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들이랑 밥 먹는 게 불편하다. 친한 친구여도 그렇다.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 게 어색하다. 먹으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딱히 할 말도 없어서 친구들을 만나야 하면 밥보다는 주로 뭘 마시는 걸 택하는 편이다. 음료를 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에는 할 말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밥 먹을 때는 유독 말하는 게 불편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랑 밥 먹는 게 불편하지 않는 딱 하나의 예외가 있다. 음식이 정말 맛있을 때다. 정말 맛있는 음식점에서는 ‘맛있다’는 얘기만 해도 대화가 되니까.
시드니에 와서 이 곳 친구들과 친해지려면 어쩔 수 없이 밥 약속을 잡아야 했는데, 그럴 때면 꼭 이곳으로 데려갔다. 정말 맛있어서, 먹는 동안 ‘여기 맛있다. 맛있지’ 이 얘기만 계속해도 국적 불문하고 대화가 된다.
BAR LUCA는 버거 전문점이기 때문에 기본 메뉴가 호불호가 적고, 음료나 주류도 팔기 때문에 버거에서 셰이크나 맥주 등으로 한 자리에서 1-2차로의 전개가 용이하다.
이 곳에서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원래 알고 지내던 한국인 친구들이거나, 일하는 곳에서 만난 다국적 친구들.
대학 후배한테서 앞으로 시드니에서 지낼 거라며 밥 먹자고 연락이 왔다. 친한 친구랑도 단둘이 밥 먹으면 할 말이 없어서 그 억겁의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게 힘든데, 오랜만에 연락 온 후배가 밥을 먹잔다. 밥 먹다간 어색한 공기가 감돌까 겁나 커피나 차라리 술을 마시자고 할까 고민하지만, 음료만 먹이고 돌려보내기엔 밋밋하다. 결국 허세를 팍팍부리며 ‘존맛탱 버거’를 소개해주겠다며 이 곳으로 데려간다.
Bar luca는 수제 버거 전문 펍으로 매주 이 주의 스페셜 버거가 달라진다. 기본 메뉴도 다양한데 스페셜 버거에 각종 사이드 메뉴 추가에 셰이크나 맥주 음료까지 포함하면 무엇을 시켜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이럴 때 개인적인 추천은 blame/flame canada와 flame chicanada.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을 베어 물면, 이제껏 먹었던 베이컨은 제대로 익힌 게 아니라 레어 상태였음을 깨달을 수 있다. 흘러내리는 치즈를 보면 마음이 급해져 기록용 사진이고 뭐고 초점이 흐려진다. flme chicanada를 택하면 쇠고기 패티 대신 치킨이 올라가는데 겹겹이 쌓인 닭고기로 거대한 수제버거가 완성된다.
버거에 사이드로 감자튀김과 윙 추가 그리고 음료까지 더해 음식을 주문한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다 중간중간할 말 없어지면 이 곳의 리뷰가 1900개에 달한다고 기대된다는 얘기를 한다. 그리고 버거가 나오면 '맛있다, 대박, 너무 배불러서 못 먹겠다'는 말을 연발하며 덜 어색하고 맛있게 식사를 마친다.
직장에서 친해진 H와 V가 있다. H와 V 모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딘가 잘 통하고 대화가 쉽게 풀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만 수다를 떠는 게 아쉬워, 내가 용기 내서 아예 오프날 같이 차라도 마시자고 했다. 사실 차 마실 용기만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점심을 먹게 됐다.
제안한 사람이 나니까, 장소 선정도 내가 해야 한다.
멕시코인, 인도네시아인, 그리고 한국인.
이 셋의 입맛을 맞추기에 적정한 선에 있는 게 버거다. 무조건 BAR LUCA로 간다.
V는 blame canada를, H는 Mr T-Ruffle를 시킨다. 발리행 비행기를 예약했다는 멕시칸 V의 말에 인도네시아 인인 H가 주의해야 할 점들을 일러준다. 나는 첫 번째 쉐어 하우스에서 겪은 개미 썰을 들려준다. 각종 무용담을 늘어놓는 와중에 어느새 주문한 버거가 나온다.
사람이 셋이라서 그런지,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중간중간 끼워 넣는 맛있다는 감탄사. 오늘도 다행히, 어색한 걸 티 내지 않고 무사히 즐겁게 식사를 마친다.
밥 약속은 잡았는데 무슨 얘기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BAR LUCA로 간다.
맛에 취한 입이 제멋대로 쉬지 않고 움직이게 된다.
* 이번 글은 호주에서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친한 친구랑도 어색한 식사자리를 마련해 단둘 혹은 셋이서 밥을 먹으면서 이 곳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장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박앤비 : 현재 호주 워홀 중으로 경험한 일이나, 이 곳 사람들은 어디서 놀고 뭐 먹고 지내는지에 관한 글을 씁니다. 마음은 여행 잡지 에디터지만, 막상 글을 완성해보면 '이런 일이 있었쪄요 우엥엥'하는 극 초보 레벨 1짜리 블로거에 가깝습니다. 매주 한편 올릴 예정이며, 앞으로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