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 아니야...

경험으로 성장한다

by 버들s

오늘도 20대 후반의 청년층 구직자를 울리고 말았다.

초기상담에 꼭 질문하는 것 중 하나가 마지막 근무지 퇴사 사유이다. 이는 구직자의 경력 문제점과 앞으로의 진로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직무 불만족, 조직문화와의 충돌, 개인의 성장 욕구 등 근본적인 퇴사 원인을 파악하여 내담자의 성향과 태도, 가치관을 이해하고 새로운 경력계획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긍정적 퇴사 사유는 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거나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목표와 연관될 수 있다. 반면, 이전 직장에 대한 불만, 조직 및 내부 갈등,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이 원인이 되는 부정적 퇴사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은 나에게 왜 그랬을까?'등 과거의 사건과 감정을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실패의 원인을 곱씹고 회상하여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타인을 원망하게 되면서 자신감 및 자기 효능감이 저하되는 등 과거 지향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면접 시 면접관도 이전 직장 퇴직 사유를 통해 지원자의 성향과 직무태도, 그리고 조직 적응력 및 문제해결능력, 직업가치관, 태도 등을 파악하여 장기근속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려 한다. 단순히 이전 직장에 대한 불만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성장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직업상담사인 나는 구직자의 퇴사사유를 듣고 과거의 경험을 재정립하여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면접 답변에서 이전 직장에서의 직무 경험을 통해 교훈이나 깨달음을 강조하도록 하여 현재 지원하는 회사와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등의 면접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첫 직장, 특히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는 회사에 3-6개월 정도 근무하다가 부정적인 상황으로 자발적 퇴사를 한 사회초년생 구직자들에게는 단순히 일자리를 찾아주거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방법 등을 제시하는 것보다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이 여전히 미해결 된 심리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한다.


청년 구직자가 실패감에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도와 심리적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정서적인 지지를 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늘 울음을 터뜨린 사회초년생 구직자는 전공도 취업이 용이한 분야이고, 전공 관련 필수 자격증 보유, 학점도 높은 편이며 비교적 짧지만 관련 경력도 있어 바로 취업이 용이한 상황이다. 그런데 계속적인 구직활동에도 불구하고 면접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는 건 지원서류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입사지원 서류 컨설팅을 진행하게 되었다.

검토해 보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경력 사항 항목에 관련 직무를 했던 이전 직장에서의 경력을 기재하지 않고 대학생 때 활동했던 내용이 작성되어 있었다.


경력사항에 이전 직장 근무 경력을 작성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 짧게 일했고, 전공 관련 직무를 많이 경험해 보지 않았어요” (무뚝뚝한 말투였다.)

그래도 5개월 정도 근무했다면, 관련 직무에서 배운 게 있을 텐데요, 혹시 했던 업무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어요?

..................(답을 회피하고 침묵한다.)


다시 세부적인 질문을 이어간다.

지원 직종과 연관된 직무를 다양하게 예시로 제공하면서 수행경험이 있는지 자세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사실은......... 이라며, 퇴사하게 된 동기, 문제가 된 상황 등을 말하면서 끝에 '자신이 업무를 잘 이행하지 못했고, 직원들과도 편하지 않았다'라며 자신이 문제가 많아 퇴사하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면접시 경력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짧은 근속기관과 부정적 퇴사 경력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될까 봐 경력사항에 아예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OO님!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그 상황을 혼자 감당하면서 얼마나 부담스럽고 외로웠을까요.....

그런데 그건 OO님 잘못이 아니에요!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아요! "

울음이 터졌다...............


아무도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어요. 다들 "어렵게 들어갔잖아. 조금만 더 참아!", "첫 직장은 원래 힘들어. 조금만 버티면 지나가는데 성격이 예민해서 문제야", "요즘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데.... 1년이라도 채워야지." 라며 힘들어 퇴사하려는 이유가 제가 성격에 문제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주위사람들한테 계속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혼자 마음 정리를 다해서 지금은 괜찮아졌는데 지금 제가 왜 울고 있을까요?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한다.........(잠시 기다려 주었다.)


"아직 괜찮치 않은 거예요! 괜찮으려면 그 직장에서 나빴던 경험 말고 도움이 되었던 부분을 찾아봐야 해요!" 지금 말했던 이전 회사에서의 문제 상황에서 배우고 깨우치게 된 해결 방법이 있잖아요. 그럼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준비해야 했는지 알게 된 거잖아요, 그런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재진술을 해야 해요.


그래야 면접 가서도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최근 근무했던 직장에서 맡게 된 업무에서 완벽하지 못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중요한 프로젝트 진행 시 우선순위를 정하고, 준비할 부분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점검하는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에 대해 깨닿게 되었습니다. 어때요?

그 업무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전혀 모르는 것보다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직무능력이 큰 장점이 될 수 있어요!

라고 나는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내가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진정성을 담아 얘기해 줄 수 있는 건 나도 비슷한 퇴사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 들어오기 이전 직장에서 7개월간 근무하며 사표를 3번 제출했었다. 제출을 3번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거의 매일 사표를 냈었다.


40이 넘은 나이라 퇴사하면 갈 곳이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표를 냈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업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보통 입사에서 3개월은 맡게 된 업무에 적응하는 기간이고, 이후 3개월은 회사 문화, 동료, 상사등 조직에 적응하는 기간이다. 그래서 6개월 이상을 잘 보내면 1년, 2년, 3년 이상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출근이 지옥 같았고, 일요일 저녁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도 잘 못 잤다. 친정엄마 한약을 지어드리려고 방문한 한의원에서 "어머님보다 따님한테 한약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얘기를 듣고 한약을 지어먹어가면서 7개월을 버티고 버티다 결국 '동종업계에 3년 동안 취업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퇴사를 하였다.


퇴사를 결심하고 이직 준비를 하면서 내 탓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적응하고 있는데 나는 왜 못 견딘 걸까? 다음 회사에서 나를 불안정하게 보지 않을까? 내가 갈 곳이 있을까? "라며 스스로를 계속 질책하며 나의 문제점을 계속 계속 찾아내고 있었다.


그때 나를 잘 아는 지인이 "버들이 네 탓이 아니야! , "너랑 맞지 않은 곳이었어!" 라고 해주는데 그 말이 너무나 고맙고 큰 위로가 되었다.


그 후 나는 현재 기관으로 잘 이직하여 10여 년째 열심히 근무 중이다.


내가 직접 경험을 해보기 전에는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이유가 거의 구직자 문제라고 생각했다. 조직에 맞추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직업 상담을 했던 것이다.


그런 내가 퇴사를 결정하는 상황에 맞닥뜨려 지금의 구직자들과 똑같이 고민하고 퇴사하면서 자책 했다가 다시 힘을 내어 도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나는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퇴직 사유가 꼭 본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인지하도록 돕고, 자책하며 멈춰 있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시 도전해 보자고 권유한다. 본인에게 맞는 일, 직장이 있을 거라고 희망을 주면서 자기 개방으로 내 얘기를 하기도 한다.


다 울고 나면 경험 분석 및 경력분석을 통해 본인의 직무능력의 강점과 성격의 장점 찾기에 들어간다.

본인이 무엇을 잘했는지, 어떤 인정을 받았는지, 문제해결은 어떻게 했고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어떻게 했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상담사에게 얘기하면서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 입사지원 준비는 끝났다. 자신의 강점, 장점을 확실히 알고 당당하게 어필하면 되는 것이다!!!


"빛나지 않는 게 아니라, 빛날 자리를 못 만난 것뿐"

사람도, 상품도, 글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은 잠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진 가치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언젠가 어울리는 자리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빛날 것이다.(브런치 스토리, by 일상리셋)


사진.ko_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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