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테의 법칙과 AI 시대

모두가 창작자인 시대, 진짜 차별화는? by 정작가

by WAVV

‘AI로 만든 거예요’라는 자랑이 어색한 이유

요즘 SNS를 보면 이런 글이 자주 보입니다.
“주말에 혼자 앱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멋진 시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봅니다.

그 앱의 핵심 로직은 Claude가 짰고,
디자인은 Figma AI가 자동 생성했고,
마케팅 문구는 ChatGPT가 도와줬다면...
이제 “혼자 만들었다”는 말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최근 AI 도구들을 쓰며 문득 떠오른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북유럽의 ‘얀테의 법칙(Janteloven)’입니다.
1933년 덴마크 작가 악셀 산데모세가 처음 소개한 이 법칙은 의외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놀라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북유럽 문화 속 조용한 자신감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것처럼 행동하지 않기."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지 않기."
"집단의 조화를 개인의 자랑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기."


이런 문화의 정신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이 바로
얀테의 법칙(Janteloven)입니다.
1933년 덴마크 작가 악셀 산데모세(Aksel Sandemose)가 소설 『한계를 넘은 도망자(En flyktning krysser sitt spor)』 에서 소개했으며 이후 북유럽 전역에 퍼져 사회적 겸손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 얀테의 법칙 10가지 조항
1. 너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너는 우리와 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3. 너는 우리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너는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너는 우리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너는 우리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너는 모든 일에 능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너는 우리를 비웃지 마라
9. 너는 우리에게 관심 가져야 한다고 생각지 마라
10 너는 우리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언뜻 보면 자기 검열의 극단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칙의 핵심은 "모두가 평등하며, 자만하지 말자"는 공동체적 가치에 기반한 삶의 태도입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노벨상 수상자조차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성취를 내세우기보다 조용히 기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죠.

물론, 얀테의 법칙이 때때로 과도한 자기 검열과 창의성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AI 시대에는 그 겸손의 정신이 오히려 중요한 균형 감각을 선사합니다.


누구나 창작자가 된 시대, 겸손이 필요한 이유

예전엔 '콘텐츠를 만든다'는 말이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디자인, 작곡, 글쓰기, 개발… 모두 고도의 숙련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ChatGPT로 글을 쓰고,

Claude로 앱을 만들고,
Suno로 음악을 만들고,
Midjourney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Lovable로 마케팅 페이지를 디자인합니다.

그 결과,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AI를 어떻게 썼는지, 어떤 도구 조합을 활용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즉, 창작물의 퀄리티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가”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이건 내가 만들었어요!”라고 자랑하는 것이 어쩐지 어색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얀테의 법칙, AI 시대에 다시 빛나다

AI가 창작의 문턱을 낮췄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역량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어떤 문제를 정의했는가?

사용자의 진짜 니즈를 파악했는가?

다양한 도구를 적절히 조합했는가?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AI 시대에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얀테의 법칙은 이런 태도에 힘을 실어줍니다.
“내가 잘났다”는 말보다,
“나는 문제를 잘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다”라는 태도가 오히려 더 빛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창작할 것인가?

AI는 이제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누구든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도구를 잘 다루는 기술적 자부심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의미를 찾는 통찰력과 겸손함입니다.

얀테의 법칙이 90년 전 우리에게 던졌던 질문은
오늘날 오히려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당신이 만드는 것은
어떤 문제에서 출발했나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고민만 하다 시작을 미루거나, 만드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가볍게 시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창작과 AI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담은 혠작가님의 글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AI 시대에 기획자가 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뮹작가님의 글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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