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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읽는 여자 Jan 09. 2019

나의 커피 프렌즈를 소개합니다

'커피'라는 인연의 자석

 내가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커피는 커피 프렌즈와 마시는 커피다.


 카페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커피 프렌즈들과 마시는 커피 타임이었다. 커피 프렌즈는 새로워도 좋았지만, 오래되어도 좋았다. 새로 사귄 친구도, 오래된 친구도 '커피'로 대동단결될 수 있었다. 커피는 좋은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여 서로 친구가 되게 했다.


 그 커피 프렌즈 중에 '정미 언니'라는 친구가 있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커피'로 친구가 되었다. 언니는 내게 핸드 드립을 배웠는데 수강생들을 중에서 가장 우아한 드립을 했으며, 커피의 맛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냈다. 그때 느꼈다.


 '언니는 커피를 사랑하는구나.'


 커피와 사랑에 빠지면 금세 표가 난다. 사랑과 가난만 숨길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사랑하면 그것 또한 숨길 수가 없다. 눈길에서, 손길에서, 마음길에서 다 표가 난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 또한 커피에 대한 사랑이 진해졌으며 수업 시간이 기다려졌다. 이러니 커피 프렌즈가 될 수밖에. 언니는 다른 도시에 사는 남편까지 불러들여 커피 맛을 보여줬다.


 이후, 나는 삶의 여러 이유들로 카페를 떠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언니와는 '커피'라는 인연으로 계속 만났다.  


 삶이 중간에 끼어들어 만남의 간격이 길어지기도 했다. 8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는 서프라이즈 소식을 알려 왔다.


 "놀라지 마. 나 카페 오픈 해."


 "와우!"


 놀랍고 진심으로 기뻤다. 언니에게 카페는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언니의 카페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내가 사는 도시와는 거리가 꽤 되는지라 삶에 발목이 잡혀 있는 나는 카페에 바로 내려가 보지 못했다. SNS로나마 언니의 카페를 들여다보며 마음으로 응원의 함성만 열심히 보낼 뿐이었다.


 언니의 카페가 오픈한 지 6개월. 카페에 갈 날을 벼르고 별러 드디어 언니의 카페 가는 날. 버킷 리스트의 하나를 해내는 것처럼 떨리고 설렜다.


 언니의 카페는 SNS로 익히 봤지만 실제 보니 정말이지 딱 언니의 스타일대로 아기자기하고 곱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언니에게 간다고 귀띔을 할까 하다가 언니가 있을 법한, 한가한 시간을 얼추 계산해 오후 1시쯤 방문했다. 언니와 남편분이 함께 계셨다. 언니는 너무 놀라고 반가워하셨다.


 카페는 언니, 남편, 딸 셋이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시작은 언니 혼자였는데 지금은 가족이 함께 하는 카페가 되었단다. 언니가 카페를 시작할 무렵 언니의 딸은 하던 일이 끝나가고 있었고, 남편은 회사가 문을 닫고 다른 도시로 이동해 퇴직을 하셨다. 딸과 남편은 둘 다 커피에 전연 관심 없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둘 다 일을 놓고 잠깐의 여유가 생긴 틈에 언니의 카페 오픈을 돕게 되었을 뿐이었다. 잠깐 카페를 돕는 것이었지만 언니는 둘에게 커피를 배울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커피에 무관심. 그런데 두 사람은 차츰 커피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심지어 커피에 대한 재능도 발견하게 된다. 언니의 남편은 에스프레소, 핸드드립에 이어 현재 로스팅을 배우고 계셨다. 내가 간 날은 두 달째 커피콩을 볶던 중이었고, 직접 볶은 에가체프와 케냐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주셨다.


 "아내가 커피 배울 때 차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내가 케냐를 가져다줬거든요. 그때 커피가 어찌나 맛있던지 그 커피 맛을 잊지를 못해요."


 8년만에 듣는 언니 남편의 커피 취향 고백이었다. 그때 나의 커피 취향은 '케냐'였다. 날카로운 신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좋아서 틈만 나면 케냐를 내려 마시고, 커피 프렌즈들과 나눠 마셨다. 언니는 그때 내가 좋아했던 케냐를 기억하고 있었고, 남편분은 그때의 케냐 맛을 기억하고 계셨다.


 미각만큼 뇌를 자극하여 오래 기억되는 감각이 없는 것 같다. 언니와 남편분이 하시는 말씀에 8년 전 그때 남편분께 내려드렸던 케냐의 맛이 살아나며 그 시절 카페의 추억을 불러들였다.


 언니와 남편, 딸은 카페 이름에서 인테리어까지 모든 걸 함께 하고 카페 운영도 같이 하다 보니 처음엔 다툼이 많았다 한다. 그동안 부부는 잠잠했고, 싸울 일이 없었다. 딸과의 사이도 마찬가지. 그런데 카페라는 전연 생소한 일을 시작하며 가족은 서로 간에 상처를 입히고 하고 뒤돌아 눈물을 지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뿌리 깊은 나무가 태풍이라는 고난을 견디는 것처럼 가족의 뿌리는 깊고 단단해졌다.   


 "카페를 하면서 얻은 게 '가족'이야."


 카페를 시작하며 얼마나 힘든 과정들이 많았겠는가. 남편과 수익적인 면에서 다툼도 있었고, 오해가 쌓이기도 하고, 꼴도 보기 싫은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커피'를 통해서 풀렸다. 언니는 얘기한다.


 "남편도, 딸도 '커피'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 같아."


 그랬다. 언니가 그토록 사랑하는 커피의 '가치'를 남편도, 딸도 깨닫고 지금은 가족이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끼어들까 말까 들락날락하던 삶이라는 몸을 커피에 던져 넣은 것이다. 발만 담가서는 모른다. 몸을 통째로 담가야 '가치'도 보이고, 비로소 '즐기게도' 되는 것이다. 그럼, 손님들도 달리 보인다. 손님들이 달리 보이면 손님들도 카페 주인의 얼굴이 달리 보인다.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이 삶을 밀고 나간다.'

-하정,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중에서


 잘 하는 일을 만나기도 어렵고, 좋아하는 일은 더욱더 만나기 어렵다. 그런데 셋은 그 일, '커피'라는 일을 잘 하고, 이제 좋아하게도 되었으니 그럼 되었다. 그 일이 삶을 밀고 나갈 것이다. 나의 커피 프렌즈 가족,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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