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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Jul 04. 2023

짜장면 그 너머의 중국 음식

요즘 유행하는 찐 중식에 대하여

  중식 = 짜장면?


  화교들이 들여온 작장면이 짜장면의 원류라는 이야기는 이제 너무 유명해졌다. 또한 완벽히 현지회 되어버린 짜장면은 사실상 한국음식이라는 사실 역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짜장면을 중식이라 부르고 짜장면을 파는 식당을 중식당이라 일컫는다. 여전히 한국에서 중식의 대명사는 짜장면과 그의 친구들이다. 


  근대기를 거치면서 짜장면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시대에 따라 고급 음식에서 서민 음식으로 신분을 달리했을 뿐, 외식과 배달의 대명사인 짜장면은 한결같았다. 덕분에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중국음식은 사실상 짜장면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모양새가 달라졌다. '진짜' 중국음식 점들이 눈에 띈다. 화교나 중국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을 끌어당기는 조금 더 중국스러운 식당들이 많아졌다. 우리는 왜 짜장면을 놔두고 한 눈을 파는 것일까? 버젓이 중식을 놔두고 왜 '진짜' 중식을 찾기 시작했을까?



  일식에 밀린 중식 


  미우나 고우나 동아시아 3국은 문화적으로 수많은 교류를 해왔다. 식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식은 일식에 비해 덜 주목받았다. 본래의 형태를 적절히 보존하면서도 적당히 현지화된 일식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잘 잡았다. 하지만 중식은 그렇지 못했다. 짜장면과 중국집이 중식의 대부분이었다.      


  분명 장점도 많다. 한국식 중식이라는 하나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식문화의 영역을 탄생시켰으니까.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국땅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너무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일까. 한국식 중국집 이외의 다른 중화요릿집이 대중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적어도 일식에 비해서는.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여전히 짜장면은 스테디셀러였지만 짜장면보다 더 중국스러운 음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지화가 비교적 덜 된 각국의 가정식들이 유행했고 중식도 예외는 없었다. 과거에는 타국 음식의 낯선 맛을 지우려 노력했다면 이제는 그런 낯선 맛을 찾아서 먹는다. 낯선 중국 음식도 당연히 환영받았다. 



  마라탕 덕분에


  마라탕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급격하게 늘어난 마라탕 전문점과 함께, 마라 관련 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우리는 마라를 거리낌 없이 소비했다. 물론 한국에서 소비되는 마라탕 역시 몇 차례의 현지화가 진행되었다. 그래도 기존의 우리가 소비한 중식들에 비해 더 현지스러운 맛과 풍미를 내뿜는 것은 확실하다.      


  덕분에 중국 음식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중국 음식 하면 어딘가 강렬하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갔을 것만 같았다.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도 있었고 도전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라탕으로 유입된 소비자들은 마라 이외의 다른 중식들도 탐닉했다. 그렇게 접한 마라탕이 생각보다 괜찮았기 때문이다. 


  낯설고 선뜻 시도하기 쉽지 않았던 찐 중식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 전부 마라탕 때문은 아니지만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맛에 관해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당장 나 역시도 제대로 먹기 시작한 진짜 중국스러운 음식이 마라탕이었다. 여러모로 마라탕은 외식업계 이곳저곳에 큼지막한 족적을 남겼다.  



  술과 함께


  고량주, 중국 술의 대명사다. 우리가 가장 쉽고 흔하게 접하는 중국 술이다. 높은 도수와 함께 특유의 고량 향은 진한 호불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하이볼과 같은 가벼운 주류들의 유행은 고량주에게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게 했다. 고량주와 맥주를 섞는 '고맥'처럼 도수와 향미를 약하게 만들어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술마저도 진입장벽을 낮추기 시작했다. 


  고량주의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덩달아 중식에 대한 소비도 활발해졌다. 고량주와 중식 중에서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두 개는 서로 보완적이다. 술은 당연지사 안주를 불러온다. 고량주에 잘 맞는 안주는 당연히 기름지고 풍미가 강한 중식이다. 


  물론 중식이 고량주와만 잘 맞는 것은 아니다. 기름지고 풍미가 강한 음식은 소주와도 잘 어울린다.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사실 이쯤 되면 술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맛있는 안주에는 어떤 술도 잘 어울린다. 중식은 어엿한 안주가 되었고, 안주로 인식되면서부터 접근 방법이 아예 바뀌었다.        


  그래서 요즘 각광받는 중식당은 모두 술을 함께 판매하는 요릿집이다. 식당보다는 술집이 더 어울린다. 중국스러운 인테리어와 함께 가볍게 술을 곁들이는 주점으로 탈바꿈하면서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격식을 갖춰서 먹는 식당이라기보다는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들이다. 중식을 든든하게 뒷받침해 준 술은 어쩌면 현재의 중식 열풍의 가장 큰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식의 중식화 


  가깝지만 멀다고 할 수 있는 나라. 어지러운 국제 정세지만 음식만큼은 어지럽지 않다. 국제적인 이슈와 상관없이 우리는 중식을 즐긴다. 문명의 발상지로써 주변국에 막대한 문화적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니까. 당연히 음식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한국에서 중국음식은 짜장면이 그 파이를 전부 가져가 버렸다. 

  

  스무 살 적에 선배의 손에 이끌려 현지인들만 가는 학교 앞 중식당에 간 적이 있었다. 중국어로 된 낯선 간판만큼이나 낯선 음식들이 식탁에 올라왔지만 생각보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적당한 향신료와 매콤하고 짭짤하게 간이 밴 음식들.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었다. 마침 마라탕 붐이 막 일고 있던 시기였기에 중식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었다. 아, 중식에 짜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말이 웃기지만 한국 내의 중식당들이 조금 더 중식화가 되어가고 있다. 본토의 맛을 추구하는 식당이 늘어간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중식당들은 대게 고급식당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미지를 차츰 벗어가고 있다.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게, 격식을 차리지 않고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식당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식이 어색했던 세대에게 친숙해지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급진적이지 않게 서서히 천천히 다가갔다. 여러 이유들로 중국음식은 한국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더 쉽게, 더 많이, 더 맛있는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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