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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물 Jun 28. 2023

친구 사이에는 돈 거래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

너와 나의 신용도



대부분 채무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내가 채권자의 입장이 될 일이 생겼다.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게 된 것이다. 지인에게 돈을 빌릴 때의 상황,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돈을 빌려주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여러번에 걸쳐서 빌려주었고 총 금액은 4백만원가량 되었다. 그는 나눠서 갚겠다고 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채무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던 내가 이런 생각과 마음을 가지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먼저, 내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면 빌려준 돈부터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당장 상환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을때면 마음까지 상했다. 또한 기간을 재기 시작했다. 불안감이 들어서다.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은 언제쯤 갚을 수 있는지에 대한 재촉으로 이어졌다. 




비로소 깨달았다. 내게 돈을 빌려주고 아무말 없이 기다려준 그들이 얼마나 큰 마음이었는지, 말하지 못한채 얼마나 전전긍긍했을지를, 종국엔 포기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줬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해한다고 하면서 조금의 순간도 견디지 못했던 내 자신이 창피해졌다. 또한 그럼에도 내 곁에 남아준 이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신용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진행할 때 평가하는 주요요인이다. 그럼 개인간의 거래에서는 어떨까.

개인간의 거래에서의 신용도를 이루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너와 나의 신용도는 어떻게 될까. 채무자와 채권자 입장의 차이와 개인간의 거래라는 점이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개인간의 거래에서 나의 신용도는 신용불량자쯤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거절의 경험을 안겨준 다른 이들처럼 개인간의 거래는 절대 금지 원칙을 세우고 싶지는 않다. 개인간의 거래는 보통 금융기관에서 거래를 거절당하는 경우에 개인간의 거래로 이어진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면서 정상적인 순간만 있을까. 진흙탕과 같은 소위 밑바닥 인생을 짧게나마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남에게 도움을 구해야할 순간들은 많이 찾아온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멍청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만, 몇가지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채무자로서, 채권자로서.


우선 채권자로서 빌려준 돈은 잃어버린 돈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러므로 잃어버려도 속상하지 않을 만큼만 빌려주기로 했다. 정확한 금액을 설정할 순 없지만 이건 그사람과 나의 사이의 신용도에 따라 측정되지 않을까한다.


채무자로는 별 거 없다. 그냥, 무조건, 소위 말해 닥치고, 빚을 최우선이라 치고 최대한 빨리 갚는 것. 그것 뿐인것 같다.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이번에도 공개할까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글에서만큼은 솔직해지기로 한 결심을 무너뜨리고 싶지않아 발행하게 됐다. 역시 겪어보는 것만큼 큰 경험은 없다는걸 다시 한 번 느끼면서 반성도 한다. 


어두운 그늘에 있었던 사람은 그 순간이 얼마나 춥고 시린지 안다. 바보라고 할지 몰라도 외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더불어 그만한 여유도 갖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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