 모닝커피를 마셔서 소화기관을 자극해 주고 위산분비를 촉진해 위를 자극해줘야 한다. 소화를 촉진해줘야 한다. 늦은 밤까지 먹고 마시느라 몽롱한 정신상태를 과도한 각성 작용으로, 모닝커피가 깨워줘야 한다고 본다.
또한, 로렌조의 푸짐한 저녁 식사 못지않게 우리의 저녁도 만만치 않게 푸짐하지 않은가?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
미국의 영양학자 아델 데이비스가 한 말은, 다이어트나 건강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명언이 됐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침을 왕처럼 혹은 점심을 왕자처럼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아침을 거르거나, 팬케이크나 시리얼 정도가 아침 식사의 풍경이다. 점심은 샌드위치 정도가 고작이다. 그럼 저녁은, 작정하고 먹는다. 하루의 식사는 오로지 저녁에만 집중되어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아침을 어떻게 왕처럼, 점심을 왕자처럼 먹겠는가? 자본주의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대부분 아침, 점심은 가볍게 저녁은 과하게(!) 먹는다.
작정하고 저녁만은 푸짐하게, 느긋하게 먹으려 노력한다. 그러려고 하루를 버텼기 때문이다.
시간은 양과도 비례한다. 저녁의 느긋한 식사는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초저녁에 먹고, 위가 식사를 소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라고? 그런 조언 따위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현대사회는 초저녁에 일을 끝내주지 않는다. 끝낼 분량만큼 애초에 (알맞게) 주지 않는다.(알다시피 애초에 끝낼 수 없는 양을 준다, 그게 디폴트 값이다.)
겨우, 퇴근이란 걸 하면 저녁 식사가 아니라 밤 식사를 하게 된다. 저녁식사라는 말을 바꿔야 한다. 밤 식사가 맞다.
밤 식사는, 어떠해야 할까? 거지처럼 간단하게 먹으라고? 정말 이게 말인가 소인가? 하루 종일 고생한 몸에게 보상이 필요하다.
밤 식사를 마치고, 잠이 들면, 정말 눈만 감았는데 아침이 되는 마법을 경험한다. 이것은 진정 매직이다!
매직의 세계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아침 식사가 무슨 의미일까 싶다. 아무리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고 해도, 과연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지 않은가? 또한 그 시간은 자본주의 시대의 일용할 양식이지 않은가? 아침의 식사는 '밥' 이 아니라 '시간'이다.
더불어, 로렌조의 아침 위장처럼 우리의 위장도 공복이 아니다. 빵빵하거나 혹은 더부룩하다. 설령 아침을 먹는다 해도 밤 식사를 아직도 해결 못한 위장은 밥을 거부한다. 로렌조처럼 모닝커피를 마셔야 한다.
내 위장은 비어있지 않다. 모닝커피의 카페인이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촉진시킨다. 좋지 아니한가?
위가 비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모닝커피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면, 하루 중 가장 짜릿하고 맛있는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식후 커피는, 그저 디저트 일 뿐이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하나의 독립된 존재 그 이름도 아름다운 '모닝커피'다.
모닝커피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주로 식사 전에 마시는 커피를 이른다.
어른인 우리는 아침이 되면 '일'을 해야 한다. 어슐러 르 권은 <지금 이모랑 낚시하러 가도 돼?>라는 글에서 그녀 자신을 풀을 뜯는 소처럼 일만 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나는 풀을 뜯는 소처럼 일만 한다.
소처럼 일만 하려면 예열이 필요하다. 예열에 더없이 좋은 한 가지를 꼽는다면, 단연 모닝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