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더 나아지고 있는걸까 - 혠작가
요즘 AI 쪽에서는 일년 간 나올 법한 뉴스가 일주일 만에 쏟아진다. 이게 된다고? 싶으면 그걸 넘어서는 것이 곧이어 나온다.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변화와 속도, 효율성을 즐겼지만 슬슬 두렵다. 이 변화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결과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에서는 "사람들은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지 말라"는 내용이 나온다.
옛날에 사람들은 생각하는 기능을 기계에게 넘겼다. 그러면 자기들이 자유로워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기계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노예로 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AI의 성장이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된다. 예전에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었던 능력과 스킬들이 더 높은 사회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후천적으로라도 유능함을 도구삼아 타고난 계층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능력'이라는 것도 자본에 귀속되는 듯 느껴진다. 최근 OpenAI에서 월 3,000만원에 달하는 플랜을 내놓았을 때 그랬고, AI에게 실컷 작업을 시키다가 갑자기 뜬 리미트 경고창을 봤을때도 그랬다.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들기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를 회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알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변화의 선봉에서 질주하는 이들이 추구하는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변화 그 자체인 것처럼 맹목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인류의 진정한 문제는 우리가 구석기 시대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중세 시대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에 필적하는 기술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O. 윌슨의 말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겠지만 내심 이 상황이 좀 더 느리게, 좀 더 인간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작년에 (실패했지만) 그 누군가 서한을 통해 제안한 것 처럼 잠시 멈추고 이 일의 의미를 다 같이 숙고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한 유난스런 비관주의자의 기우로 끝나기를 바란다. 미래에 우리를 기다리는 세상은 인간이 갖은 의미 없는 일들에서 벗어나, 쾌적하게 자아실현에만 몰두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