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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Sep 19. 2022

시골로 떠난 우리는

우리 가족의 귀촌, 그 시작  


  그날은 너무 선명해서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무더운 여름날 주말,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친구와 동네 수영장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곧장 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엄마와 아빠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것은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귀촌을 할 예정이라는 정말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수영장 갈 생각에 들뜬 나는 날벼락을 맞았다. 5년을 넘게 산 동네와, 친구들, 도시의 생활을 놔두고 갑자기 시골이라니. 너무 일방적인 통보에 나는 말문을 잃었고 믿지 못했다. 그 어린 나이에도 나는 최선을 다해서 황당함과 어이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나는 꿋꿋이 수영장에 갔다. 시골로 귀촌한다는 황당한 엄마 아빠의 발언에 수영장 약속을 취소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친구와 수영장에서 열정적으로 놀았고 흩뿌려지는 물방울과 함께 귀촌에 대한 내용을 까맣게 있었던 모양이다. 수영을 다 하고 왕뚜껑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귀촌에 대한 걱정보다는 다음날 등교할 학교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함께 수영장에 간 친구에게도 가볍게 말했다. 진짜 이뤄질 것 같지가 않아서. 흘러가듯이, 장난치듯이 그 모든 상황을 대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 주말에 들어보지도 못한 시골 마을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국내로 여행을 자주 가는 우리 가족이지만 무언가 달랐다. 관광보다는 탐방과 조사에 가까운 여행이었다. 부모님은 땅과 집을 진지하게 알아보기 시작했고 나는 그제야 일의 심각성을 몸소 인지했다. 이분들, 정말로 시골로 귀촌할 생각이구나. "나도 회사 때려치고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하고 직장인들이 허공에 던져보는 그런 자그마한 소망 같은 것이 아니었다. 어린 내가 알 수 없었던 수많은 계획과 생각, 움직임들이 물 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 근교의 전원 마을, 눈이 무릎까지 쌓인 한겨울 강원도의 산골 마을, 계곡이 흐르는 골짜기의 마을까지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시골 마을을 물색했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탐탁지 않게 지켜봤다. 나는 대놓고 시골이 싫었다. 하지만 그때 부모님은 어찌나 단호했는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현실적인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반대할 새도 없이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그리고 시골로의 귀촌을 선언한지 1년이 채 안되어서 우리가 자리 잡을 곳이 정해졌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말이 1년이지 엄마 아빠는 훨씬 오랫동안 귀촌을 준비하고 계셨다.  



  그 이름마저도 생소한 '진안'. 지금은 내 고향이 되어버린 남쪽의 작은 시골 도시. 인구 2만의 진안군, 마이산과 홍삼으로 그나마 미약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여전히 내 고향을 모르는 사람들은 많다. 높은 해발고도 덕에 남쪽이지만 한겨울에는 지독하게 눈이 내리고 산이 첩첩한 시골이다. 그 시골 중에서도 더 깊은 시골 속에 우리 가족은 둥지를 틀었다. 작은 마을의 끝자락, 인적이라고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공터에 집을 지었다. 엄마와 아빠는 당신들이 구상해왔던 농사를 시작했고 나는 시골의 작은 학교로 등교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시골로 떠난 우리는 각자의 새로운 삶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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