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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도 AI

AI를 드러내지 않는 AI 디자인

사용자는 어떤 기술이 들어갔는지 다 알 필요 없다 - 혠작가

by WAVV


너도나도 AI기능을 내놓는 요즘


요즘은 쇼핑, 금융, 교육 등 분야를 막론하고 AI 기능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요즘 AI가 핫한데 우리도 뭐라도 하나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공급자의 FOMO로부터 기인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AI 과잉에 고객은 피로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사용자에게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기술이 활용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경험은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자연스러우면서도 걸리는 것 없이 흘러가며 하려 했던 일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방식이겠죠. 어떻게 매끄러운 AI경험을 만들 수 있는지 잘 설명한 글이 있어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아래 글은 원문에 개인 의견 및 사례를 추가하였으므로 필요하신 분들은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기


보이지 않는 기능(Invisible Feature)의 핵심은 사용자가 기술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Gmail의 스팸 필터는 매일 수많은 스팸 메일을 걸러내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받은 편지함이 깔끔하다'는 사실만 경험하죠.


이런 경험이야말로 기술이 자연스럽게 삶 속에 녹아든 진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앱에서 모든 데이터를 고려하여 목적지를 검색하면 제일 첫 번째로 최적경로를 제안하는 것처럼 매끄러운 경험이 필요합니다(단, 이를 위해서 기술이 효과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한다는 전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2️⃣ (소름 끼치지 않게) 맥락 이해하기


AI가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모든 행동을 설명하지 않아도 맥락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의 패턴, 시간대, 환경적인 요소까지 고려해서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조용히 제안하는 것이 이상적이에요. 한마디로 눈치를 갖추어야 한다는 거죠.


이때 중요한 것은 ‘너무 많이 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니다. AI가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보여주면 자연스러움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나아가 심리적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음악 앱 플레이리스트를 제안받을 때 청취 패턴과 취향변화를 감지하는 것처럼 맥락을 조용히 읽어야 합니다.

* 음악앱 AI를 잘 설계한 사례는 아래의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wavv/11



3️⃣ 흐름을 끊지 않고 개입하기


글을 쓰다가 맞춤법 자동 수정이나 구문 완성 기능을 사용한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기능이 조용히 들어올 때 흐름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매끄러워집니다. AI의 개입이 이렇게 사용자의 하는 일의 과정을 방해하지 않고 보조하는 순간, Invisible Feature는 빛을 발하게 됩니다.

당근마켓 AI 글쓰기는 중고물품 사진을 업로드했을 때 자연스럽게 개입합니다


반대로 사용자의 의도를 매번 확인하거나 번거로운 설정을 요구하는 순간, 기술은 더 이상 자연스럽지 못하게 됩니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때 많은 분들이 ‘모두 넣어놓고 사용자가 고르게 하자 ‘라는 안을 자주 선택하시는데 매번 선택하는 것이 사용자에게는 심리적인 부하를 일으킨다는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죠)



4️⃣ 우아하게 실패하기


아무리 정교한 AI라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Invisible Feature는 실패했을 때 사용자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앗, AI로드에 실패했어요'라는 오류메시지만 던지고 흐름을 중단하면 안 됩니다.


아이폰의 Face ID가 실패했을 때 자동으로 비밀번호 입력 화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처럼, 기술은 조용히 물러서되 여전히 사용 가능한 대안을 남겨야 합니다. 사용자가 기존의 의도를 완료할 수 있도록 레거시 기능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주어야 합니다.



5️⃣ 인터페이스 없는 사용자 경험


Invisible Feature의 이상적인 모습은 별도의 버튼이나 토글 없이 배경에서 작동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충전 습관을 학습해서 자동으로 배터리를 최적화하는 기능은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해도 일상적으로 체감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6️⃣ 필요할 때는 드러내기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감춰져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용자가 이유를 알고 싶을 때, 혹은 선택지를 원할 때는 기능이 살짝 드러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로 사용자에게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신뢰를 얻어야 하거나,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불필요하게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설명과 컨트롤을 제공하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설명을 원할 때는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N+스토어)




✍️마무리하며: AI가 마케팅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AI 디자인은 사용자가 기술 자체를 느끼기보다는 ‘원래 그렇게 되어 있는 것 같은’ 경험을 줍니다. 이는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고,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 브랜드 전체의 인상을 한층 더 세련되게 만들어 줍니다. 결국 Invisible Feature는 기술의 성취가 아니라, 기술이 사라질 때 드러나는 경험의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 기능들이 마케팅 수사에 그치면서 기대에 대한 실망이 누적되는 고객경험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점점 단편적인 시선끌기를 목적으로 하는 단편적인 AI 기능들은 프로덕트에 기여하기 힘들 것입니다. AI가 우리 서비스의 본질에 적합한 도구인지, 기술은 내보낼만큼 충분히 성숙되었는지를 먼저 고민하고, 적용할 때는 필요한 순간에 한해 드러내어 메인 경험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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