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남게 된다면?

똥고집 한번 부려봐!

by 버들s

엄마의 똥고집!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아빠가 말하는 엄마의 똥고집!


아이야!

똥고집 아니?

고집은 고집인데 '똥'자와 합쳐져서 상태가 아주 심하고 못된 고집을 나타내는 비속어.

소통 불가,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우길 때 듣게 되는 말이야


우리 가족 입에서 잘 쓰지 않는 단어.

유일하게 쓸 때가 아빠가 엄마의 고집을 얘기할 때,

"너희 엄마가 똥고집이 있어" 하면서 드는 예가 딱 하나 있지.

몇 번 들어서 너희들도 기억하지?

'고집'이라는 말, '부산'이라는 말이 나오면 아빠가 꼭 꺼내서 얘기하는 엄마의 똥고집!


원래 아빠의 좋은 점이 과거 얘기를 잘 안 하시는 거잖아.

과거의 엄마 잘못, 엄마의 부족함, 아빠가 잘해준 것 등등 절대 입에 올리지 않으시지.

그런 아빠가 유일하게 "그때 너네 엄마가 고집을 부리는데~" 하면서 시작하는 그 얘기.


오늘에서야 엄마가 그날의 똥고집에 대해서 제대로 얘기해 줄 수 있게 되었네.


찾아보니 2016년 12월이더라!

지금으로부터 딱 9년 전!

최근에도 아빠가 '부산 연수' 얘기할 때 또 엄마의 '똥고집' 얘기하시던데,

진짜 오래된 얘기를 아빠가 꺼내신 거였네.

같은 얘기를 엄마는 10년 가까이 듣고 있는 거고,

아빠가 그때 충격이 크긴 하셨나 보다.


9년 전, 아빠랑 부산에 가게 되었어.

친척 어른 장례식이 있었는데 마침 금요일이라 주말에는 부산여행을 하게 되었지.

부산여행은 처음이라 엄마, 아빠는 여기저기 많이 다녔단다.


해운대 바다를 시작으로 동백섬, 이기대공원 오륙도 스카이워크, 국제시장, 깡통시장 야시장 등 유명하고 궁금했던 곳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지.

마치 신혼여행 온 것처럼 재밌고 즐거웠단다.

일요일은 아침을 간단히 먹고 태종대를 들렀다가 점심으로 부산에서 유명한 부산국밥을 먹기로 했어


태종대!

너무 좋더라~

겨울인데 춥지도 않터라구!

부산시장에서 아빠가 사준 새 옷을 입고,

날씨도 좋고,

태종대에서 바라본 바다가 너무 예쁜 거야.


아빠도 기분이 좋으셔서 유람선까지 탔잖아

엄마는 행복하고 좋아서 아빠에게 계속 '좋다', '행복하다'하고 다녔어.


태종대에서 내려오는데 저 아래 바다 앞에 알록달록 파라솔들이 보이는 거야.

다양한 회를 파는 해녀촌이었지.



엄마는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아빠는 별로 안 좋아하시지.

그래서 엄마는 집에서 해물 요리를 거의 안 했어.

너희들이 자라는데 필요했지만, 아빠가 싫어하셨기에 되도록 아빠를 피해서 만들어 주었어

엄마가 회가 먹고 싶을 때는 친구들 모임 장소를 횟집으로 정했단다.


엄마는 아빠가 하지 말라는 거, 좋아하지 않는 것을 되도록 안 하고 살았어.

함께 사는데 굳이 싫다는 걸 해서 불편해지는 게 싫었던 거야.

만약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는 아빠에게 부탁을 하거나 설득을 했지

최대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며 살았어.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는 큰 다툼 없이 잘살고 있잖아.




그런데,

그날!

그 태종대에서

바다 앞에 있는 놓인 파라솔과 해녀촌을 본 순간!

엄마가 좋아하는 해삼이 너무 먹고 싶더라~

바다 옆에서 좋아하는 해삼을 먹는다면 정말 좋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아빠에게 "저기 가서 해삼 먹고 싶다"라고 말했지.

당연히 아빠는 무슨 회를 먹냐고,

가서 부산국밥이나 먹자고 하셨지.

아빠의 대답이 전혀 서운하지 않았어.

엄마도 예상했던 말이었으니까...


다른 날 같았으면 그냥 포기했을 거야.

아니다, 처음부터 먹자는 말도 꺼내지 않았겠다.

아빠가 싫어할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근데 그날의 엄마는 아빠 말을 듣기 싫었어.

그래서 그냥 해녀촌을 향해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어내려갔지.

아빠가 깜짝 놀라 엄마를 부르더라.

뒤돌아 보지 않았어.

돌아보면 해삼을 못 먹게 될까 봐.

10여분 넘는 내리막길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무작정 내려간 거지.


내려가면서.

아빠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어.


왜 오늘 나는 해삼을 먹어야 할까?

아빠가 안 좋아할 것을 알면서

왜?




엄마는 '오늘'에 '순간'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살아.

가족에게도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지.

되도록 후회하지 않는 삶,

미련이 남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후회하지 않는 삶은 없어.

하지만 되도록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거지.


그날, 엄마는 아빠의 반대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선택을 해야 해.

먹을래? 포기할래?


아빠 말을 듣고 해삼 먹기를 포기한다면,

엄마는 '부산, 태종대' 말이 나올 때마다 '그때 해삼이 먹고 싶었는데 아빠 때문에 못 먹었잖아' 하며 아빠를 탓하게 될 것 같았어.

그러면서 이 행복한 여행이 오염되는 것 같았지.


고집부린 엄마의 행동을 후회할지언정, 아빠 탓을 하고 싶진 않았어.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준 아빠에게 서운함 감정을 가지고 싶지 않았던 거야.


아빠가 원하는 부산 국밥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해삼 한 접시만 간단히 먹자.

분위기만 느끼고, 이 바다를 가슴에 오래도록 남겨두자.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태종대,

바다 냄새를 맡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해삼,

엄마에게는 완벽한 부산여행인거지.


그런 생각이 순간 들면서

'먹겠다'라는 판단을 내린 거야.


엄마의 의지, 엄마의 선택인 거야!

아빠를 원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

아쉬움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완벽한 여행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었어.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걸어가는 엄마!

아빠는 너무 낯설었던 거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난생처음 본 거니까.


결국 아빠는 엄마를 따라 내려와서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해삼을 사주셨지.

엄마는 혼자 해삼을 먹는 게 미안해서 아빠가 좋아하는 소라회를 함께 주문했어.

그런데,

소라회가 엄마가 알고, 먹던 숙회가 아니더라고.

엄마는 그때 처음으로 소라회 맛도 보게 된 거야.


숙회가 아니기에 아빠는 안 드셨지.

결국 엄마 혼자, 해삼과 소라 그리고 서비스로 주신 굴까지 바다를 보며 행복하게 몽땅 먹었단다.


그 이후로 엄마는 아빠에게 '똥고집' 있는 사람이 되었지.

그리고 '똥고집' 있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불리고 있지.

그런데 엄마는 그 '똥고집' 소리가 괜찮아.

불편하지 않아.

엄마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태종대 바다와 바다를 보며 먹었던 해삼, 소라, 굴이 생각나면서 행복해지거든.


만약 엄마가 그때 아빠의 말을 듣고 포기했더라면?

거꾸로 엄마가 '그때 아빠 때문에 못 먹었잖아'라고 서운한 말을 하는 사람으로 아니 그런 마음이 남았겠지?


그날 엄마의 결정은 아이들이 떼쓰는 것과는 달라.

오래 함께 해온 아빠의 성향을 알고, 엄마가 행동했을 때 마주하게 될 미래도 예측하면서

엄마에게 남게 될 감정까지 고려한 선택이었어.


고민 끝에 나온 선택

선택에서 나온 판단.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지.


아빠에게는 '똥고집'으로 보였지만, 엄마는 아빠를 더 사랑하기 위한 선택이었어.


결국 엄마의 마음에 아빠는 엄마가 좋아하는 해삼을 사준 사람, 태종대 바다와 좋았던 그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게 해 준 고마운 남편이지.


그리고 그때 소라회 맛을 알게 되었다.

진짜 맛있더라~

그때부터 해삼보다 소라회를 더 좋아하게 되었단다.

아빠는 소라회 맛을 알게 해 준 사랑하는 남편으로 엄마의 마음에 남은 거야.


'엄마의 똥고집'의 다른 말은 '사랑'이 되는 건가?


아이야!

엄마의 '똥고집'이야기 들어보니 어때?


상대방에게 불통이라는 소리를 듣게 돼도,

나중에 후회가 적을 선택!

남을 탓하지 않을 선택!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선택!

결과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 선택!

미래의 결과까지 고려한 선택!

네 가슴에 남게 될 감정까지 고려한 선택!

똥고집의 결과가 네게 의미 있는 것. 네가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렇게 생각해서 내린 선택이고 뒤집어서 이렇게, 저렇게, 그렇게, 요렇게 생각해서 내린 선택이고,

그 선택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똥고집'소리 한번 듣는 것도 괜찮치 않니?







자유(自由)란

나로 말미암은 것들로부터,

나로 말미암은 것들을,

나로 말미암을 수 있도록


나로부터 비롯된 모든 것의 총체다.

주체적으로, 자율적으로 선택한,

그리고 앞으로도 선택할 수 있는,

나의 세상에서 살 수 있다.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중략)


내가 나를 주인으로 섬기고(자유, 自有)

내가 나로서 사는(자유, 自由)

즉, 자유(自有)로써 자유(自由) 로운,

이것이 진정한 자유다! (주 1)



주 1) 감정이 각도를 잃으면 정신은 온도를 잃는다. 김주원. 건율원


사진. ko_choi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3Z4R2VoCVZjnu1j7FOnxVFrJ1a5LaNKu4G7H4Q3GRHTvBsQ/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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