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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Mar 14. 2021

기억의 오류,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 그 이야기는?

[일상의 하루]누구나 작든 크든 아픔이 있다.


기억의 오류일까?
 

오랫동안,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 대하여 줄거리와 그 느낌은 생각이 안 나는데, 주인공이 말하던 대사 하나가 머릿속에 맴돈다. “세상 사람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치질에 걸린 사람과 앞으로 치질에 걸릴 사람으로 말이야.” 인간으로서 직립 보행을 하고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을 하면서, 현대인들은 누구나 치질에 노출되어 있다는 유쾌하면서 통쾌한 대사이다. 그러나 비밀스러운 곳이라 사람들은 잘 말하지 않을뿐더러, “난 그런 거 없는 데?”라고 얼버무리기도 하지만, 운이 좋게도 죽기 전에 치질이 안 걸린 것뿐이다.


진짜로!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그런 대사가 있었을까? 영화를 다시 한번 챙겨보았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 중간에, 거의 무너질 듯한 카페와 모텔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Calling you’ 노래와 함께 독일 로젠하임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온 자스민 부부가 사막 한복판에서 헤어지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자스민과 카페의 여주인 브렌다, 낯선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며 친구가 되어 가는 지를 보여주는 스토리이다. 한 명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가면서 다가가고, 다른 한 명은 ‘상대방이 왜 저런 행동을 할까?’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는 끝나고 잔잔한 감동이 다가온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1987)'에서 마술쇼를 하는 브렌다와 자스민

한 바탕 헛웃음이 난다.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나온다. 심지어 영화 속에 아픈 사람도 한 명도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9명만 나오는 영화 속 인물은 모두 정신적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아픔을 치유하는 영화이다.


평소에 아무 일 없어 보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해 보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개인적으로 가족에게 작거나 큰 아픔이 없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 친구는 자기가 아픈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익숙한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다시 보길 잘했다. 기억의 오류였구나. 그럼, 어느 영화였지? ‘미저리’였나?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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