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 읽는 여자 Jan 07. 2019

아이스커피는 겨울이 제 맛이지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 아이스커피도 겨울에 마셔야 제 맛!

냉면은 자고로 겨울이 제 맛이다. 여름에 먹는 냉면은 더위에 지친 몸이 냉면의 맛을 음미할 새도 없이 그저 시원한 감각에 매료돼버린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한여름 아이스 커피는 커피의 맛이 아니라 얼음 맛이다. 커피의 맛보다 얼음의 시원함이 몸을, 뇌를 점령한다. 커피가 낄 자리 따위 없다.


그런데 한 겨울의 아이스커피는, 그 맛이 사뭇 다르다. 추운 날 무슨 아이스커피냐 할는지 모르지만, 그건 아직 한겨울에 아이스커피를 마셔보지 않은 자의 지레짐작일 뿐이다. 한 겨울은 얼음이 녹지 않는 진짜 아이스커피를 제대로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다.


커피를 만들 때도 커피를 만드는 시간이 힘겹지 않다. 커피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따뜻함이기 때문이다. 커피물을 끓이고, 커피 머신을 예열하고...... 모두 열을 내는 것들이다.


한겨울의 아이스커피는, 천천히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에 얼음을 더하거나, 진한 에스프레소에 물을 붓거나, 우유를 붓고, 얼음 몇 알을 띄워 마신다.


눈이라도 와준다면 금상첨화! 겨울의 아이스커피는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오롯이 살아있다. 얼음이 커피를 이기지 못한다. 그저 얼음의 차가움은 수호천사처럼 커피를 지켜낼 뿐이다.  


물론, 겨울은 따뜻한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그런데 겨울만큼 따뜻한 커피가 아쉬운 계절도 없다. 따뜻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애인과의 데이트 시간만큼이나 짧아 서운하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두 모금 정도 지나갈 때쯤이면 이미 커피는 식고 만다.


그런데 겨울의 아이스커피는 묵직하게 길다. 오랜 연인처럼 그 맛과 향을 오래도록 뿜으며 내 곁을 지킨다. 어여쁠 수밖에 없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도 얼음은 고스란히 남겨둔 채 '커피' 로서의 본질을 지켜내고 있다.


"맛있다."


추운데 아이스커피 마시면 더 추워지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럴까?  


찬 걸 마셨는데 몸이 추워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게다. 다만, 커피는 심장을 데운다. 추위에 지친 심장에 커피는 힘을 불어넣는다. 커피가 혈액에 흘러 심장에 닿을 때 심장은 '쿵' 반응한다.


"쿵! 쿵! 쿵! "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커피는 분명 심장을 데웠으리라.


 커피는 겨울에 마셔야 제 맛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는 아기자기한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