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이유

by 식작가

간밤에 그냥 노래를 듣다 눈물을 훌쩍였다. 유독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고 나는 늘 그렇듯 유튜브의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알고리즘의 알고리즘의 알고리즘마저도 전부 파고들어 볼만한 영상이 바닥이 나고야 말았었다. 박박 긁어서 있는 것, 없는 것 전부 다 보고 그렇게 나는 유튜브의 끝자락에서 한 노래를 듣게 되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누워 베개에 턱을 괴고 누워있었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오직 빛나는 것은 내 휴대폰 속 노래 영상뿐이었다. 그렇게 노래가 절정에 달했을 때, 별안간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흐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굵은 눈물 방울 뚝뚝 흐른 것도 아니고 그저 그 눈물 한 방울만 굴러 떨어진 것이었다. 더 이상 오르지 못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손 쓸 틈도 없이 후두둑 떨어져 내 뺨에 축축한 길을 만들고 베개에 떨어져 자그마한 원을 그렸다.


잔잔하고, 소곤소곤 흘러가는 노래였던 것 같다. 그 노래를 처음 들은 것도 아니고, 노래를 부른 가수를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지나가다 들었으며 몇 번은 흥얼거렸을 노래다. 그럼에도 나는 눈물 한 방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는 눈물에 관해서 왜라는 질문을 많이도 했었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에 왜. 드라마를 보다 떨어지는 눈물에 왜. 타인이 우는 것을 보고 따라 우는 눈물에 왜.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적시는 눈물에 왜. 왜왜왜. 아무개가 흘리는 눈물에 너무 많은 의문부호를 붙였다. 나로선 흘려본 적 없는 순간의 눈물이었고 느껴보지 못하리라 여긴 눈물이었다. 나에게 눈물이란 아프거나 사무친 누군가가 떠나갈 때, 나 스스로가 어찌할 수 없이 눈에 고이는 것이었다.


간밤에 내가 흘린 눈물은 고작 한 방울이었다. 한 방울이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지나 자그마한 원을 하나 만들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한 방울은 물 한 바가지가, 한 길은 나를 뚫고 가는 고속도로가, 한 원은 나를 가두는 가두리가 되어 준 것 같았다.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내가 보아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득한 슬픔이 떨리는 것이다. 눈물은 흐른다 보다는 흘려지는 것이다. 그렇게 슬픔을 느꼈을 때 온몸에서 쥐어짜 눈에서 툭하고 떨어뜨리는 표시목이다. 슬프다고, 혹은 눈물이 흐를 만큼 벅차다고. 수없이 많은 이유 중에 나는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옅게 알게 된 것이다. 타인의 음성으로 불리는 절절한 가사들이 깊게 박힐 수 있음을 알았다.


내가 던진 왜라는 질문들이 바보 같아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감히 알 수 없는 사연과 이야기들이 만들어낸 눈물이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알 수도 있을, 허나 평생에 걸쳐도 알 수 없을지 모르는.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이 많아진다고 한다. 나는 그것이 늙어가는 몸과 함께 약해지는 마음 때문이라 생각했다. 강직했던 사람도 세월에 무뎌져서 눈에 쉽게 물이 차는 것을 허락한다고 생각했다. 어리고 젊었을 때는 울지 않았을 일임에도 우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닌 것 같다. 삶을 오래 살아갈수록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이유를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약해져 걸핏하면 떨리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떨어야 하는 이유를 알기 때문이라고. 간밤에 내가 흘린 눈물처럼 의도치 않게 불쑥 튀어나온 눈물들은 마음만은 이유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듣고 구슬퍼진 이유를 마음은 정확히 알고 있다.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눈물이 많은 사람을 더는 약하게 볼 수 없을 것 같다. 울어야 하는 이유를 마음이 수 없이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유를 많이도 가지게 된 까닭은 묻지 않겠다. 그 깊은 마음에 들어찬 시간과 공간이 얼마나 아리게 할지 가늠할 수 없다.


더는 왜라고 물을 수 없을 것 같다. 가끔은 마음만 이유를 알고 있기에 자신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기에. 설령 자신도 이유를 알고 있다면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눈물을 흘려보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담아둔 사연이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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