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식들은 힘들었던 기억만 있는데, 엄마는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신다.
같은 과거에 대해 서로의 온도가 다른 것이다.
결국 참지 못한 여동생이 엄마께 원망스런말을 하고 말았다.
내가 자녀를 키우다 보니 딸이 지나가듯 " 엄마 그때 왜 그랬어요?"라고 묻는 말에 잘 기억도 안 나면서 괜히 이 말, 저말 끌어다 합리화하게 된다.
나도 엄마처럼 내가 좋았던 기억만 남기고, 우리 애들이 힘들었던 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망각한 것이다.
오늘 마주한 문장
우리는 가장 빨리 잊어버려야 할 일을 가장 오래 기억한다.
기억은 언제나 우리의 뜻을 배신해서, 정작 기억하고 싶은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뇌리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골치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최고의 약은 망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망각이라는 뛰어난 약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주 1)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봤을 때 안 좋았던 기억이 좋았던 기억보다 더 많이 떠오른 건 나의 선택적 망각의 결과인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지금 내 생각과 처한 환경에 따라 변질될 수 있기에 과거를 망각하고 현실을 잘 살아보련다
기억은 술과도 같아서 시간 속에서 발효하고 변질된다.
기억이란 결국 시간이 낳은 또 하나의 사생아일 뿐이다. (주 2)
주 1) 사람을 얻는 지혜, 발자타르 그라시안, 타커스, 2025
주 2) 이어령의 말, 이어령, 세계사, 2025
사진. ko_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