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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작가 Sep 21. 2022

농사, 우리가 귀촌한 이유

전원생활, 많은 도시인들의 로망

  나는 타의였지만 엄연히 귀촌인이었음에도 꽤 오랜 시간 동안 귀촌과 귀농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딱히 두 단어를 구분 없이 사용했던 것 갔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우리 가족이 '귀농'을 했다 소개했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귀촌'을 한 것이었다. 귀농은 도시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농사를 업으로 삼는 것이다. 반면 귀촌은 그저 시골로 들어와서 사는 것이다. '농사를 업으로 삼는 것' 이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농부다. 1년의 대부분의 시간을 밭에서 보낸다. 하지만 우리 집은 귀촌을 한 것이다. 그렇게 기른 농산물로 소득을 창출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을 것만을 기른다. 자급자족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겠다. 재해나 병충해로 한 해 농사를 망치면 우리가 먹을 농산물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세가 기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농사로 돈을 벌지 않으니까. 덕분에 농사 경험이라곤 주말 농장 경영이 전부였던 엄마 아빠는 초보 중의 초보 농부였지만 실패에 조급해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됐다. 몇 번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농사로 돈을 벌진 않았다고 하나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맺고 싶었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작은 주말 농장이 농사 경험의 전부였던 초보 농부 두 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말 농장의 몇 배에 달하는 밭을 일구기 위해 해 뜨는 낮에는 맨몸으로 밭에서 일했고 해 지는 밤에는 지독하게 공부했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두 분의 성격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두 분의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은 닮지 못했다. 늘 실수하고 덜렁대는 나는 아무래도 농사는 못 할 것 같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했음에도, 몇 년은 고생해야 했다. 지금 우리 집의 농사는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하고, 토마토로는 파스타 소스를 만들기도 하며, 조그맣게 만든 딸기밭에서는 딸기잼과 딸기 쉐이크가 나온다. 이외에도 양파, 파, 가지, 오이, 호박, 무, 부추, 두릅 등등 수많은 농산물을 키우고 먹는다. 하지만 여전히 집에 내려가면 엄마는 나에게 하소연한다. 배추흰나비와 두더지 때문에 농사를 망쳤다고, 가뭄이 너무 심해서 밭이 쩍쩍 갈라진다고, 오이에서 쓴 맛이 난다고. 10년 차 농부들에게도 농사는 여전히 알다가도 모르겠고 실패할 것 천지였다.


  시골로 내려오기 전, 도시에서 엄마 아빠가 꿈꿨을 전원 라이프를 10년이 꼬박 지나고야 이뤄냈다. 부모님은 여전히 새벽같이 밭에 올라가서 해가 더워지기 전에 내려온다. 땀에 흠뻑 젖고 녹초가 되어 점심을 먹고 낮잠을 청한다. 더위가 한풀 꺾일 시간이 되면 다시 밭에 나가 밭일을 한다. 해가 뉘엿이 지면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이르게 잠에 든다. 도시보다 그 불은 이르게 꺼지지만 더 치열하고, 더 고되다. 누가 귀촌이 낭만 가득한 것이라 했던가. 그것은 육체노동의 천국이다. 하지만 두 분은 힘들지언정 불행하지는 않았다. 엄마와 아빠는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했다. 농사를 지으며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 말한 적이 없었고 후회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진정한 전원생활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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