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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Jul 12. 2023

진짜 햄버거를 찾아서

  만국공통의 햄버거


  햄버거라는 음식이 팔리지 않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미국에서 소비되기 시작한 햄버거는 맥도날드와 같은 공룡 프랜차이즈와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력을 등에 업고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진출했고 햄버거라는 음식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햄버거는 전 세계인이 공유하고 있는 가장 유명한 음식 중 하나다. 


  각국으로 뻗어나간 햄버거는 상황에 맞게 개조되었다. 한국에서는 치킨, 새우와 같은 다양한 재료들이 햄버거에 들어갔고 불고기의 나라답게 달큰한 불고기 소스가 들어가기도 했다. 다국적 프랜차이즈의 성공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한 토종 햄버거 브랜드들도 국내에서 괄목할만한 성공을 이뤄냈다.  


  최근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가 한국에 상륙했다.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건물을 둘러싼 줄을 보면서 나는 혀를 내둘렀다. 사람들은 버거 때문에 새벽같이 오픈런을 하기도 한다. 무엇으로 하여금 우리를 줄 서게 했을까. 우리는 우리의 버거에 질린 것일까? 머나먼 타국, 본고장에서 온 햄버거는 정말로 불고기버거보다 특별할까?



  숫자에 약한 우리


  우리는 특히 숫자에 약하다. 유독 3대 햄버거, 4대 짜장면 등등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의욕을 활활 불태운다. '미국 3대 버거'라는 마성의 마케팅 단어는 그렇게 우리를 자극했다.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으뜸으로 쳐주는 버거 중 하나라니. 지겹게 먹어오던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아니라니. 


  같은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인 쉑쉑버거가 몇 년 전 한국에 처음 상륙할 때도 그랬다. 지금의 파이브가이즈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대기줄 행렬을 이뤘다. 지금이야 지점의 개수도 많아지고 소비자의 관심도 떨어졌기에 당시와 같은 대기줄은 없다. 하지만 그 열풍을 파이브가이즈가 이어받았다. 쉑쉑과 쏙 빼닮았다. 


  아마 그것은 낯선 맛과 분위기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이러한 동경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존재했다. 우리 식습관 서구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미국에서 들어온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은 정말 대단했다.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등등 지금은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브랜드들도 한국에 처음 상륙할 때는 하나의 문화 취급을 받아왔다. 그 바통을 쉑쉑이 그리고 다시 파이브가이즈가 이어받은 것이다. 낯선 곳에서 온 음식을 최초로 경험해 보겠다는 열망. 오픈런은 그렇게 시작된다.  



  공룡 프랜차이즈가 낳은 결과 


  맥도날드가 막 상륙할 무렵 한국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다. 맥도날드는 그 준비의 일환이었다. 해외 유수의 프랜차이즈를 들여와 국제 도시로의 구색을 갖추는 것. 맥도날드를 비롯한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 해외 프랜차이즈는 보통 이 시기에 상륙했다. 햄버거가 국내에서 대중적인 음식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오랜 시간 햄버거는 프랜차이즈의 전성시대였다. 어디서나 같은 맛을 유지하고, 빠른 시간 내에 효율적인 조리를 하기 위해서 프랜차이즈보다 알맞은 사업 형태는 없었다. 하지만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으로 대변되는 기존 프랜차이즈는 너무나도 굳건했다 시장에서 완벽한 입지를 다져놓았다. 이들은 결국 햄버거를 지루한 음식으로 만들었다.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사업 확장에 용이하고 보편적인 맛을 유지하기에 최선이었지만 오랫동안 최고의 맛으로 남기란 어려웠다. 햄버거는 그러는 사이 고급 서양 음식의 지위에서 내려와 혼자서, 가볍게 때우기 좋은 패스트푸트로 포지셔닝했다. 맘스터치 같은 신생 브랜드가 공식을 깰 법도 했지만 기존 프랜차이즈의 큰 틀은 결국 바꾸지 못했다.  


  기존 프랜차이즈 햄버거가 한계를 드러내던 그 순간, 한쪽에서는 수제버거로 대변되는 '진짜' 미국의 맛을 좇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기름진 패티, 진하고 깊은 치즈를 사용한 진짜 미국식에 가까운 햄버거가 유행했다. 그리고 늘 똑같은 프랜차이즈 햄버거에 질린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를 원했다. 그것에 대한 결과가 국내에 최초 상륙한 쉑쉑버거였고 지금의 파이브가이즈라고 생각한다.   



  기름지고 느끼한, 그래서 당기는 


  우리의 입맛이 한층 더 서구화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햄버거는 재료와 소스에 따라 맛과 형태가 무궁무진하게 변한다. 따라서 세계 곳곳에서 햄버거의 현지화는 자연스럽게 일어났고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고기 버거다. 달콤한 불고기 소스가 들어간 햄버거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   


  국내 햄버거 브랜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들어온 브랜드들도 이런 한국화가 진행되었다. 패티의 종류를 바꾸기도 하고, 이색적인 속재료를 넣기도 했다. 소스로 느끼함을 잡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빵 대신 밥을 쓴 햄버거도 있었다. 우리의 입맛에 맞게끔, 우리의 지갑을 열게끔 햄버거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시대는 변했다. 햄버거라는 음식이 생소했던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달콤하고 덜 느끼해야만 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세계 곳곳의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의 입맛은 더욱 다채롭고 강인해졌다. 비로소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본토의 햄버거를 감당할 수 있는 입맛이 됐다. 진한 육향과 녹아내리는 치즈, 간단하지만 조화로운 야채들이 함께하는 진짜 미국식 햄버거를 사랑할 준비가 됐다. 미국의 차세대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이런 변화에 반응하여 한국에 상륙했다.      



  낯선 것을 더 낯설게    


  햄버거가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세상에서 가장 낯선 음식 중 하나였다. 기존의 한식과는 맛을 내는 메커니즘부터 달랐으니까. 하지만 햄버거는 오랜 시간 한국에 발을 붙였고 나를 비롯한 20~30대는 햄버거에 익숙한 세대가 됐다. 그리고 가장 낯선 맛이었던 기존의 햄버거는 가장 익숙한 맛이 되었다. 


  입맛이 변했다기보다는 과하게 적응을 했다. 한국화 된 햄버거, 맥도날드와 같은 기존 프랜차이즈의 햄버거에 너무나도 잘 적응했다. 나는 롯데리아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냥 익숙해서 먹는 것도 있다. 신제품도 곧잘 출시하지만 결국 브랜드의 범위를 벗어나질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너무 익숙해진 것일까. 


  그래서 더더욱 낯선 맛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익숙한 맛보다 낯선 햄버거의 맛. 진짜의 맛. 한국화를 걷어낸 맛. 식품/외식 시장에서 낯섦은 가장 큰 무기니까. 그래서 단시 햄버거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서 낯섦에 대한 교환은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햄버거 시장에서 가장 낯선 파이브가이즈가 한국에 들어온 것일 뿐이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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